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내가 MBC 기자였을 때 기상캐스터는 정규직이었다"

윤유경 기자 2025. 4. 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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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방위, 오요안나 사망 사건 통해 방송사 '무늬만 프리랜서' 지적
MBC 경영본부장 '기상캐스터 근로자로 판단되면 정규직화' 입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이의 있는 사람 없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 참석한 MBC 측이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에게 “만약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근로자로 인정되면 다른 프리랜서에게도 적용된다고 판단할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본부장은 “프리랜서의 직무나 근무 형태는 다양하기 때문에 기상캐스터에 대해 근로자라고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직무에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오 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사건 관련해 지난 2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조직 문화 전반 실태 파악과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노 의원이 “기상캐스터에 대해선 적용할 거냐”고 묻자 박 본부장은 “기상캐스터에 대해 근로자라고 판단된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MBC 소속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6명이 모두 2년 이상 근속 중이라는 박 본부장의 말에 노 의원이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모두 정규직화해야겠다”고 말하자 박 본부장은 “근로자로 판단된다면 그렇다”고 말했다. 재차 “약속할 수 있냐”고 묻는 노 의원의 질문에 박 본부장은 “법적 사항”이라고 말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 참석한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왼쪽)과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다수 과방위 여야 위원들은 오 캐스터가 근로자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제가 MBC 기자였을 때 김동환 캐스터라는 분이 함께 일했고 정규직이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MBC, KBS, SBS 할 거 없이 기상캐스터를 계약직으로, 회사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비인간적 고용구조로 바뀌었다”며 “프리랜서 계약직이라고 하지만 출퇴근 시간, 업무지시, 외모와 의상 등 세부사항까지 다 지시받는다. 사실상 사용자는 MBS, KBS, SBS이고 당연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최저임금법, 4대보험, 연차, 퇴직금에서 일절 배제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이번 기회에 거대 방송사에서 부조리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간제 또는 준정규직으로라도 채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 본부장은 “기상캐스터 관련해 현재로선 프리랜서에 맞게 운영을 하고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이 제도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냐”고 재차 묻자 박 본부장은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고있다”며 결과 내용이 나오면 적절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대법원이 2023년 KBS 프리랜서로 일하던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KBS의 지휘 감독 아래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고정 편성표에 따라 출근했기 때문”이라며 “오요안나도 마찬가지다. MBC의 지휘감독 아래서 일했고 임금도 MBC가 지불했고 편성표에 따라 일했다. 2021년 중앙노동위원회가 MBC 프리랜서 작가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본부장은 “작가와 기상캐스터는 직무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 대상도 아니고, KBS 아나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했냐에 따라 프리랜서냐 근로자냐는 나눠진다”며 “우리 회사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로 업무지시를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고, 업무 위탁 계약 그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MBC가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보고한 진상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관련해 박 본부장은 “방문진에 보고서를 제출한 건 아니고 보고서 내용을 보고했다”며 “소송 중인 사건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개인 관련 2차 가해 위험도 있기 때문에 외부로 발표하는 건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최민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는 신물 나도록 들었다. MBC가 똑같이 그러면 곤란하다”며 “MBC가 제출을 못하겠으면 열람 등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법적 검토를 거쳐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한편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서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동영 의원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추가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를 삭제하고 비정규직 현황 파악안을 요구하는 걸로 바꿨다”며 이 위원장을 향해 “재허가 심사 규정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 제출을 추가하는 걸 찬성하나”고 물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오요안나 캐스터의 외삼촌 장영재씨는 “저희가 두려웠던 건 요안나가 죽은 이유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저희의 외침이 침몰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론에 계속 저희 뜻과 이야기를 해왔다”며 “MBC의 처음 태도에 대해 실망했지만, 두달 전 (MBC) 노동전문기자가 그 어떤 언론보다도 꼼꼼히 장기간에 걸쳐 가족 셋을 취재해갔다. 아직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MBC가 조속히 보도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못난 엄마 만나서 고생하고 애쓰고 간 거에 대해 살면서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다. 국회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 요안나가 편하게 눈 감고, 저도 요안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도우면서 마지막 생을 마치려고 다짐하고 열심히 살겠다”며 재차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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