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예술, 사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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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열리는 사진전
흔히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사진가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정지해버린 장면의 명징하고도 아름다운 찰나가 한 편의 시(詩)처럼 수많은 감정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4월의 봄날에 시작하는 두 개의 사진전이 우리를 그 신비한 찰나의 순간으로 초대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이지만 인간의 욕망 때문에 곧 사라질지 모르는 찬란하고 위대한 지구의 모습을 담은,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인간을 둘러싼 모든 섬세한 관계와 조화를 이야기하는 사진들과 함께 봄날의 시 한 편을 떠올리길.
![라그나르 악셀손의 북극 풍경. [사진 충무아트센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558734avfb.jpg)
![‘고요한 찰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펜티 사말라티의 작품. [사진 공근혜갤러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600266sncx.jpg)
이번 전시에는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미국 출신의 작가 4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사진은 접근하기 어려운 지구의 극한 지역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대자연, 그리고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함께 담아내면서 지구가 맞닥뜨린 기후환경 위기를 함께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전시 면면을 보면 우선 아이슬란드 사진기자협회에서 20회 이상 수상하고 ‘올해의 사진가’로 네 차례 선정된 라그나르 악셀손의 작품 46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아이슬란드, 시베리아, 그린란드 등 북극의 외딴 지역에서 사람, 동물, 자연을 기록해 온 동시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그의 흑백 사진은 북극의 척박한 환경에서 인간이 겪는 본질적인 경험을 생생하게 포착하면서 극지방 주민들과 그들이 직면한 전례 없는 급격한 기후 변화를 조명한다.
![닉 하네스는 두바이 풍경으로 현대 문명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사진 충무아트센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601996tsjr.jpg)
벨기에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겐트 왕립예술학교 교수인 닉 하네스는 시각적 은유와 유머를 빌려 현대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특히 1960년대 먼지만 날리던 무역지대에서 최첨단 도시로 변모한 두바이의 모습을 조명했는데 사막에서 스키를 타고, 고드름이 매달린 얼음카페를 즐기는 아이러니한 풍경들이 현대 문명의 극단적 양면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2019년 서울 전시에서 플라스틱을 가득 물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새의 모습을 포착해 큰 반향을 남겼던 미국 작가 크리스 조던의 작품이 소개된다. 그는 지난 4년간 남아메리카 최남단 지역인 파타고니아에서 지내며 해안가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담는 ‘황홀한 폐허’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의 최신작들을 볼 수 있다.
![자이언트 판다 서식지대를 촬영한 마르코 가이오티. [사진 충무아트센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603505zvng.jpg)
회화나 조각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 장르를 적극적으로 조명하며 현대미술의 중요한 한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온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대표는 지난 20년간의 여정을 기념하는 전시에 두 작가를 초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6년 파리의 이봉 랑베르 갤러리에서 인턴을 할 때 포콩의 작품을 처음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 서울로 돌아가면 꼭 전시를 열어 국내에도 알려야겠다 결심했고, 2003년에 포콩의 한국 에이전시를 맡으면서 2005년 공근혜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펜티 사말라티는 인간적으로 너무 존경하는 작가다. 따뜻한 사진만큼이나 성품이 너무 따뜻하다. 늘 야외에서 혹은 암실에서 작업 중이라 이메일이나 전화를 해도 답을 받기까지 한참 걸리지만 일단 인연을 맺으면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다.”
![파타고니아 지역 해안가 풍경을 담은 크리스 조던. [사진 충무아트센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605176tgas.jpg)
이번 전시에선 포콩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여름방학’ 시리즈와 ‘사랑의 방’ 시리즈의 오리지널 빈티지 작품 총 20여 점이 전시·판매될 예정이다. 모로코 국왕이 소장한 1985년 작 ‘12번째 사랑의 방’도 전시된다.
![베르나르 포콩의 ‘12번째 사랑의 방’. [사진 공근혜갤러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19/joongangsunday/20250419010606648bzgv.jpg)
이번에 사말라티는 1m가 넘는 대형 사이즈로 직접 인화한 대표작들을 보내왔다. 유럽에서도 미술관이 아닌 일반 화랑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작들인데, 2016년 공근혜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며 방한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한국 관람객과 공근혜갤러리 20주년 기념을 위해 선뜻 자신의 대표작을 보내줬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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