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명낙대전’은 없었다…1강 李 향한 2金 조용한 견제구
네거티브 삼간 채 정책 차별화 집중
증세·관세·대통령실 이전 등 두고는 이견
무난한 토론에 2金 ‘착한 2등’ 전략 구사 분석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1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 전장은 조용했다. 첫 TV토론회에 나선 '1강' 이재명 후보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했고,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신중한 언어와 절제된 태도로 '합리적 견제'에 집중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치열하게 공방전을 주고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세 후보 모두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비방)를 자제한 채 정책 차별화에만 공을 들이면서 정치권에선 안정적인 토론이었다는 호평이 나온다. 다만 그만큼 긴장감도 떨어진 터라 향후 토론회의 흥행에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대명' 기류에…'총부리' 내린 세 후보
앞서 진행됐던 민주당의 대선 경선 토론회는 모두 '콜로세움'을 연상케 했다. 주자들이 본선 못지않게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19대 대선 경선에서는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거칠게 서로를 검증했다. 20대 대선 경선에서는 '명낙대전'(이재명 후보-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흥행은 성공했으나 당은 오랜 기간 계파갈등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네거티브 청정 지대'를 선언했다.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후보자 비방, 흑색선전, 인신공격, 허위사실 공표, 지역감정 조장' 등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내부총질'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류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당내 공감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8일 오후 8시30분부터 80분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첫 TV 토론회에서 세 후보 모두 정책 차별화에만 공을 들였다. 정치와 경제·외교·안보, 사회 분야에 따라 각자의 의견을 개진한 가운데 상대방에 대한 의혹 제기, 비난은 삼간 채 토론은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 아래 진행됐다.
포문을 연 이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김동연·김경수 후보를 상대로 '12·3 내란 사태' 재발방지 대책 등을 질의했다. 이 과정에서 답변 시간이 지난 김경수 후보를 향해 "정리를 마저 하라"며 발언권을 넘기기는 등 시종일관 '1강'의 여유를 보였다.
이 후보와 김경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사면 금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 후보가 '불법 계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라고 묻자 김경수 후보는 "불법 내란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도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사면 금지는 상당히 일리 있는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사면을 해준다면) 성공해도 다행이고 실패해도 다시 정치적 역학관계로 풀려날 수 있다는 생각, '아 이렇게 하면 또 용서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이전·증세 등 두고 이견 보이기도
다만 일부 현안에 있어서는 후보들이 이견을 보였다. 특히 증세 문제에 있어서는 이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정부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증세 추진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 단계에서 필요한 재원은 재정 지출조정과 조세 지출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길게 보면 성장률을 회복해 재정의 근본적 대책을 만드는 게 합당하다"며 증세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지금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적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대선 후보들 중에서도 자기 공약을 내세우며 많은 재원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감세 공약을 남발하는 듯한 인상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 후보가 에너지 고속도로, 인공지능(AI) 등 여러 공약을 하셨는데, 재원을 봤을 때(고려했을 때)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까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표심을 의식해 증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정작 내놓은 공약들을 실천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경수 후보도 김동연 후보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증세 논의에 앞서 현행 조세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경수 후보는 "대한민국이 처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적극적 재정 전략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상의하려면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지출 조정만으로는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어렵고 정부의 뼈를 깎는 자기 혁신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의견을 달리했다. 이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소위 광인 작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감하다"며 "그분이 던지는 하나의 단일한 의제에 매달리면 당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어 "포괄 협상해야 할 것 같다"며 "한미 간 계류된 안건이 많다. 방위비 문제, 조선 협력 문제 등이 걸려 있다"고 했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포괄 협상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주제를 분리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분리해야 하는 전략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이 후보는 "용산(대통령실)을 쓰면서, 그렇다고 세종이 준비된 것도 아니라서, 그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 보수해 거기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논쟁거리이긴 하고 개헌 문제도 있기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종으로 완전히 옮기게 되면 거기를 지어서 가는 게 마지막 최종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여야 대선 후보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서 용산 대통령실 이외에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집권 초기부터 세종에 집무실을 반드시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바로 다음날부터 대통령이 세종에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근무를 하면서, (국회)의장과 여야가 합의를 봐 빠른 시간 내 입법 조치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정치권 안팎에선 '젠틀한 토론회'라는 호평과 '김빠진 토론회'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동연, 김경수 후보가 역전보다는 차기를 노리는 '착한 2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시각에 김경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쁜 2등 전략도 있냐"고 되물으며 "선거에서 착한 2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만들어내는, 모두가 이기는 경선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이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경선이 돼야 하고 특히 TV 토론은 정책과 비전을 서로가 내놓고, 함께 토론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회는 이날 1차 토론을 시작으로 2차 토론회는 23일 오후 4시, 마지막 3차 토론회는 25일 오후 10시에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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