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안아봐도..." 피고인의 작은 요청 허락한 재판장의 마지막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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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는 애환이 있습니다.
교도관이 피고인을 데리고 퇴장하려던 찰나, 피고인이 재판장에게 "어머니를 한번 안아봐도 되느냐"고 속삭이듯 물었다.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 우려에도 형량을 감경한 것도, 어머니를 껴안을 수 있도록 허락한 1분여도 A씨가 새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어머니는 손주를 잘 키우시고, 피고인은 두 번 다시 피고인석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일확천금을 얻으려 하지말고 성실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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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법정에는 애환이 있습니다. 삶의 고비, 혹은 시작에 선 이들의 '찐한'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재판장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말과 함께 징역 4년을 선고하자 피고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지난해 10월 1심에선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숨죽여 울던 방청석의 여성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교도관이 피고인을 데리고 퇴장하려던 찰나, 피고인이 재판장에게 "어머니를 한번 안아봐도 되느냐"고 속삭이듯 물었다. 방청석에 앉아 울던 여성은 피고인의 어머니였다.
정재오 서울고법 형사6-1부 부장판사는 어머니를 법정 중앙으로 들어오게 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울며 잠시 등을 토닥였다. 짧은 포옹이 끝나고 아들이 구치소로 돌아간 뒤에도 어머니는 한참동안 법정 밖 복도에 앉아있었다.
피고인석이 있는 법정 중앙과 방청석 사이에는 꽤 높은 난간이 있다. 피고인이 방청석에 있는 가족 등 지인과 접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높은 난간에도 짧은 포옹이라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사연은 무엇일까.
피고인 A씨(30)는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2016년생 아들이 있다. 아들은 선천적 질병을 가진 채 태어나 언어발달 지체를 보였다. A씨는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어머니 도움을 받아 아들을 키웠다. 그는 아들 치료비와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배달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려던 조직의 일을 도와달란 제안을 받는다. A씨는 공항에서 밀반입 운반책으로부터 필로폰을 건네받아 소분한 뒤 은닉했다 적발됐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류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건네받은 필로폰은 도매가 1억5000여만원 상당에 달했다. 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다른 사람을 마약 중독의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범죄"라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2심 재판부는 A씨 형량을 크게 덜어줬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맡아놨던 필로폰 1.4㎏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조직원들이 필로폰 회수를 위해 A씨 주거지 근처를 맴돌며 위협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공범 검거와 수사에 기여했다. A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어머니를 위해 돈을 벌려다가 유혹에 빠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깊이 뉘우치며 적극 수사에 협조한 점, 필로폰 국내 판매 범행 주동자가 아니라는 점 등을 정상참작 사유로 삼아 감형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새 삶을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 우려에도 형량을 감경한 것도, 어머니를 껴안을 수 있도록 허락한 1분여도 A씨가 새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정 부장판사는 얼싸안은 모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어머니는 손주를 잘 키우시고, 피고인은 두 번 다시 피고인석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일확천금을 얻으려 하지말고 성실하게 사세요."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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