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YOUTH] 12명으로 일군 기적... "이정효 감독님이 롤모델" 1년만에 2연패 등 도 최강 만든 제주 대기고 강민규 감독

임기환 기자 2025. 4. 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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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BE.는 베스트 일레븐(Best Eleven)의 약자를 딴 리뉴얼 브랜딩으로, '(뭐든) 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베스트 일레븐은 'BE. YOUTH'를 통해 전국의 주목할 만한 유소년 이야기들을 발굴해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부임 당시 딱 (축구부 선수가) 12명 있었습니다."

최근 제주 대기고등학교는 제주도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인 백호기 전도 청소년 축구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51년 전통의 대회에서 무려 17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대기고는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20년 만에 오현고등학교와 격돌, 최종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감격에 겨운 선수들은 대기고 전통의 카드 섹션을 펼치며 열띤 성원을 보낸 약 1,000명의 교우들 앞에서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대기고는 학교 상징인 재규어를 비롯해 전투기, 탱크 등이 움직이는 단체 카드 섹션으로 명성이 높다. 과거 공중파 프로그램에 소개될만큼 화제를 모았다. 

지역 대회긴 해도, 이번 우승은 기적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교내 축구부 인원이 12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단히 열악한 자원 풀이었는데, 그런 대기고를 불과 1년여만에 챔피언에 올려 놓은 원동력, 선수들을 단기에 탈바꿈한 강민규 감독의 리더십과 지도력이다. 

고교 지도가 전무한 강 감독은 지난해 1월 대기고 축구부에 부임했다. 대학까지만 축구를 한 강 감독의 아버지는 전 국가대표 김두현과 김동진의 스승이다. 초등학교 시절 둘을 가르쳤다. 참고로 김두현과 김동진은 동두천 출신이다. 대기고 부임 당시 그가 느낀 건, 더할나위 없이 풍족한 학교 측의 지원과 달리, 선수풀 여건은 아주 열악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과 십수 년간의 기나긴 부진이 겹치며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12명'이라는 초미니 스쿼드로 근근히 버텨 나갔다. 학교 측의 꾸준한 지원이 있기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나갈 뿐이었다. 강 감독은 "부임 당시 (축구부 선수들이) 딱 12명 있었어요. 코치도 없어서 혼자 다 해야 했죠. 선수들이 기본기가 부족하고 의지도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아이들이 환골탈태시킨 건 강 감독의 노력 덕분이었다. 침체한 공기를 바꾸기 위해선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게 먼저였다고. 강 감독은 "우선 아이들과 교감이 먼저였어요. 애들하고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무섭지만, 일상에서는 편하게 다가가는 관계가 되려고 노력했죠. 라커룸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축구 영상도 같이 보며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습니다"라고 그간의 노력들을 열거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 상급생들이 나갔고,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20명 남짓으로 조금 나아진 수준이었다. 이번 백호기 결승전에서 교체 카드를 하나밖에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아주 심플하다. '선수가 없어서.'

명장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축구 명장도 선수 탓을 하지 않는다. 장비를 제련하고 정제하여 명품을 만들어 내는 게 곧 명장이다. 축구판의 가까운 예로 광주 FC의 리더 이정효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은 풍족하지 못한 시민 구단의 한계를 딛고 리그는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서도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참고로 이 감독은 강 감독의 롤 모델이다. 강 감독은 "프로, 대표팀 경력이나 인맥 같은 게 없어요. 그래선지 요즘 롤모델은, 이정효 감독님입니다. 하하"라고 말했다. 

그가 롤 모델로 꼽은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이 미친듯 뛰게끔 하는 데 능하다. 요컨대 K리그판 '동기 부여의 아이콘'이다. 이 감독처럼 강 감독도 아이들에게 동기를 불어넣었다. 사실 백호기 직전에 우승이 한 번 있었다. 전도종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7년 만에 패권을 거머줬던 것. 이 우승으로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자만이 싹 터 자라났다. 마인드 컨트롤은 프로도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이 미묘한 기류를 감지한 강 감독은 "아이들한테 말했어요. 니네가 한계를 설정하면 거기서 끝이다. (백호기에서) 우리는 손해 볼 게 없으니까 부딪히자. 너희는 최고다"라며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번지지 않게 아이들을 컨트롤했다. 새로운 동기로 타오른 아이들은 지역 강호들을 줄줄이 도장깨기하고 우승까지 도달했다. "작년 준결승에서 떨어진 뒤 우릴 응원해 준 전교생 앞에서 '내년엔 꼭 우승하겠다'고 공약을 했어요. 1년 후 약속을 지키고 전교생 앞에서 다시 서서 말했죠. '약속 지켰다'라고요."

"화려한 경력은 없지만,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싶어요"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감독은 지역 출신도 아니고, 프로 출신은 더더욱 아니다. 경기도 동두천이 고향으로, 축구도 대학교(광운대)까지만 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타지에서 고교 감독을 할 수 있었을까? 7~8년 전에 제주 표선 지역의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 그를 좋게 본 지인이 '이런 감독이 있다'라며 학교에 다리를 놔주었다고. 바른 철학으로 아이들을 지도해 온 진심이 풍미 좋은 와인처럼 세월 속에 숙성되어 전해진 것이다.

이른 나이에 축구를 그만 둔 강 감독은 "회사도 다니고, 장사도 해봤어요. 여러 가지 많이 해봤죠. 그런데 결국엔 돌아왔어요. 결국엔 축구더라고요. 아버지가 유소년 지도자라 이 길이 얼마나 힘든 진 저도 알아요. 지도자의 길을 일찍 걸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금이 행복해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지역 대회 2연패를 일군 대기고의 다음 목표는 전국 대회 8강이다.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거나, 보다 나은 진로의 길을 열어 주려면 최소 8강 이상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 리그, 도민체전 등 주어진 대회는 많다. 아이들의 모티베이션에 불씨를 댕긴 동기부여 전문가 강 감독은 부족하지만 자신 있다. 작은 성과가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에요. 아직도 해볼 게 많아요. 우리 아이들은 그럴 자격이 있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기고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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