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권성동'에게 봉화군수 '공천 청탁' 정황
정치자금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에게 경북 봉화군수 공천을 전방위로 청탁한 정황이 처음 확인됐다. 검찰이 압수한 건진법사 휴대전화에는 '공천 청탁'을 하는 문자가 수두룩했는데, 여기에 전 씨가 권 원내대표에게 직접 보낸 문자가 포함된 것이다.
건진법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던 무속인으로, 윤석열 부부 '무속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윤 캠프에 무속인이 있다는 세계일보 보도 직후, 전 씨는 캠프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속해서 막후에서 캠프 일을 한 사실도 검찰 수사로 확인된다.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27일, 사업가 김 모 씨는 건진법사에게 봉화군수 출마 예정인 박현국 당시 경북도의원의 명함을 전달하면서 "은혜를 머리에 이고 살겠습니다. 편안히 침소드시옵소서"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영주, 봉화, 영양, 울진 국회의원은 박형수", 그 다음 날인 29일에는 "하늘님께 이런 청원을 드려 송구하오나 해량하시옵소서"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건진법사는 사업가 김 씨가 자신에게 봉화군수 공천을 청탁했지만 "제가 추천은 못 해드고 혹시 기회가 되면 제가 권성동 의원한테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뒤 "제가 권성동 의원한테 봉화군수하고 도의원을 격려 한번 해주라고 그 소리는 한 적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는 청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자신이 권 원내대표에게 봉화군수 도전자 등을 "격려해달라"고 직접 말했다는 것이다.
●건진법사 : 김 씨는 봉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군수가 되면 좋겠다고 해서 저한테 연락을 해준 것이고, 제가 추천은 못 해드리고 혹시 기회가 되면 제가 권성동 의원한테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중략)...제가 권성동 의원한테 봉화군수하고 도의원을 격려 한번 해주라고 그 소리는 한 적 있습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 1. 5.)
며칠 뒤인 2022년 3월 31일, 건진법사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에게도 "경북 봉화군수 추천합니다"라며 사업가 김 씨로부터 받은 박현국의 명함을 전송했다. 이에 대해 건진법사는 윤한홍에게 보낸 문자도 결국 권 원내대표에게 봉화군수를 추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검사에게 진술했다.
○검사 : 피의자는 윤한홍 의원에게 박현국을 봉화군수로 추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윤 의원에게 왜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인가요? (중략)
●건진법사 : 이걸 그때 당시에 권성동 의원한테 부탁을 드려 달라고 했었습니다. 권성동 의원이 윤한홍 의원과 친합니다. (중략)
○검사 : 윤한홍에게 부탁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건진법사 : 권성동한테 전달해달라는 취지입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 1. 5.)
2022년 4월 4일에도 건진법사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오모 씨에게도 박현국을 봉화군수로 추천하는 문자를 보냈다. 건진법사는 오 씨에게 문자를 보낸 것도 권 원내대표에게 공천을 부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검사에게 진술했다.
'공천 청탁'의 종착점이 바로 '권성동' 원내대표였던 것이다.
2022년 4월 13일, 이날엔 건진법사가 직접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와 같이 봉화군수 후보의 이름과 지역 국회의원 이름을 적어 봉화군수 공천을 청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문자를 받은 권 원내대표가 어떠한 답변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진법사는 검찰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봉화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사 : 피의자는 2022년 4월 13일 권성동에게 박현국(봉화군수)의 공천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기억이 나는가요?
●건진법사 : 결국 사람들한테 얘기를 해서 잘 안 들어주니까 할 수 없이 제가 권성동한테 직접 이 사람들 추천 좀 하겠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 1. 5.)
검찰 조사에서 건진법사는 자신은 공천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청탁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낸 사실은 인정하는 등 다소 모순된 진술을 했다. '청탁'이 아닌 '추천'이라는 논리였다.
○검사 : 봉화군수 공천 청탁은 윤한홍과 권성동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지요?
●건진법사 : 예, 맞습니다. 공천을 청탁한 것은 아닙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 1. 5.)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시에도 원내대표였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특히 당시는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로, '윤핵관'으로 불렸던 권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높던 때다.
실제로 건진법사의 '공천 청탁'이 실현됐는지까진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현국 당시 도의원은 2022년 5월 2일 경선을 통해 봉화군수 후보로 선출돼 봉화군수에 당선됐다. 경북 봉화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다.
뉴스타파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에게 건진법사에게 공천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경북 봉화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권 원내대표와 윤 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오래 돼 기억이 날 수 없다"면서 "박현국 군수는 경선으로 후보가 됐다"고 말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건진법사를 알지 못하고, 사업가 김 씨도 선거가 끝난 후에 알게 된 사람"이라며 "저는 최선을 다해 경선을 했다"고 했다. 이들 모두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검찰은 2022년 지방선거 때 건진법사가 봉화군수 외에도 경북도의원, 영주시장 등 5곳의 선거와 관련해 공천 청탁을 받은 뒤,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들을 접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진법사의 휴대전화에 등장한 유력 정치인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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