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대구 사과 부활 시동... "사라진 '국광' 사과 곧 맛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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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 평광동 사과재배단지.
과거 수령 80년이 넘은 동구 평광동 홍옥 나무를 발굴해 기념비를 세웠고, 가수 패티김이 대구 사과를 노래한 '능금꽃 피는 고향'을 발굴해 노래방 연주곡에 넣은 숨은 공로자인 그가 지난해 2월부터 국광사과 복원에 나섰다.
최 회장은 "시민들이 국광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구사과의 역사를 알리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대구의 숨은 보석인 평광동이 사과 메카로 재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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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부사 등에 밀리며 실종
대구 최영태씨 밭에 국광 5그루 심어
"국광 복원해 대구 사과 명성 되찾을 것"

지난 15일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 평광동 사과재배단지. 1만3,000㎡ 규모 밭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주 최영태(69)씨는 지지대에 기댄 높이 1m가량의 가느다란 사과 묘목 5그루를 애지중지했다. 부쩍 잦아진 강풍이 불 때면 혹여라도 묘목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에 자리를 좀처럼 뜨지 못했다. 그가 자식처럼 보살피는 이유는 과거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종적을 감췄던 '국광'이라는 품종이어서다. 50여 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베테랑 최씨에게도 '국광 키우기'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실종된 대구 국광의 운명이 내 손에 달린 셈"이라며 "3, 4년이 지나면 일반 시민들도 국광을 맛보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구시와 농가 등에 따르면 국광은 1960년대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대표 사과 품종이었으나, 더 크고 당도가 높은 부사(후지) 사과가 국내 도입돼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최근 일부 가정에서 분재 형식으로 국광을 키우기도 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국광을 재배하는 전업농은 거의 없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국광을 최씨가 심을 수 있었던 건 과거 대구시 공무원을 지내며, 대구 사과의 명맥을 잇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최주원(73)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회장 역할이 컸다. 과거 수령 80년이 넘은 동구 평광동 홍옥 나무를 발굴해 기념비를 세웠고, 가수 패티김이 대구 사과를 노래한 '능금꽃 피는 고향'을 발굴해 노래방 연주곡에 넣은 숨은 공로자인 그가 지난해 2월부터 국광사과 복원에 나섰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과학특작원 사과센터에 '국광 품종 재배 복원'을 목적으로 국광 5그루를 분양받았다. 곧장 농가에 심으면 괴사할 수도 있어 군위농업기술센터에 1년 동안 육종을 맡겼고, 지난 5일 제80주년 식목일에 맞춰 최씨 사과 밭에 식재했다. 최 회장은 "팔공산 자락 평광동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서늘한 기후가 유지되는 등 재배 여건이 좋아 공판장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며 "대구 사과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구 청라언덕에 국내 첫 사과나무, 전국으로 확산

대구 사과 역사는 1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9년 제중원(현 동산의료원)을 설립한 존슨(한국 이름 장인차) 의료선교사와 계성학교(현 계성중고교)를 설립한 아담스(안의와)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여온 서양 사과나무(3개 품종 72그루)를 청라언덕 일대에 심은 것이 시초다. 서양 사과 개량종인 국광도 19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들어오게 됐다. 이 나무에서 접목된 사과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면서 국내 사과 재배가 활성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현재 대구 중구 청라언덕에는 첫 사과나무의 3세목이 자라고 있다.
1960년대 대구 사과 재배면적은 9,500여㏊로 전국(1만1,400㏊)의 80%에 달했지만,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심 팽창, 농가 수 감소 등 여파로 크게 줄었다. 1960~197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사과 부란병(잎이 변색되고 가지가 마르는 병)이 유행하면서 농사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그사이 사과 주산지는 의성·안동·청송 등 경북 북부로 이동했다. 현재 대구(군위군 제외)에는 평광동을 중심으로 120여 농가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최 회장은 국광을 복원해 대구사과 부활의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폐교한 평광초에는 '세계사과테마공원'을 조성해 대구사과 홍보 전초기지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시민들이 국광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구사과의 역사를 알리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대구의 숨은 보석인 평광동이 사과 메카로 재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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