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더 이상해진다...AI가 똑똑해진 날부터

강다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2025. 4. 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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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캠페이너 연속 기고 ④]

[미디어오늘 강다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서울의 화력발전소. ⓒ그린피스

대한민국이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속에 그린피스 캠페이너들의 고민과 해법을 지면에 소개합니다. 기후 위기와 생태 이슈가 언론계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 주요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연재는 총 7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일상에 스며든 AI, 공짜는 아닌 이유

요즘 챗GPT를 써서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로 프로필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은 전 세계 인구의 10%가 챗GPT를 한 번 이상 사용해 봤다고 밝혔다. 이는 약 8억 명에 달해, 오픈AI 사용자 수가 불과 몇 주 만에 두 배로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AI는 사진 변환뿐만 아니라 고민 상담부터 운세, 사주 풀이, 점심 메뉴 추천까지 마치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처럼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AI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AI칩과 반도체,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문제는 데이터센터 구동과 반도체 생산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산할 경우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전력 사용에 재생에너지 활용 100%를 뜻하는 RE100에 일찍이 가입해 재생에너지 확보에 수십억 달러씩 투자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AI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해 2024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사용 전력의 50%를, 2027년부터는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1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탄소, AI 칩 제조로 인해 발생

그린피스는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AI) 시대의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AI 수요에 따른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 소비는 2023년 218GWh에서 2024년 984GWh로 350% 이상 증가했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9만 9200톤에서 2024년 약 4배 증가한 45만 36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2030년에는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최대 3만 7238G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23년 AI 칩 제조 전력소비의 170배에 달하는 양인데, 이러한 대규모 전력을 화석연료 발전소에 의존해 생산한다면 탄소배출량은 최대 1600만톤을 넘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는 AI칩에 들어가는 GPU와 HBM의 주요 제조 기업이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데, 동아시아 전력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AI칩 제조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에 HBM을 납품한다. 사실 이들 기업 역시 RE100에 가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반도체 공장 전력은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RE100으로 가는 길이 구만리인데, 이 와중에 한국 정부는 반도체, 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 산업단지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승인됐다. 또한 인근 지역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G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AI 산업의 성장과 가능성에 대한 무수히 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라는 수식어와 함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책과 투자, 각종 단체와 정치인들의 발언까지도 빼곡히 화두에 오른다. 하지만 화석연료 기반의 AI 산업이 가진 한계, 즉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아직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찾기 어렵다.

이는 마치 산업혁명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 산업혁명 당시 공해와 아동 노동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가 심각해지자 점차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규와 공해를 규제하는 법이 등장했다. AI 역시 시대의 흐름을 뒤바꾸는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기술 발전이 곧바로 사회적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AI 산업이 가져올 풍요와 기술 발전만을 조명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기후·환경비용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19세기 산업혁명과 2025년의 AI 혁명의 한 가지 다른 점은, 현재의 우리가 기후위기의 '티핑 포인트'의 코앞에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을 넘어선다면 기후위기로 인한 수많은 위험을 막을 수 없다. 기후재난은 더 많은 인명 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낳을 것이다. 생태계 파괴는 식량 위기로 이어져 또다시 인명 피해로 돌아온다. 이는 경제위기로도 이어진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지난해 3월 기후변화가 인플레이션을 악화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내놨다.

▲'더 이상 새로운 가스발전소는 안된다'는 피켓을 든 그린피스 강다연 캠페이너. ⓒ그린피스

AI 혁명은 재생에너지로

AI 혁명이 불러올 재앙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이다. 한국 정부가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새로운 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나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의 80배 넘는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스 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일산화탄소, 유해 물질인 질소산화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AI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혁신을 이루려면,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은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대응, 삼성 등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탄소 경쟁력 확보,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그리고 정부가 전 세계에 약속한 메탄 감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우리는 '벚꽃이 폈는데 눈이 내린다', '갑자기 산불이 무섭게 심해졌다', '공기가 탁하다'며 이미 기후가 이상해져 일상을 위협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는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를 심화시키는 화석연료 기반의 성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라는 반도체 산업도 정작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 드리운 기후 위기와 그 영향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이는 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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