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트럼프 관세폭탄이 일본 금리인상과 만나면

2025. 4.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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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美 국채 최다 보유국
금리인상에 관세폭탄 겹쳐
국채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
중국까지 매도 가세한다면
글로벌 경제 메가톤급 충격

미국 드널드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놓치지 말고 눈여겨볼 것이 있다. 바로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일본의 금리 인상이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4월 초 일본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는 아직 트럼프 정부의 관세율이 발표되기 전이었는데 일본의 연기금과 주요 은행, 보험사들의 자산 관리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에 차 있었다. 이들이 들떠 있는 이유는 바로 일본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20여 년 지속됐던 '제로 금리' 때문에 주로 해외 자산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제 해외 자산을 유턴시켜 국내에 투자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동안 소홀했던 스타트업이나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일본이 잃어버린 첨단 제조업에서의 경쟁력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2025년 현재 일본은 가장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한 국가인데, 그 규모가 160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일본의 '제로 금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수많은 글로벌 투자에 자금을 공급하는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를 엔캐리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 하는데, 일본의 저금리 엔화를 빌려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24년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약 4800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 수준이다. 엔캐리트레이딩은 전 세계 주식 투자는 물론이고 유럽의 이름 모를 도시의 부동산 투자에서 최근의 가상자산 투자까지 다양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작년 7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불과 0.15% 오르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하기도 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에 더하여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은 미국 국채 매입을 더더욱 줄이게 될 것이다. 그동안 미국 수출을 통해 흑자를 보던 나라들은 이 자금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해왔는데 관세가 높아져 무역흑자가 줄어든다면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국채를 사주던 가장 큰손이 사라지게 됨을 뜻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미국으로 흐르던 미국 채권 매수 자금은 지난 세월 미국 정부를 작동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자금줄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하려고 하는데 미국 채권 수요가 감소한다면 이러한 재정정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중국의 전략적인 움직임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일본 다음의 미국 채권 보유국으로서 현재 약 1100조원 수준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 국채 보유를 경제 무기화할 수 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7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중국 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면 미국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제적 협박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국의 관세 폭탄과 일본의 금리 인상이 결합해 미국 채권 수요가 감소한다면 그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위 그림에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감소는 미국 금리를 상승시킨다. 미국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준 자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리도 상승하는데 결국 기업 이윤의 현재 가치인 주식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기술주나 주가수익률이 높았던 주식의 하락이 클 것이다. 더 나아가 높은 금리는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을 급속히 미국으로 환원시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금리가 깨어난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 본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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