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학교·학원 보내기 무서워요!” 날벼락 땅꺼짐 부모는 애가 탄다 [세상&]
인근 주민들 “동네 산책도 무서워 못해”
빛가온초 학부모들 “자녀 등·하교 불안”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지난 18일 오전 8시30분께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일대. 흐린 날씨만큼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곳곳에 배치된 경찰과 시청 관계자 등이 주변 교통을 관리하고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어린이천문대 앞까지 왕복 6차선 도로 800여m 구간은 통제돼 있었으며, 구간 시작 지점에는 ‘진입 금지’ ‘직진 금지’ 등의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던 구간 너머로는 망가진 방음벽과 기울어진 컨테이너, 철제 자재 등이 보였다. 이곳에선 지난 11일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로 근로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종자 수색 등을 위해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구급 차량과 각종 소방 장비 등은 현재 대부분 철수된 상태이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수백미터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주 중인 60대 A씨는 “또 땅밑이 꺼지는 일이 생길까봐 집밖에 발걸음 한번 내딛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평일 오전마다 일직수변공원을 돌며 운동을 해왔다는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분간 공원 산책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시에선 추가 붕괴 위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걸 100% 믿기는 어렵다. 그냥 하루종일 안전만 걱정된다”라고 털어놨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 B씨는 “나보다도 가족들의 걱정이 많다”면서 “서울에 사는 아들, 딸로부터 매일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온다”라고 했다. B씨는 자녀들이 사고 이후 그에게 이사를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B씨는 “추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사상자가 나온 이상 마음이 찜찜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면서 “나뿐 아니라 이웃들도 사고와 주민 대피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사고 현장 인근에는 초등학교도 위치해 있어 학생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다. 빛가온초등학교는 사고 현장과 불과 50여m 거리인 데다 운동장에 미세한 균열이 발견돼 지난 14~15일 이틀간 휴교하고 안전진단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오후로 빛가온초등학교 정문 앞은 자녀의 등·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교사와 학교안전지킴이 등이 학생들의 하교 지도를 돕기도 했다. 정문 바로 옆에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크레인 작업이 한창이었다. 좁은 길목에 도로 순찰 차량이 오가기도 했다.
자녀의 손을 꼭 잡고 신호등을 건너던 학부모 이모 씨는 “안전요원들이 많아도 아이를 혼자 등·하교시킬 순 없었다”면서 “상황이 완전히 수습될 때까진 계속 아이를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C씨는 “원래는 아파트 단지랑 초등학교가 가까운 게 이 동네의 큰 이점이었다. (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안전에 관해선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면서 “학교 앞에 아이들 덩치보다 훨씬 큰 크레인이 왔다갔다 하는데 어떤 부모가 맘 놓고 학교, 학원을 보낼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공사 현장을 피해 가기 위해 우회경로로 자녀를 등·하교 시킨다는 차모 씨는 “더이상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 근처로 아이 학원도 보내고 있어 불안함이 쉽게 사그라들진 않는다”면서 “아이가 친구들이랑 학교·학원을 마음껏 다니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를 수사하는 전담팀을 두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최근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경찰은 조만간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감리사의 관계자, 그리고 현장 소장 등 핵심 인력 등을 소환 조사하고 책임이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공사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포렌식 작업에 돌입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사고 발생 전 붕괴 전조 증상이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붕괴 전후 상황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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