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은 “요즘 빠진 취미는 러닝, 일생의 친구는 낚시”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브라운관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열일' 하고 있는 배우 박병은이 디즈니+ 첫 오리지널 메디컬 스릴러 《하이퍼나이프》로 돌아왔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 상황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극 중 박병은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한현호 역으로, 환자를 위하는 남다른 신념을 가진 의사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섀도 닥터로 살아가는 정세옥(박은빈 분)의 실력과 열정을 존경하면서도 그녀의 불법 수술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며 극의 깊이를 더한다.
강렬한 연기력과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정받아온 박병은은 영화 《암살》 《안시성》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시민덕희》 등에서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는 북한 요원 마상구 역으로 출연하며 액션과 감정 연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대본을 읽고 단숨에 작품에 빠져들었다는 박병은은 현호에 대해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선하고 악의 없는 인물"이라며 캐릭터의 매력을 전했다. 또한 "생명을 살리는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낌과 동시에 합법적인 수술을 하지 못하는 세옥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현 감독은 "극 중에서 현호가 가장 모범적이고 정상적인 인물인데, 주변 인물들이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 보니 오히려 현호가 다르게 보이는 포인트가 재밌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4월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병은을 만나 작품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하이퍼나이프》의 한현호 역할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안다.
"설경구 선배가 참여하신다고 해서 눈길이 갔다. 우연히 대본을 보고 그간 제가 했던 역들과 많이 달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중히 연락해 제안했다. 배역은 크지 않지만, 대본이 좋았다. 설경구 선배와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설경구, 박은빈과 연기했다. 소감은 어떤가?
"깜짝 놀랄 때도, 배운 것도 많았다. 배우로서 좋은 연기학원에 다녀온 느낌이었다고 할까. 박은빈은 감정을 쏟는 에너지가 대단했다.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배우였다. 현장에서 짜증 날 만한 상황에서도 늘 웃고 있는 애티튜드가 기억에 남는다. 설경구 선배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사랑하는 선배다. 어릴 적 오디션을 볼 때 《박하사탕》 속 선배님 대사를 그렇게 했었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땐 '실존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사석에서 처음 뵀는데 얼떨떨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형이라 부르지만, 간혹 형이라고 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하하."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설경구는 어떤 배우인가?
"연기도 연기인데, 일상에서의 모습도 존경스럽다.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아침 7시에 촬영이 있다고 치면 우리는 잠이 덜 깬 모습으로 현장에 오기 일쑤다. 그런데 선배님은 이미 두 시간 운동을 하고 땀을 쫙 빼고 미리 와 계신다. 부기가 하나도 없다. 그렇게 20년을 하셨다는 말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결코 어떠한 가르침이나 조언도 하지 않으신다. 프로들이 모인 상업 무대에서 프로가 프로에게 조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 또한 공감하는 말이다."
최근 영화가 작품 홍보차 유튜브에 많이 출연한다. 예능감이 좋다.
"유튜브의 파급력이 대단하더라.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초등학교 친구들도 댓글을 많이 달아준다. 한번은 중학교 선배가 댓글을 단 적이 있는데, '그때도 눈이 은은하게 돌아있었다'고 쓰셔서 엄청 웃었다. 독특한 사람이었다는 건데, 저는 잘 모르겠다. 요즘 들어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즘 유튜브에 많이 출연하면서 4차원 이미지가 강해졌다.
"성시경씨, 정재형씨, 나영석 PD님이 하는 유튜브에 출연했다. 촬영 같다는 느낌이 안 들고 편한 사람들과 술 한잔하면서 수다 떠는 느낌이었다. 재미있었다. 근데 그걸 업으로 삼으면 힘들어질 수도 있겠더라. 성시경씨 유튜브에 하정우 감독과 출연했는데, 간단히 술을 마시는 콘셉트였다. 촬영을 끝내고 나왔는데 대낮이더라. 둘이서 알딸딸하게 한참 걸으며 경리단길 근처 시장에서 소주 4병을 마셨다. 그리고 2차 가서 3병을 마시고, 3차에서 캔맥주를 마셨다. 25년을 알고 지냈는데 그날따라 유달리 깊게 대화를 했다. 서로 주파수가 맞았다고 할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강한 우정을 확인했던 날이다(웃음)."
취미가 많은 것으로 안다.
"요즘 빠진 취미는 러닝이다. 어디서든 운동화만 있으면 뛸 수도 있다. 지방 촬영을 가도 30분은 꼭 러닝을 한다. 빠질 수 없는 취미 중 하나가 낚시다. 최근에 1박2일 강화도 석모도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 일이 없을 때 낚시는 내게 친구 같은 존재였다. 일을 하면서 사람과 부딪치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철저히 혼자 하는 낚시가 좋았던 것 같다. 치유가 된다. 주변에 낚시하시는 분들을 보면, 낚시로 시작해 골프·사냥·오디오·사진 등등 취미를 한 바퀴 쭉 돌고 결국 다시 낚시에서 끝나는 분이 많다. 그만큼 낚시는 특별하다."
그간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배우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허진호 감독의 드라마 《인간실격》이었다. 그 작품을 보고 박병은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정확히 처음 알았다.
"맞다. 영화 《암살》이 제게 명성을 주었다면, 《인간실격》이 제게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준 작품이다. 그 작품을 주변에서 많이 언급한다. 실제로 촬영하면서 매 순간 그 캐릭터에 젖어있어서 묵직한 감정을 항상 안고 있었다. 지금도 울컥할 정도로 깊게 스며들어 있는 장면들이 있다. 이러다가 피폐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할 정도로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 늘 헛헛했을 정도다. 배우로서 감정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은 어땠나?
"큰형 같은 존재다. 큰 어른이 감싸주니까 내 치부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하이퍼나이프》를 함께 한 김정현 감독은 어땠나?
"무척 스마트한 분이다. 현장에서 선택과 결정이 너무 빨라서 매 순간 좋았다."
싱글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나?
"당연하다. 지금은 혼자니까 이런 생활을 즐기지만 결혼할 때가 되면 취미를 줄일 거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 언젠가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갖고 싶다. 아이를 둔 동료들을 보면 나만 외톨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부럽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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