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도 안 아깝다, 지르자”…소장욕구 자극한 작품들, 해외큰손도 열광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20개국 41개 갤러리 참가해
미래 블루칩 작가 작품 소개
美·英·日 등 해외 큰손 열광
전통적인 회화·조각뿐 아니라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매체 어우러져 ‘눈길’
톰 삭스는 끊임없이 혁신적이고 체제 전복적인 작가로, 공학기술과 디자인 산물을 정교하게 브리콜라주로 재제작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4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기획전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에서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대표작 200여 점을 전시 예정이다. 이번 아트 오앤오에서는 그의 작품 4점이 관람객과 만났다. 특히 스피커와 주류 등을 함께 설치한 ‘Model Ninety Three’(2023)는 3880만엔(약 3억8600만원)에 출품돼 고가 작품 중 하나로 이목을 끌었다.
아트 오앤오는 지난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다. 대부분의 대형 아트페어는 100~200개가 넘는 갤러리들 부스가 다닥다닥 붙어 경쟁적으로 작품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아트 오앤오는 40개 안팎의 갤러리만 초청해 각 부스를 하나의 ‘전시장 속 전시장’처럼 꾸밀 수 있도록 공간을 널찍하게 구성했다. 덕분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갤러리스트들과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는 여유가 있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신진 작가들 작품과 블루칩 작가들 작품이 한 데 어우러지고, 3년 미만의 신생 갤러리부터 에스더쉬퍼·마시모데카를로 같은 글로벌 화랑까지 폭 넓게 참여한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올해는 출품작의 장르나 매체도 더욱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회화, 조각은 물론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도 대거 나와 새 주인을 찾았다.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는 “통상적으로 잘 안 팔릴 것 같은 대형 설치 작품이나 국내에서 생소한 작가들 작품이 먼저 팔렸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확실히 신선한 작품,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려는 컬렉터들이 많이 찾아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회화·영상·3D 프린팅을 결합한 노상호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홀리-중력과 은총’이다. 아라리오갤러리에 따르면, 이 작품은 VIP 프리뷰 개막 직후 3500만원에 바로 팔렸다. 그동안 주로 대규모 설치 작업을 해온 백정기 작가가 이번 아트 오앤오 출품을 위해 특별 제작한 소형 설치 작품 2점도 새 주인을 찾았다. 재료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온 백 작가는 과학적 실험과 예술적 결과물로 이어지는 작업을 작가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손수 만들어 가는 과정과 시각화되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는 오는 4월 18일부터 8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고, 대표 연작인 ‘is of’을 비롯한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태국의 SAC갤러리 부스에서는 사리나 사타폰의 영상 설치 작품이 마법 같은 연출로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쉽게 무시 당하는 도시 노동계급을 주제 삼은 이 작품은 그냥 보면 평범한 흰색 전광판이지만, 거울로 비춰보면 5분 짜리 영상이 나타났다. 독일의 갤러리 징크 부스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터키 작가 에르칸 오즈겐의 비디오 작품이 상영됐다.
또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갤러리 제로원은 이번 아트 오앤오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작업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아트, 설치 작품 등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루도비카 로시 제로원 프로젝트 리더는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조명을 받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아트 오앤오에 참여하게 됐다”며 “특히 디지털 작품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판매한다. 거래가 이뤄지면 작품의 소유자임을 입증하는 인증서가 작가의 지갑에서 구매자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는 선판매를 포함해 김시안 작가의 출품작 3점이 완판됐고, 최근 갤러리 기체에서 아라리오갤러리로 옮긴 ‘완판 작가’ 옥승철 작가의 신작 회화 ‘헬멧’도 2700만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에이라운지를 통해 완판을 기록한 1997년생 작가 이코즈는 올해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국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둔 폰톤 갤러리에선 우주를 배경으로 선 한 인간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크리스 리버스의 작품 2점이 한 시간 만에 판매됐다. 작품 가격은 각각 7250달러(약 1060만원)였다.
기체 부스에서도 건축물의 기하학적 요소를 물감 번지듯 묘사한 독특한 화풍의 황원해 작가 작품 9점이 전부 팔렸다. 일례로 신작 ‘Molding’은 1080만원에 거래됐다. 포르투갈의 대형 갤러리 두아르트스퀘이라는 1988년생 영국 작가 톰 하우스의 ‘Hudding Together Under The Umbrella’를 1만6500파운드(약 3100만원)에, 1987년생 영국 작가 에드먼드 브룩스 벡맨의 ‘Shadow Pulp’를 2만파운드(약 3800만원)에 판매를 완료했다.
단순한 형상과 색감,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곁눈질하는 인물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안드레 부처의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두아르트스퀘이라 부스 정면에 걸린 원화 대작 ‘Untitled’(2022)는 17만유로(약 2억7600만원)에 나왔고, 미국의 니노마이어 갤러리 부스에서도 원화 작품이 수천만원대에 출품됐다. 1홀 입구에 마련된 독일 아트북 출판사 타셴 부스에서는 부처의 판화 작품 4종을 판매했다. 각 작품은 단 100점만 제작된 것으로 부처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고, 1점당 5000달러(약 715만원)에 판매됐다.
전시장 곳곳에서 열린 특별전도 주목을 받았다. 김희근 전 한국메세나협회장(벽산엔지니어링 회장)과 윤영준 이젤 대표 등 컬렉터들의 소장품들로 꾸며진 전시 부스는 초보 컬렉터들로 북적였다. 특히 김 회장의 부스에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드로잉 시리즈와 백남준, 요셉 보이스의 주요 작품이 전시돼 인기를 끌었다. 또 최수앙 작가의 인체 조각 연작을 펼친 특별전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홀2에서 진행된 특별전 ‘Sensorium: Back to Play’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박주원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에서는 노상호, 전현선, 태국 작가 사리나 사타폰 등 현대미술 작가 3명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음식을 선보였다. 전 작가의 작품 속 기하학 도형은 디저트가 됐고 보는 것과 의식의 차이를 탐구한 노 작가의 작품은 물처럼 투명한 와인으로, 사타폰 작가의 작품은 태국의 의식과 관련한 망고라이스로 재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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