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없다" "약값 없다"…동대문구 게임장 돌며 1억 갈취한 일당들

서울 전역에서 게임장 업주를 상대로 현금을 갈취한 일당 4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서울 전역에서 게임장 업주를 상대로 현금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018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동대문구 등 서울 전역 게임장 22곳에서 피해자 29명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방법으로 약 1억원을 갈취한 44명을 상습공갈 혐의로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동일 전력 및 상습성이 인정되는 2명은 구속하고, 나머지 42명에 대해 불구속 수사, 1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게임장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현금을 갈취하는 자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게임장이 관할 지자체나 경찰의 단속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이용해 게임장에 방문해 '돈이 없다', '밥값이 없다', '약값이 없다'며 상습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종업원에게 시비를 걸며 큰 소리로 행패를 부리는 등 소란을 피워 손님들을 내보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 중 2명은 '갈취범들의 행패를 막아주겠다'는 등 피해자들을 속여 1300여만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피의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이 게임장을 나가는 등 영업에 지장이 생기고,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장기간 피해를 당했다. A업소는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의자들로부터 2400만원을 갈취당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의자들의 보복과 시비가 두려워 진술을 꺼렸다. 또, 대부분 피의자는 검거·처벌을 피하고자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망치, 쐐기, 도끼' 등의 별명을 사용해 경찰의 피의자 특정을 어렵게 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진술 및 계좌이체 내역, 장부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최초 피해업소 확인 후, 추가 피해자 확인을 위해 서울 전역 각 구청에 등록된 게임장 현황을 파악했다. 이후 동대문구 5개소를 포함한 총 235개소 현장을 탐문해 추가 피해업소를 특정하고, 피해 게임장에서 확보한 장부 내역과 기재된 별명을 토대로 다각적인 수사를 통해 피의자들을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갈 등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경우에는 피의자들의 요구에 따라 돈을 교부할 것이 아니라 신속히 신고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에서 게임장 업주를 상대로 현금을 갈취한 일당 4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