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을 이어온 아름다움, 백제로 열고 닫는 日 박물관 전시
입구엔 높이 2m ‘백제관음’ 전시
대미를 장식하는 유물은
백제 왕이 왜왕에 보낸 ‘칠지도’
이 전시는 백제로 문을 열고, 백제로 닫힌다. 높이 210cm에 달하는 늘씬한 ‘백제관음’이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백제왕이 일왕에게 선물한 ‘칠지도(七支刀)’가 대미를 장식한다.
일본 나라(奈良)현 나라국립박물관에서 특별전 ‘초(超) 국보-영원의 아름다움’이 19일 개막했다. 나라국립박물관 개관 130주년을 맞아 일본 국보가 총출동한 전시다. 국보 112건, 중요문화재 16건 등 총 143건이 출품됐다. 이노우에 요이치(井上洋一) 나라국립박물관장은 “국보 중의 국보만 모았다”고 했다. 특히 ‘칠지도’가 2015년 규슈국립박물관 전시 이후 10년 만에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애호가들도 개막을 기다려왔다.
길고 가느다란 팔등신 ‘백제관음’이 입구에서 우아하게 빛난다. 왼손엔 정병을 살포시 잡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프랑스 지성 앙드레 말로가 “일본 열도가 침몰할 때 단 하나만 가지고 간다면 이것을 택하겠다”고 찬탄한 불상이다. 높이 솟은 불꽃 모양 광배, 정병을 쥔 손가락의 곡선, 발끝에서 물결치는 옷자락... ‘동아시아 미술의 보고(寶庫)’인 나라 호류지(法隆寺) 소장품 중에서도 압권으로 꼽힌다. 호류지에선 뒷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360도 회전하며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7세기 아스카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지만 ‘이름’ 때문에 한동안 백제에서 건너간 작품으로 여겨졌다. 왜 일본 불상에 ‘백제’란 이름이 붙었을까. 사실 ‘백제관음’이라 불린 건 100년밖에 안 된다. 원래 이름은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 1919년 철학자 와쓰지 데쓰로(1889~1960)가 쓴 ‘고사순례’에 ‘우리 백제관음상’이란 표현이 쓰이면서 유명해졌다. 일본에서 제작됐지만, 백제에서 간 도래인이 만든 불상일 가능성도 있고, 백제의 영향을 받아 만든 일본 불상일 수도 있다. 불교 조각 연구자인 민병찬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일본에선 예부터 좋고 아름다운 건 ‘구다라(백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당시 한·일 양국이 긴밀하게 문화적 유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고, 이노우에 나라국립박물관장도 “한국과 일본의 가까운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니 한국 분들이 많이 와서 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된 명품의 대향연 끝에 ‘칠지도’가 눕힌 상태로 전시됐다. 1874년 이소노카미 신궁의 창고에서 발견된 칼로 좌우 양쪽에 세 개씩 가지가 어긋나게 달려있는 독특한 형태다. 길이 약 74.9cm. 앞뒷면에 금을 박아서 새긴 글자 61자가 고대 국제 교류의 실태를 생생하게 말해준다. ‘태화 4년(서기 369년) 11월 16일 병오 한낮에 백 번 두들겨 만든 철로 칠지도를 만들었다. 모든 병화(兵禍)를 물리칠 수 있어 후왕(侯王)에게 주기 알맞다. 만들다(泰和四年十一月十六日丙午正陽造百練銕七支刀出辟百兵宜供供侯王作)’(앞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칼은 없었다. 백제 왕세자가 왜왕을 위해 일부러 만들었으니 후세에 전하여 보여라(先世以來未有此刀百濟王世子奇生聖音故爲倭王旨造傳示後世)’(뒷면). 판독할 수 없는 글자도 많아 연구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명문을 두고 일본 일부 학자들은 ‘백제왕이 칠지도를 바쳤다’는 ‘헌상설(說)’을 주장하고, 한국 학자들은 오히려 백제가 왜에 ‘하사’ 또는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물관은 “백제의 왕이 왜왕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적혀 있어 고대 국제 교류의 실태를 전해준다”며 “1600년을 뛰어넘는 세월 속에서도 소중히 지켜져 온 그야말로 초(超)국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 벽면에는 일본 고대사학자 요시다 아키라(吉田晶)의 해석을 인용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박물관이 민감한 논쟁을 빼고 무난한 학자의 해석을 인용한 것 같다”고 했다.
전시는 전·후기로 나뉘어 상당수 작품이 바뀌지만, 칠지도와 백제관음은 전체 기간 내내 볼 수 있다. 6월 15일까지. 관람료 일반 2200엔(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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