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후진하는 전기차 시장

강현철 2025. 4. 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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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후진 양상이 뚜렷하다.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유럽. 한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거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미국 7.6%, 중국 36.1%를 기록한 반면 유럽(- 2.1%), 한국(- 10.5%)은 역성장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기반의 자동차 산업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1%대의 미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유럽과 달리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던 것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7500달러 규모 전기차 세액공제 덕분이다. 세액공제가 폐지되기 전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로 4분기 미국의 전기차 판매증가율은 15%에 달했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예고한 트럼프 정부 들어 전기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없애고, 차량 연비와 배출 가스 등 관련규제를 완화해 전기차 친화적이었던 시장 환경을 내연자동차 중심으로 되돌릴 계획이다.

머스크의 정치 외도로 테슬라가 휘청대는 사이 전기차 점유율에서 진전을 이룬 GM은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전기차를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GM은 일단 로보택시(자율주행택시) 사업에서 손을 떼 비용을 절감하고 현대차와 전략적 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3월 EU(유럽연합)집행위에서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완화를 공식 발표한 이후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동력이 약화됐다. EU집행위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응답해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준수 시점을 2025년 단일연도에서 2025~2027년 평균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차량 판매량의 36%를 전기차로 채워야 했던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2025~2027년 88만대의 전기차를 덜 팔아도 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응해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내연기관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엔진 개발에 나서는 등 수익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내연기관에 복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내연기관 등 어떤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점으로 부진한 전기차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올 2분기부터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2세대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일 계획이며, 미국 조지아 신공장에서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유연 생산을 추진 중이다.

반면 중국은 전기차 액셀러레이터를 가속하고 있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부상한 BYD는 낮은 가격에 무료 자율주행까지 얹어 풀 액셀을 밟고 있다. 안정적인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헝가리와 튀르키예 등 신공장 건설 및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같은 불확실한 여건 속 기업들이 단기 성과와 장기 혁신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며 기업 전략 차이로 미래차의 경쟁력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규제 후퇴, 트럼프 관세전쟁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중첩되며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싹쓸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유진 연구위원은 "미래차 게임 체인저인 자율주행은 차량 설계의 간소화, 부품 제어의 용이성,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며 "내연기관으로의 전략적 후퇴가 장기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점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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