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생각하며 3천계단 뛰어올랐다” 50대女, 123층 마라톤 1등…롯데타워 ‘스카이런’ 2천명 참가
2917개 계단·555m 높이
가족 단위 참가자들 눈길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최고 높이의 ‘2025 스카이런’ 행사. 롯데월드타워 입구의 출발선에서는 민트색 운동 티셔츠를 입고 자신감에 가득 찬 참가자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스카이런은 롯데물산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봄마다 개최하는 ‘수직 마라톤’ 행사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의 강점을 살려 123층, 총 2917개 계단, 555m 높이를 뛰어 올라가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누적 약 1만명이 참가했고, 올해도 경쟁·비경쟁 부문을 합해 2100여명이 참가했다. 7년째 열리는 연례 행사인 만큼 여러 번 참가해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보호자와 어린이가 함께 뛰는 ‘키즈 스카이런’도 열렸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스카이런은 대한민국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대표하는 행사”라며 “이번 대회는 ‘사랑으로 함께하는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 123층으로 향하는 참가자 모두 큰 성취감과 특별한 추억을 만드시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남자 부문에서는 지난해 1등 안봉준 씨(37)가 기록을 1분 단축해 2년 연속 우승했다. 123층을 오른 데 걸린 시간은 18분 32초였다. 매 층을 평균 9초만에 주파한 셈이다. 평소에 철인 3종 경기로 체력을 길렀다는 안씨는 “자전거,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계단을 오르는 데도 효과가 있다”며 “내년에는 17분대를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부문에서는 53세 김현자 씨가 저력을 보이며 전년도 우승자 김보배 씨를 꺾었다. 대구에서 온 김현자 씨는 우승 소감으로 “남편을 생각하면서 뛰었다. 행복하다”며 우승 상품인 백화점 상품권을 두고는 “남편에 좋은 걸 사주려고 한다”고 웃어보였다.
비경쟁 부문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였다. 서울 각 소방서에서 나온 소방관들은 훈련을 위해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소방 헬맷까지 ‘풀세팅’으로 계단을 올랐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한 소방관은 “산소통까지 장비를 전부 합치면 18㎏ 정도 된다”면서도 ‘대단하다’며 감탄하는 사람들에게는 “창피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은평소방서 소속 이한희 소방사는 “한계를 느껴보려고 참가했다”며 “시간제한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해양경찰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도 제복을 입고 참가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키즈 스카이런’이 열려 어린이 참가자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 부문 참가 부모와 아이들은 일반 참가자들과 다른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타워를 올랐다. 키즈 부문은 오후 3시부터 시작돼 경기 전후로 가족들끼리 ‘잠실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최연소 참가자는 16개월 장서우 양. 아버지 장은태 씨와 어머니 손서경 씨가 함께 올랐다. 아이를 업고 오른 손씨는 “평소에 아이와 등산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또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제대로 뛰어본 적이 별로 없는 초보자의 착각이었다. 15층까지 다른 참가자들을 앞지르며 뛰어가던 속도는 금세 걷는 속도로 바뀌었다. 이대로는 빨리 오르는 건 둘째치고 완주도 어려울 것 같았다. 롯데월드타워가 히말라야처럼 느껴졌다. 되도록 한 칸씩만 차곡차곡 오르기로 마음을 바꿨다.
계단에는 중간중간 의료진과 물·이온음료 등이 비치됐다. 수분 보충과 화장실 사용, 휴식 등이 가능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파이팅’ 하고 응원하는 롯데 임직원들의 응원에 절반은 마지못해 다시 계단을 올랐다.
70층 정도에 올랐을 때는 무거운 산소통을 지고 오르던 소방관들도 잠시 계단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기자도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반팔·반바지 가벼운 차림으로 차마 그 옆에서 똑같이 힘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차라리 빨리 끝내려고 다리를 끌고 옮겼다.
123층에 도착한 시간은 32분12초. 남성부 비경쟁 참가자 중에는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전망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분 만에 내려오고 난 뒤에는 방금까지의 레이스가 한참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완주자들은 꼭대기층에서 많이 찍기를 권한다.
행사를 맡은 송혜림 롯데물산 마케팅팀 책임은 “올해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준비해 더 많은 외국인 참가자들이 자리했다”며 “대한민국 랜드마크를 대표하는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스카이런 현장에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온, 롯데칠성음료, 롯데의료재단 등이 부스를 차려 홍보를 했다. 메인 스폰서인 스포츠 의류 브랜드 ‘스파이더(Spyder)’가 참가자들을 위한 마사지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레이스 키트(Kit)’가 사전에 제공됐다. 스파이더 공식 티셔츠, 영화 ‘미션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예매권, 롯데뮤지엄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전시 교환권, 각종 할인쿠폰 등으로 구성됐다. 레이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에게는 메달과 디지털 완주기록증, 음료 등 간식으로 구성된 ’완주 키트‘를 지급했다.
경쟁 부문 중 기록이 우수한 1~3등 남녀 참가자들은 트로피와 함께 롯데상품권 123만원·시그니엘 서울스테이 2인 식사권·30만원 상당의 스파이더 제품 등을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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