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병원 보내줘" 환자 요구에 흔들리는 응급환자 분류 체계

노경민 2025. 4.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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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증도 따라 이송병원 지정… 응급환자 분류체계 실효성 없어
경증 환자도 "대형병원 가달라" 막무가내 주장 현장 실랑이 빗발
병상부족 병원측 119로 또 항의… 응급의료기관 확대 지정 목소리
지난 3월 25일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경기EMS 관계자가 이송용 침대를 옮기고 있다. 임채운기자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고자 지난해부터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체계'(Pre-KTAS)가 시행 중이지만, 막상 응급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체계가 위협받고 있다.

맹목적인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여전한데다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응급구조 시스템의 영향이 큰 만큼 응급의료기관의 확대 지정을 통한 환자 분산이 요구된다.

20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9구급대는 Pre-KTAS 레벨 1~5단계에 따라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해 이송 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레벨 1·2는' 중증응급환자', 레벨 3는 '준중증환자', 레벨 4·5는 '경증환자'로 분류된다.

KTAS 매뉴얼상 레벨 1~2는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응급환자로 '권역응급의료센터', 레벨 2~3는 '지역응급의료센터', 레벨 4~5는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둔다.

문제는 119구급대원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 KTAS 점수를 매기지만, 경증 환자로 분류되더라도 환자 측의 강력한 항의로 권역센터로 이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수원의 경우 권역센터가 아주대병원이 유일해 일반 병원을 '패싱'하고 무작정 "큰 병원으로 데려가달라"는 실랑이가 현장에서 빗발치는 실정이다.

병원 측에서는 이송된 경증 환자를 두고 119에 항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병상이 부족한데 환자를 추가로 받을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내 한 119 구급팀 직원은 "원칙상 KTAS를 근거로 병원에 데려간다 해도 환자가 '권역센터 꼭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민원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권역센터에 보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환자는 KTAS상 경증 환자여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했는데, 다음날 권역센터에 직접 가더니 치료를 받은 후 '사비로 택시를 타고 권역센터에 갔다'며 119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응급환자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의료계에선 KTAS와 연계된 권역센터, 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9개, 지역응급의료센터 33개, 지역응급의료기관 31개에 불과하다.

구급대 출신의 한 소방관은 "레벨 3~4구간에서 증세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센터급만큼 환자를 받는 지역의료기관도 센터로 격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준범 응급의학연구재단 교수는 지난달 의료정책연구원의 응급이송체계 관련 연구보고서를 통해 "(경증 환자 이송지로 분류되는) 응급의료기관급도 일부 중증 질환에 대해선 충분히 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응급의료기관 종별 역할을 나누는 데 KTAS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지나치게 강한 억제책이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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