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 88주기, 진혼 퍼포먼스 연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권근영 2025. 4. 1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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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은 내가 죽은 날이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날아올랐다.”

시인 이상(1910~37)을 대신한 시인 김경주의 낭독, 진혼하듯 방울을 울린 원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이상의 연인 금홍으로 분해 전시장을 거닌 배우 심은우, 그리고 안상수는 오른손으로 즉흥 이미지를 그리고 왼손으로 이를 실시간 촬영해 전시장의 스크린에 띄웠다.

안상수 개인전 ‘날개.이상: 홀려라.홀리리로다’가 17일 서울 신세계갤러리 청담에서 개막했다. 이상의 88주기 되는 날이다. 개막 전날 밤 ‘소릿제사’라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안상수체’(1985)를 개발한 타이포그래퍼 안상수는 오랫동안 이상에 홀려 있었다. 마흔 즈음부터 이상의 대표작 ‘날개’를 자호로 썼다. 전시장엔 한글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과 함께 ‘이상에의 유쾌한 최경례(最敬禮)’(사진)도 걸었다. 한쪽 눈을 가린 채 이상에게 인사하는 안상수 자신의 모습이다. 손으로 한눈을 가린 인물 사진, ‘원 아이(one.eye)’ 프로젝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1988년부터 만나는 이에게 이 포즈를 청해 사진 찍은 뒤 블로그(ssahn.com)에 올린 게 9999건이 쌓였다.

안상수는 “단순한 재미로 시작한 작업이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이미지들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냈다”며 “1만 번째는 자화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일목요연, 전시는 한쪽 눈을 가린 채 더 깊은 세상을 봐 온 안상수가 오랜 세월 꾸준히 홀린 것들 그 자체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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