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된 ‘도쿄 집창촌’ 최대 위기...이유는 ‘이것’ 때문이라는데 [한중일 톺아보기]
일정 조건하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퇴폐적 성격으로 인해 각종 사회 문제와 범죄논란에서 항시 자유로울수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근래들어 이 거리를 생계무대로 삼는 업주들 사이 예전보다 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합니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집에 대해 경찰의 단속이 부쩍 늘면서 관련법 위반 혐의로 업주들이 체포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마이니치 신문은 업주들 사이에서 “언제 경찰이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그런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토쿠류란 일본어로 ‘익명’(토쿠메이·匿名)과 ‘유동’(류도우· 流動)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로, 최근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익명·유동형 범죄형태 또는 조직”을 뜻합니다.
이들은 야쿠자 등 기존 범죄조직과 달리 조직원들이 고정돼 있지 않은채 일회성으로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공범을 모집,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SNS의 익명성과 유동성을 악용하다 보니 2030 젊은층이 많이 연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3년 전부터 일본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토쿠류 범죄는 경찰의 단속으로 지난 3월까지 최근 1년간 일본 전역에서 체포된 인원이 1만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호스트 클럽을 찾은 여성들이 소위 ‘악질 호스트’의 술수에 넘어가 거액의 빚을 지게 되면, 토쿠류 알선업자가 SNS를 통해 이 여성들을 모집해 소프랜드에 소개해줍니다. 소프랜드는 이들에게 알선비 명목으로 수익의 일부를 지급합니다.
그렇게 호스트는 빚 회수, 토쿠류는 리베이트 수익 확보, 그리고 소프랜드는 인력 확보라는 착취형 삼각 구조가 완성됩니다. 예전에 없던 형태의 범죄조직이 독버섯처럼 번지며 호스트 클럽, 성풍속 산업과 연계해 협박·착취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익명성과 유동성이라는 특징으로 범죄 적발이 쉽지 않자, 일본 경찰은 여성들을 알선 받는 측인 소프랜드를 단속함으로써 범죄 확산을 막으려하는 것 입니다.
도쿄 경시청은 지난 1월 대형 토쿠류 알선 그룹의 실태 파악을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습니다. 또 일본 정부 차원에서는 익명뒤에 숨은 범죄 혐의자들을 특정하기 위해 통신 사업자들에게 통신 이력 보존을 의무화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러던 중 알선업자들의 범죄 연루 가능성이 토쿠류 범죄 확산과 함께 어느때보다 높아졌고, 이로 인해 영업을 아예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주들도 알선업자들과의 관계를 하나 둘 끊고 있다는 후문 입니다.
15년째 요시와라에서 업장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채용 잡지나 인터넷으로도 모집하지만 결국 알선업자들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게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며 “많을 땐 인력의 70~80%를 소개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최근 토쿠류에 연루되는 알선업자들이 늘면서 이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거래 못한다고 업자들 모두에게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시와라 업주들이 알선업자들과 결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갈수록 엄격해지는 경찰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또 한가지 이유는 알선업자에게 지불하는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부담 입니다. 중개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거둔 매출의 15%를 영구적으로 알선업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A씨는 “여성들의 출근 횟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요구하거나, 자문료를 받는 경우도 있어 부담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 달에 알선업자에게 500만엔을 준 적도 있다” 며 “영수증을 받아 광고비 명목으로 처리했지만 국세청이 문제 삼을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고 털어놨습니다.
A씨와 달리 알선업자들과 거래하지 않아왔다는 업주 B씨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쪽이 더 안정적이다. 직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업주들 절반 이상이 그간 관행적으로 알선업자들과 거래해온 상황에서 이 비중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미지수 이며, 모든 업주들이 알선업자와 절연할 수 있을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당시 에도 막부는 매춘을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제한하기 위해 에도의 요시와라, 교토의 시마바라, 오사카의 스미요시 등 특정 지역을 ‘유곽’(遊廓)으로 지정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요시와라는 에도 후기부터 메이지 초기까지 약 100년간 전성기를 누렸지만, 근대화 이후 조금씩 쇠퇴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명칭을 두고 터키 정부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외교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1980년대 중반이후 부터 터키탕 대신 현재의 ‘소프랜드’라는 명칭이 쓰이게 된겁니다.
사실 소프랜드는 현재 일본에서 법적으로는 홍등가, 즉 성매매 업소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1956년에 이미 성매매는 불법화 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소프랜드는 ‘풍속영업법’에 따라 특수 욕탕으로 분류돼 업주와 종업원은 계약상으로는 “목욕 서비스 제공”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공중 목욕시설로 등록돼 있어 일정한 합법성을 부여받고 있는 겁니다.
즉, 목욕 서비스 형태로 신체 접촉을 허용하되, 삽입 행위가 없으면 불법이 아니라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법적 회색지대’를 이용해 존속해온 것입니다.
조직범죄 등 반사회 집단의 연루 가능성, 그리고 여성 종업원 모집을 둘러싼 불법 관행에 대한 단속 강화속에 산업 자체는 축소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선진국 최저 여성인권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합법의 외피를 쓴 채 ‘법적 회색지대’를 비집고 명맥을 이어온 산업도 시대변화 앞에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관행이든 착취의 통로가 되고 폭력의 은폐막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으로 보입니다.
에도시대 중심지였던 ‘나카노초 거리’는 아직까지 당시 정취가 일부 남아있고, 특히 마을회관은 극중 서점을 모티브로 한 관광안내소로 리뉴얼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요시와라의 양가적 풍경 속에서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업계는 그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살아왔다. 앞으로 뭔가를 홍보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업태를 변화시키고, 요시와라에서 이어진 거리의 불씨는 그래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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