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참외 농사, 이제는 허리 굽혀서 일 안 해도 됩니다"
"참외 농사도 이제는 허리 굽히지 않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참외는 땅에서 키우는 과채류인데 어떻게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요즘 어떤 연구를 하는지를 취재하다가 관계자로부터 참외를 서서 재배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라는 말을 듣고는 너무 궁금해서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는 성주군청이 있는 성주읍에서도 한참 떨어진 대가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구소 옆으로는 저 멀리에 가야산이 있습니다.
대구MBC에서 차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했지만, 현장을 빨리 보고 싶어 사무실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온실로 향했습니다.
대형 온실에 들어서자, 공중에서 자라고 있는 푸른 덩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랗고 향긋한 참외가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참외 어린 모를 땅이 아닌 상하 이동이 가능한 시설에 심은 뒤 수분과 양분을 줘가며 공중에서 키우고 있는 겁니다.
이래서 서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구나!
"노동 시간을 절반이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노동 시간을 절반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시설을 둘러본 참외 재배 농민으로부터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전경훈 경북 성주군 대가면(참외 농사 경력 15년) "참외라는 작물이 워낙 손이 많이 가요. 기존에 하던 포복 재배 같은 경우에는 엎드려서 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까 허리가 또 다리가 관절이 많이 상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이제 서서 일을 하다 보면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노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절감된다고 볼 수 있고요."
이 기술은 고질적인 인력난과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환경 악화에 시달리는 농민들을 위해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농촌진흥청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참외 하향식 수직 재배'.
연구소는 수직 재배의 특성상 같은 면적에 생산량은 3배, 소득은 5배나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서영진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연구소장 "현재 노동 시간은 991.7제곱미터(300평)에 약 222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 시간 중에 수확이 35% 정도를 차지하는데 수직 재배를 할 경우에는 수확과 관련된 노동 시간을 크게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화를 통해서 온도 관리, 환경 관리 이런 것들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절반 이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배 주수도 좁은 면적에서 많이 식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3배 이상 생산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에는 현재 52% 정도 되는 소득률을 90% 이상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 기술을 차차 개발할 계획입니다."
연구소는 농민들이 이 기술을 도입할 때 초기 투자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농가가 갖고 있는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경영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기업, 대학과는 수직 재배에 적합한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영진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연구소장 "2025년부터는 농촌진흥청과 TF팀을 만들어서 현재 참외 농가에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 형태에 적합한 그리고 보다 저가의, 농가에서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함께 개발해 나갈 계획입니다."
"참외 농사에도 로봇을 쓸 때가 머지않아 올 겁니다"
바로 옆 온실에서는 로봇이 온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참외 생육 상태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소는 인공지능 기반 협동 로봇을 참외 농사에 도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육이나 과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확 시기를 예측하는, 이른바 수확용 협동 로봇에 관한 연구라고 합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실시간으로 참외 수확 가능 여부를 판별하고, 수확 시기 예측을 통해 최적의 생산 전략을 세움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참외 모 접목 작업도 앞으로는 로봇이 할 겁니다"
한해 참외 농사는 접목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경북 성주군에서만 연간 2천만 개의 참외 접목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참외 접목 작업은 접목을 오랫동안 해 본 사람들이 주로 하는데, 이 분야 역시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는 영상 기반 접목 로봇을 참외에 적용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로봇으로 접목하는 걸 보여주기도 했는데 순식간에 접목이 이뤄지는 게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연구소는 로봇으로 접목하면 시간당 800개를 할 수 있어서 연간 61억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서영진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연구소장 "앞으로는 농촌진흥청과 더불어서 노동 시간 투하가 많은 선별 포장 작업의 자동화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고령화와 인력난, 이상기후가 불러온 위기에 직면해 있는 농촌을 위한 이런 기술 개발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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