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대선 의제 급부상 ‘주4.5일제’…유연화냐 단축이냐

허시언 기자 2025. 4. 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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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2012년에야 학교·직장에서 주5일제를 전면 시행했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공식화했고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주5일 근무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7년여에 걸쳐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혔죠.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대선을 앞두고 근로 시간이 정치권 의제로 급부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주4.5일제를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주4일제를 정책 과제에 포함했죠. 다만 국민의힘은 ‘근로 시간 유연화’, 민주당은 ‘근로 시간 단축’을 앞세웠는데요.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정책 방향이나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대선 첫 공약으로 주4.5일제를 제시했습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연 근무제를 활용한 주4.5일제를 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총 근무 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며 “기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4.5일제의 실질적 워라밸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죠.

국민의힘의 주4.5일제는 유연 근무 확대를 핵심으로 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는 라노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말하는 주4.5일제가 도입되면 라노는 월~목요일은 매일 9시간, 금요일은 오전 4시간만 일한 뒤 일찍 퇴근할 수 있습니다. 근로 총량은 주 40시간으로 유지되기에 급여도 그대로입니다. 한마디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요 대선 주자가 주4.5일제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 실제 대선 공약에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10일 국회에서 “주4일제, 주4.5일제를 법제화한다면 국민과 경제, 젊은이의 일자리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22일 ‘서구청 직원과의 소통공감 토크’에서 주4.5일제에 “대구가 할 일이 많아서 당분간 시행 안 할 것”이라고 했죠.

민주당은 국민의힘 방식의 주4.5일제를 “노동 시간 단축을 위한 민주당 노력을 폄훼하고 맹비난하다가 명확한 해명이나 반성도 없이 말뿐인 사탕발림을 한다니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 방식에는 본질적 문제가 있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것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노사 합의만 하면 가능하다. 추가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3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4.5일제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이 검토하는 주4일제는 근로 시간 단축을 뼈대로 합니다. 주 40시간인 현행 법정 근로 시간을 36시간(주4.5일제)으로 줄이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데요. 단계적으로 32시간(주4일제)까지 줄이자고 제안했습니다. 만약 민주당 방식의 주4일제가 적용되면 라노는 하루에 8시간만 일한 뒤 추가 근로 없이 한 주에 3일을 쉴 수 있죠.

민주당은 근로 시간 단축 공약을 이미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을 앞두고 주4.5일제 도입을 공약했고요.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주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거듭 밝혔죠. 지난달 12일 발표한 ‘20대 민생의제 60대 정책과제’에 주4일제 도입을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근로 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 주4일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4일제와 주4.5일제는 근로 시간 자체는 줄지만 받는 급여는 그대로 유지하는 비현실적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오히려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5일제 도입 당시를 생각해보면 주4일제와 주4.5일제 역시 험로가 예상됩니다. 노사의 견해차도 크고요. 그동안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국민의힘까지 가세해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이른 시일 내 시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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