“런닝족들은 제 기분 이해하시죠?”…여자마라톤의 전설, 달리는 이유 묻자
한국 여자마라톤 전설 권은주
생활 체육인으로 러닝 대중화
지난 10년간 수천명과 뛰면서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사람들
용기얻고 변하는 모습에 뿌듯
달리기는 삶의 선순환 첫단추
기록·완주 부담말고 즐기세요
신간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을 출간한 한국 여자 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감독이 생각하는 달리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심경이 복잡할 때 밖으로 나가 달리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며 “비록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작게나마 위안을 얻는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삶의 어려움을 풀어낼 힘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권 감독에게 달리기란 ‘움직이는 명상’과도 같다. 몰입의 상태에서 몸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마음은 고요의 상태로 향한다. 그는 러너스 하이에 들어서면 “몸은 그저 있을 뿐, 하늘과 우주가 대신 달려주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그는 영화 ‘1947 보스톤’의 현장 감독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마라토너 서윤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광복 후 태극기를 달고 첫 국제 대회에 나간 서윤복은 세계 신기록(2시간25분39초)을 세우며 동양인으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달리기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권 감독은 달리기가 삶에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 생활 방식에 ‘달리기’의 자리를 만들면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변한다는 것이다.
권 감독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 중 2~3일을 규칙적으로 달리는 날로 정하면 적어도 전날에는 술자리를 피하는 등 자신을 절제하게 된다”며 “달리기로 형성한 습관은 삶의 다른 부분에도 작용해 연쇄 효과를 일으킨다”고 달리기 예찬론을 펼쳤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성취감을 달리기를 통해 얻으면서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체력이 좋아지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활동을 하게 돼 자존감이 높아지고, 대인관계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년 넘게 생활체육으로서 러닝의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만난 수천 명을 통해 깨달은 바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신간에는 우울증을 앓던 중년 여성을 비롯해 취업 준비 또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암 환자 등 변화를 겪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록이 실려 있다.
러닝의 대중화로 그룹 달리기가 보편화하면서 리더십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미덕을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권 감독은 “모임에 참여하면 이전에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며 “함께 완주하기 위해 남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이는 직장생활에도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감독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다음번에 더 잘하면 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설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선물과도 같은 매 순간을 즐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그 같은 마음으로 할머니가 되어서도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 감독은 지난 19일 첫회를 방송한 MBN의 마라톤 예능 ‘뛰어야 산다’에 러닝 감독으로도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 연예인들이 저마다 간절한 사연을 안고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해 자신의 상처와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권 감독은 “전직 운동선수도 있지만 달리기는 모두에게 힘들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께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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