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옥쇄(玉碎) 선택한 윤석열과 국민의힘

권순욱 2025. 4.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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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옥쇄(玉碎).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구차하게 목숨을 보전하지 않고 명예롭게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참 아름다워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빛나는 구슬이 아름답게 부서져본들 더 이상 아름다운 구슬이 아니다. 한낱 파편조각일 뿐이다. 빛나는 순간은 부서지는 그 찰라의 순간 뿐이다. 그 후엔 깨끗이 청소해야 할 쓰레기에 불과하다.

물론 아름다운 종말은 있다. 그 종말이 올바른 대의명분이 있을 때다. 정의롭지 않고, 명분도 없고, 올바르지도 않은 뜻을 위해 옥쇄를 선택하는 것은 추악할 뿐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보여준 가미가제 특공대가 그렇다. 전범들의 할복 자살이 그렇다. 추악한 전쟁을 일으키고 온갖 살육전을 감행한 이들이 할복을 하든, 자살특공대로 산화를 하든 추악한 말로에 불과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가 그렇다.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마치 개선장군인냥 굴어댄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자각조차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가 어렵게 일군 성취를 단 몇 시간동안 나락으로 보냈던 사람의 언행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못해 현실이 아닌 별개의 세상을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구속취소로 석방된 이후 보여준 말과 행동을 보면 자신이 마치 정의로운 선을 행하다가 핍박을 받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해 서초동 사저로 돌아갔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주민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대단히 대범하고 통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마음을 비우고 사심없이 정치를 했다는 듯이 자신을 윤색하고 있다.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을 대단히 하찮게 여긴 사람이다. 무책임한 정치인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찮았던 비상계엄은 두고두고 비웃음거리로 남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줄탄핵, 예산난도질, 입법폭주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택한 수단과 방법이 터무니없다는 점이다. 엄연히 법치주의 국가인데 헌법에 권한이 있다는 것만으로 요건도 안따지고, 절차도 무시하면서 감행한 비상계엄이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겠는가?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탄핵 결정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은 역사 강사 전한길씨를 만나 "이기고 돌아왔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정도 중증의 정신승리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세상에. 탄핵을 당하고 파면된 주제에 승리하고 돌아왔다니…

제 정신이 아닌 윤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사람들도 문제다. 역사 강사 전씨는 지난 14일 채널A 라디오에서 "그 말씀을 들으면서 예수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도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웃과 네 이웃을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다가 결국 정치적으로 십자가에 못 박혔지만 그때도 다 이루었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원한 것처럼 윤 전 대통령도 파면당해 임기는 끝났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보수 우파들의 결집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을 앞세워 대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그 공약이라는 것들도 하나같이 제 정신이 아니다.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잔뜩 늘어놓았다.

이런 사람들이 여전히 국민의힘 중심과 주변을 지배하고 있다. 옥쇄를 선택하고 정치적 자살로 스스로를 궁지로 내 몬 윤 전 대통령은 그렇다치자. 윤 전 대통령 때문에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배가 명확해지고 있고, 그 이후 궤멸의 길을 걷게 될 국민의힘 또한 제 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과 단호하게 결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위헌정당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안철수 의원처럼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맞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 못지 않게 망상에 사로잡혀 아직도 대선에서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맞게 될 미래를 알려준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은 피할 수 없다. 6월 3일 이후 국민의힘은 궤멸을 당할 것이다.

먼저 12월3일 밤 비상계엄 해제와 관련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내란 방조 혐의로 엮을 것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되어 공포될 것이다. 아니 정권이 바뀌면 굳이 특검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검찰이 알아서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다. 명태균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구속되거나 사법처리되거나 정계를 은퇴하게 될 것이다.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도 철저한 수사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되어 당은 공중분해될 것이다. 보수의 현대화에 실패해 태극기나 흔들고, 아스팔트나 전전하는 그 낡은 보수, 아니 정확하게는 보수도 아닌 정체 불분명한 구시대의 유산과 함께 국민의힘은 깨끗이 청산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로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당분간 정권이 교체되기 힘들어 수감 생활은 길어질 것이다. 부인 김건희씨도 감옥에 갈 것이다.

잔존 세력이 당을 재건한다해도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궤멸적인 패배를 당할 것이다. 패배를 당할 당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철학도, 이념도 없는 근본없는 사이비 보수세력은 한동안 방황할 것이다. 그 빈자리는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차지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13일 당내 경선 주자들이 자신을 공격하자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한대로 국민의힘을 없애고 있다. 국민의힘은 옥쇄를 선택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고 옥쇄의 길로 끌려가고 있다. 참 한심한 풍경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렇게 한심한 보수 정당은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 말대로 "이런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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