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탈락시킨 마지막 선수' 정수빈 "큐 잡는 순간 운명 느꼈죠"[스한 위클리]
[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24-2025 여자프로당구(LPBA) 시즌은 김가영(하나카드)의 독무대였다. 그는 지난 3월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남녀 통산 최다 14회 우승, 남녀 최초 7개 투어 연속 우승, 여자부 최초 월드챔피언십 2연패, 남녀 통합 최다 월드챔피언십 3회 우승, 남녀 최다 38연승 등 수많은 대기록을 써냈다.
이런 '여제' 김가영에게 마지막 탈락의 아픔을 안긴 선수는 프로 3년 차에 불과한 25세의 신예 정수빈(NH농협카드)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통계학과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그는 해당 대회에서 커리어 첫 4강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시즌 중인 4월, 정수빈은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당구장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김가영과의 맞대결, 그리고 당구와 함께한 삶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비시즌에도 하루하루 준비 중…더 치열하게 연습
정수빈은 프로 3년 차인 2024-2025시즌에 아름답게 빛났다. NH농협카드에 입단해 팀리그에 처음 참가했고, 시즌 2차 대회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에서 김가영을 꺾고 첫 4강, 상위 32명의 선수만 출전하는 월드챔피언십에서는 16강에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커리어 최고 성적을 냈음에도 시즌이 끝난 지금도 그는 쉬지 않고 연습에 매진 중이다.
"시즌 때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 6월 새 시즌이 시작되니 5월 말에는 완벽히 준비된 상태여야 하거든요. 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구력이 짧은 만큼 그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죠."
통계학 전공에서 당구장 아르바이트까지…우연한 큐, 그리고 운명
정수빈은 숙명여대 통계학과 2학년 재학 중에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당구를 접했다. 하지만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엔 전혀 흥미가 없었어요. 그러다 1년 반쯤 지나 우연히 큐를 잡았는데, 실력은 부족해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나 이거 좋아해서 계속 하겠다' 싶었어요."
이에 그는 학교를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당구의 길로 가고자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간 연습했지만, 실력이 크게 오르지 않아 수차례 고민도 했다.
"실패하면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죠. 정말 힘들었어요. 휴학 후 연습 2년 차까지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어요. 고민이 많이 됐지만 연습량을 더 늘리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올라가는 실력을 확인하며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딸이 휴학하고 당구선수를 한다니 부모님도 처음에는 놀라면서 반대하셨지만 그래도 저를 믿고 기다려주셨고, 지금은 너무나 좋아하세요(웃음)."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공 앞에서는 집중력 끝판왕
정수빈은 이날 인터뷰 후에도 바로 연습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창 재밌을 게 많은 나이에 당구에 집중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1시간 이상 쉬지 않고 연습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한 번에 2~3시간은 계속해서 할 수 있어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노력하죠. 쉴 때는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예능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로 힐링해요. 특히 '이혼숙려캠프'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좋아해요(웃음)."
김가영 언니와의 64강, 지금도 '생생'
정수빈은 2024-2025시즌 가장 좋은 성적인 4강을 기록한 2차 대회 64강에서 김가영을 만났다. 25점 단판 승부에서 김가영에 14이닝까지 12-2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15이닝 하이런(한 이닝에 기록한 최고 점수) 7점, 16이닝 6점을 쓸어 담으며 두 이닝 만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후 김가영은 나머지 7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며 LPBA 역사상 전무후무한 시즌을 완성했다. 정수빈은 그 대기록에 '마지막 흠집을 낸 선수'로 남게 됐다.
"(김)가영 언니는 저와 맞붙었을 때에도 정말 잘 쳤어요. 그런데 당시 저도 평소보다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7점 하이런을 칠 때까지만 해도 원래도 경기 중 한 번은 높은 점수의 하이런을 기록해봤기에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공격에서 또 점수를 몰아쳐 승리까지 2점을 남겼을 때 느낌이 왔어요. 마지막 1점을 남기고서는 '이걸 치면 이긴다'는 생각이 드니까 엄청 떨리더라고요. 타임아웃까지 써가며 신중하게 쳤고,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 없어요."
정수빈은 이후 펼쳐진 김가영의 독주에 대해서 다른 여자 선수들이 본받을 점이면서도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히 저를 포함해 반성해야 합니다. 언니의 연속 우승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을 비시즌인 현재 계속 머리에 두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가영 언니와의 맞대결에서는 제 능력 이상으로 잘 치고 흐름과 공 배치도 따라와 줘야 했어요. 그 격차를 점점 줄여야죠."
당구는 삶…나이 들어도 계속 도전
정수빈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나에게 당구란'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잠시 고민한 뒤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구는 제 삶이에요. 은퇴하더라도 계속 칠 것 같아요. 그만큼 제 인생에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선수 생활도 할 수 있을 만큼 오래 하고 싶어요. 당구는 나이 들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실력이 늘고 전성기를 향해 가니까요. 많은 공을 마주하면서 쌓이는 데이터와 상황별 경험들이 공을 더 잘 칠 수 있게 만듭니다. 지금은 당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다가오는 시즌에도 지켜봐주세요."
2024-2025시즌, 김가영에게 '마지막 탈락'을 안긴 정수빈. 이제 그는 새로운 시즌을 향해 조용히, 하지만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그녀가 또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LPBA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머슴 부부 아내, "남편 불륜 관계 녹음까지"…이혼 못하는 이유 '과거 상처' ('이혼숙려캠프') [스
- 블랙핑크 리사, 손바닥만 한 상의+한 줌 허리 "파격" - 스포츠한국
- ‘야당’ 강하늘 “실감 나는 마약 후유증 연기? 외국 다큐멘터리 참고해”[인터뷰] - 스포츠한
- 허가윤, 화이트 비키니 입고 구릿빛 몸매 자랑… '현실 모아나' - 스포츠한국
- ‘미스터트롯3’ 眞 김용빈, 20년 만에 핀 꽃… ‘대세’ 트로트 가수로 우뚝 [스한:초점] - 스포
- '보물섬' 홍화연, "100대 1 경쟁 뚫고 여주 발탁? 너무 기뻤죠"[인터뷰] - 스포츠한국
- 하정우 감독 “출연 배우들이 ‘로비’ 통해 연기적으로 새역사 쓰기 바랐죠”[인터뷰] - 스포츠
- 수빈, 비키니 입고 한 껏 업된 애플힙+극세사 각선미 자랑… 몸매 美쳤네 - 스포츠한국
- 박형식·변우석·김성철, 연기 내공으로 증명한 존재감… ‘91년생 전성시대' 왔다[스한:초점] -
- 하정우가 택한 뮤즈 강해림 "대선배들 연기 마법 펼쳐진 현장, 정말 행복했죠"[인터뷰] -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