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재훈 국선전담변호사, “소외받는 약자 위해 변론할 것”
“늘 소통과 경청의 자세로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인 변론을 하겠습니다.”
이재훈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39)는 “매일 고민하고 다짐하는 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많으면 1개월에 30건 이상의 새로운 사건들을 맡아 변호하고 있다. 1년에 300건이 넘는 사건 변호를 맡는 셈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사건에 대한 감정이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이 변호사는 늘 피고인 입장에 선다.
이 변호사는 “국선전담변호사로서 맡은 소임을 성실하게 다하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삶 전반을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소외된 사람들이 법 앞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초·중·고교를 모두 인천에서 나온 뒤 변호사가 됐다. 인천지법 우수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선전담변호사의 장점과 단점, 역할 등에 대한 이 변호사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국선전담변호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A. 형사소송규칙은 법원이 관할구역 안에 사무소를 둔 변호사 중에서 국선변호를 전담하는 변호사를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에 위촉돼 형사국선 사건만을 전담하는 변호인이다. 따라서 사선변호인으로서 별도의 사건을 수임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위촉된 법원에서 재판부가 배정되면 1개월에 22~ 30건에 이르는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아, 해당 재판부의 형사국선 사건을 변호할 수 있다.
Q. 국선전담변호사가 되려면?
A. 각 고등법원에서는 해마다 12월경 국선전담변호사 선발 절차를 공고한다. 1월 중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평판 조회 등을 바탕으로 1차 서류전형을 한 뒤 2차 구술 면접을 통해 2월 초순경 최종적으로 국선전담변호사를 선발한다. 선발된 국선전담변호사는 위촉과 동시에 배정된 법원에서 형사국선 사건을 맡게 된다.
Q. 국선전담변호사를 선택한 계기와 이유는?
A. 국선전담변호사에 위촉되기 전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근무했다. 동시에 공익 활동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대법원의 국선변호인 업무를 병행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연계된 포털사이트의 무료 법률 상담업무를 맡은 적도 있었다.
당시 사회의 소외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변론과 상담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국선변호인을 통해 사건을 진행한다는 점 자체로 다소 위축된 자세로 재판에 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은 경제 사정과 기타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사회의 이면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익적 관점에서 법률적 조력을 담당하고 싶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국선전담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면 이러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보다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A. 무죄, 집행유예 및 선고유예 등 좋은 결과의 판결을 선고 받았을 때는 매번 기분이 좋고 보람도 있는 것 같다. 특히, 1심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을 변론하면서, 항소심에서 원심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또 지난 2024년 인천지법 우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돼 감사장을 받았는데, 법원으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다기보다는,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그동안의 업무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국선전담변호사로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홀로 거주하던 고령의 피고인이 원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항소한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낸 일이다. 첫 접견 당시 피고인은 모두 똑같은 변호사이고, 그 누구의 말도 듣거나 믿고 싶지 않다고 진술을 거부하는 등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접견 과정에서 끊임없는 설득과 소통으로 끝내 마음을 열었고, 재판에 임해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 받았다.
Q.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인지?
A. 1개월에 30건에 이르는 새로운 사건을 배당 받고 있지만, 피고인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맡은 사건에 병합해 함께 재판을 받기도 한다. 많을 때는 피고인 1인당 10건에서 25건의 사건을 병합해 한 적도 있었다.
또 CCTV 등을 통해 범행의 사실관계가 증거 기록에 모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경우 일차적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변론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을 하기도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성실한 변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및 의무와는 별개로 기본적 인권과 권익 보호라는 명분 아래 오로지 피고인을 위해 변론해야 했던 점이 심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Q. 국선전담변호사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가장 큰 장점은 소외 받은 취약계층에 대한 형사국선 변호를 통해 공익적인 측면에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들 수 있다. 이밖에 국선전담변호사는 위촉된 법원에서 배정된 재판부를 전담해 형사국선 사건을 맡기에, 비교적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형사재판 변론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재판 일정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업무 조율이 가능하며, 사건수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사건수임 및 결과에 대해 금전적인 이익이 분리돼 있다. 유죄 및 무죄 여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피고인의 변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형사국선 변호만을 전담하기에 피고인 입장에서 다소 일방향적 시각으로 기록을 검토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법무법인에서와 달리 민사재판은 일체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Q. 피고인 중엔 취약계층도 있지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다. 변론하며 어려움은 없는지?
A. 국선전담변호사 업무를 하며 담당하는 사건들 중에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으로 상당한 이슈가 되는 사건도 종종 있다. 다만,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살핌 받아야 한다. 변호인은 범죄에 따라 상응하는 적절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피고인을 위해 변론하는 업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다르다. 가급적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증거 기록과 피고인의 주장에 근거해 변론에 집중하고 있다.
또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변호할 때 변호인이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그에 상응한 형사법의 적용으로 적정하고 정당한 판단을 받기 전에 여론재판으로 변호인과 피고인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변론 과정 전반에 걸쳐 사건의 내용과 피해자와의 관계 및 여러 내용을 모두 배제한 채, 지나치게 피고인에 대한 일방향적인 변론도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올해 기준 국선전담변호사를 맡은 지 5년이 됐다. 현재 마지막 위촉 기간에 해당해 2026년까지는 국선전담변호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성실하게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의 삶의 전반을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변론 과정에서 늘 소통과 경청의 자체로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인 변론을 해나가고자 한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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