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에서 드럼통까지··· 대선 출사표 혹은 무리수 [위클리 대선 현장]
4월4일 윤석열이 파면됐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4월8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3일로 정해지면서 56일간의 짧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대선 운동 현장을 누비는 〈시사IN〉 기자들이 디데이 일지 형식으로 한 주의 대선 정국 이슈를 전한다.
D-56 4월8일 화요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오전 10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에서 첫 번째 대선주자로 나선 이는 안철수 의원이다.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선 그는 “윤석열을 도와 단일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라며 국민 통합과 시대 교체를 내걸었다.
D-55 4월9일 수요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출장에 나선 길이었다. 김 지사는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는 4월7일 김두관 전 의원에 이은 두 번째 출마 선언이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도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오전 9시 구미시 박정희 생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전 11시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갈 각오로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라고 외친 김문수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이 위헌인가’ 묻는 질문에 “그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건 아니고, 그 방식이나 이런 것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났다”라고 답했다.
D-54 4월10일 목요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 소식을 알렸다.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잡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11분37초짜리 영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영상 속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라고 밝혔다. 4월4일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장면으로 출마 선언 영상을 시작한 그는 사회적 대립·갈등이 큰 원인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을 꼽으며 경제성장을 통한 ‘잘사니즘’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국회 분수대 앞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언급하며 시대 교체를 선언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면 사실상 탄핵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다”라며 “괴물 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D-53 4월11일 금요일
오후 2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이번 대선의 본질은 체제 전쟁이다”라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을 ‘의회주의자’라고 표현한 나경원 의원은 “계엄 때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의견은 다양하니까··· 이런 정도로 답변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국갤럽은 주관식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나란히 지지율 2%를 기록하며 처음 이름을 올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D-52 4월12일 토요일
토요일인 이날 오전 11시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찬성·반대를 두고 입장이 오락가락했던 오세훈 시장은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중단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과 후보들에게 “‘다시 성장’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의제로 내걸어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구상을 담은 책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고 선거캠프 사무실까지 차린 후였다.
다음 날인 4월13일 성일종·박수영 등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당 지도부 만류 등으로 취소되었다고 이날 알려졌다.
D-51 4월13일 일요일
오전 11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세종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지사는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라고 공약했다. 또 그는 내란에 반대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세력과 함께 ‘빛의 연정’을 구성하고,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은 대선후보를 따로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하기로 결의했다”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불참 결심을 알렸다. 이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D-50 4월14일 월요일
오후 2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 이어서 대통령까지 (민주당에) 내어준다면 이 나라는 히틀러의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는 “이번 계엄에도 반대했고 탄핵에도 반대했다. 탄핵에 반대한 것은 계엄을 옹호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12·3 비상계엄은 위헌인가’라는 기자 질문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이야기지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의 대선 경선 방식이 권리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국민 참여 경선’으로 최종 결정됐다. 민주당은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권리당원·대의원·일반 국민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국민경선’을 실시해왔는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에 비(非)이재명계 주자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의원은 “후보들과 협의 없는 경선 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경선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반면 함께 경선 룰 변경을 비판한 김경수와 김동연 두 주자는 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49 4월15일 화요일
이날 단 하루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은 민주당에서는 오전 10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오후 3시30분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후 4시 이재명 전 대표 대리인인 이해식 의원이 방문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드럼통에 들어가 있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영화를 영화로만 볼 수 없는 현실, ‘드럼통 정치’에 많은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드럼통에 사람 하나 묻어버린다고 진실까지 묻힐 거라 생각하지 마라”는 내용이 적혔다. 영화 〈신세계〉 등에서 조직폭력배들이 시신을 유기할 때 드럼통이 등장하는데 이를 차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의원은 “젊은 분들 커뮤니티에서 이재명 후보가 드럼통이라고 불리는 거는 아시지요(4월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라며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D-48 4월16일 수요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가 오전 10시에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정의당 대표, 한상균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대표가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연대회의는 지난 4월11일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내 산업별 노조, 노동사회단체 등이 함께 모여 대선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녹색당은 연대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연대회의 선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4월14~15일 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11명 중 컷오프된 강성현·김민숙·정일권 세 명을 제외한 8명(김문수·나경원·안철수·양향자·유정복·이철우·한동훈·홍준표)을 1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출마설이 돌았던 한덕수 권한대행은 일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는 등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4월15~16일 연이어 영호남 대표 기업체를 방문하는 등 대권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행보를 보였다. 4월14일부터 사흘째 이어지는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불참한 채였다.
D-47 4월17일 목요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4월15일부터 진행된 자신의 비전 발표회 중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 매체를 차별·배제해 논란이 일었다. 4월16일 오전 11시 경제 비전 발표회에서는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에 “됐어, 저기랑 답 안 할래”라며 자리를 곧장 떴다. 4월17일 오후 2시 국방·외교·통일 비전 발표회에서 홍 후보는 〈오마이뉴스〉를 ‘적대적 언론사’로 규정하고 질문 순서를 맨 뒤로 미뤘다.
오후 5시 새미래민주당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피스앤파크컨벤션 1층에서 ‘정상국가를 향해-개헌연대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개헌과 연정을 촉구하는 이 행사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정대철 헌정회장 등이 참석했지만, 초대받은 유승민 전 의원은 불참했다.
오후 5시20분경 윤석열 변호인 중 한 명인 배의철 변호사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기자들을 초대했다. 다음 날(4월18일) 윤석열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 5인이 ‘윤 어게인’ 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는 공지를 걸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기자회견을 취소하며 창당을 보류한다는 입장문이 올라왔다. 번복된 공지가 올라온 오픈 채팅방 참여 코드는 ‘1203’이었다.
권은혜·김수혁 수습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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