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해법 떠오른 '지분형 모기지'…"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김효정 기자 2025.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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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3조 원 넘게 늘고 전세대출은 3년 만에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2025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3조 5000억 원 늘어 전월(1.7조 원)보다 증가 폭이 2배 확대됐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3조 3000억 원 증가한 1143조 7000억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시중 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의 모습. 2025.3.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분형 모기지' 구상을 내놨다. 개인이 주택을 매수할 때 공공투자분을 활용해 공동 구매하고 집을 팔 때는 지분율 만큼 시세차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실거주자들의 주거안정을 돕기 위한 정책이지만 적은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집값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택 구입시 주택금융공사가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을 오는 6월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에서 올해 6월까지 지분형 모기지 정책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금공 등 정책금융기관이 개인의 주택 구매시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매수자의 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개인은 자기자본과 공공투자분을 지분으로 활용하고 금융권 대출을 조합해 매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주택 소유권은 개인과 공공이 나눠 갖고 집을 되팔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지분대로 분할한다.

주택 구입시 필요한 초기 자본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된다. 예를 들어 현금 1억원(10%)을 가진 매수자가 은행에서 4억원(40%)을 대출받고 주금공이 나머지 5억원(50%)을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하면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매수자는 주금공 지분에 대한 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금융위는 이를 일반 대출 이자보다 낮게 책정해 월 부담금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제도가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인 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집값 상승 가능성이 있다. 주금공 투자 지분은 대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DSR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DSR에 잡히지 않고 사용료에 대한 원금을 상환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활용하면 가용 금액이 굉장히 늘어나서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충분히 가격 상승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료를 DSR에 포함하거나 무주택 여부, 소득, 자산 요건 등 모기지 활용을 제한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달라지는 수요 편차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필수다. 정부는 과거 토지임대부 주택, 공유형 모기지 등 유사한 제도를 여러차례 시도했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개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2007년 9월 군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높은 임대료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2013년 매각 수익과 손익을 모두 공유하는 방식으로 도입된 공유형 모기지는 도입 초기 시장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하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자 관점에서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은 경기 상황에 따라 이해가 엇갈리고, 공유형 모기지에서 보듯 수요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직접 분양에 수요가 집중되고 경기가 나쁠 때 공공과 지분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 설계가 주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의 발표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하향안정화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며 "한국 부동산 시장이 한 번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 시기인데 갑자기 내 집 마련에 대한 다른 경로를 만든다는 건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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