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송, 산불 그 후…멈춘 관광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다

서충환 기자 2025. 4. 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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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폐쇄·달기약수탕 화재로 상권 마비…상인들 “생존권 위협” 호소
“고향 회복에 동참하는 여행”으로 전환…체험형 관광·직접 지원 확대 추진
주왕산국립공원 대부분의 구간이 입산통제 되면서 사계절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청송 주왕산 상가에 인적이 끊겼다. 상인들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서 통제 해제를 호소하고 있다. 서충환 기자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청송 주왕산으로 번진 여파로 주왕산국립공원 탐방로 곳곳이 폐쇄되자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한 달 3만 명 이상이 찾는 봄철 관광 피크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18일 찾은 주왕산은 입구 식당가 등 30여 개 상가가 '개점휴업' 상태다. "점심시간인데도 인근 식당가나 카페에 손님이 한 명도 없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용연폭포 코스는 비교적 온전한데, 잘 못 알려져 산 전체가 탄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왕산 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상훈 씨(51)의 푸념이다.

주왕산국립공원 측은 이번 산불로 인한 안전 점검과 산사태 우려 등으로 폐쇄했던 탐방로 전체 구간 중 1km 남짓만 지난 14일 개방한 상태다. 학소대·용연폭포·절구폭포 등 인기 코스를 포함한 대부분은 여전히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일반 관광객이 잘 가지 않는 지역이 피해지역 대부분인데 전면 통제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안전을 위한 통제라는 건 이해되지만 그동안 우리는 뭘 하면서 살라는 말인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인데 가능한 빨리 통제를 풀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주봉을 비롯한 관광객 선호 코스만이라도 다음 달 안에 개방할 수 있도록 피해지 복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이 폐허로 변한 달기약수탕. 서충환 기자
청송군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달기약수탕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32개 상가 중 21곳이 전소되거나 파손돼 전통이 깃든 약수탕 상권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평생을 일군 상가가 전소됐는데도 정부에서 매뉴얼로 정한 보조금은 고작 300만 원이라고 한다. 화재보험에 가입된 상가는 4곳뿐이고, 세입자도 5가구나 되는데 이분들은 더 막막하다" 윤희칠 달기약수탕 번영회장의 말이다.

청송군은 이처럼 얼어붙은 지역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출향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향 방문을 요청할 계획이다. 단순한 관광이 아닌, '고향 회복에 동참하는 여행'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관광 활성화 대책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존 단체관광객 인센티브 사업의 지원 대상을 가족·소규모 단위 개별 관광객까지 확대하고, 청송사랑화폐나 특산물 꾸러미 등으로 숙박·식사 소비에 대한 직접 지원도 추진한다.

훼손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자원도 단순 복원이 아닌 '지질관광 콘텐츠'로 재해석한다. 피해지역을 테마로 한 관광 기념품 제작과 수익의 지역 환원,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꽃심기·묘목 심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을 설계 중이다.

윤경희 군수는 "청송군이 보유한 소중한 관광자원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평소 관광객들이 아끼면서 찾아주던 주왕산 계곡이나 주산지, 신촌약수탕 등 온전하게 둘러볼 만한 곳이 더 많다"며 "국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청송이 옛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출향인들의 고향 관광지 방문 소식도 들려온다. 청송 파천초 40회 동기회는 올해 봄 나들이 장소를 속리산에서 고향 청송으로 바꿨다. "고향이 어렵다는데 우리가 먼저 가야지요." 소박한 선택이 지역 회복의 물꼬가 되길, 청송은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