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가봤다] '오애순'은 드라마에만?⋯유리천장 대신 '유리바다'
■ 태안에도 '오애순'이 있다

애순아, 쫄아붙지 마.
너는 푸지게 살아.
가난하다는 이유로 급장 자리를 뺏긴 어린 애순에게, 엄마 광례가 건넨 한마디.
그 말처럼 당차게 살아낸 애순은 훗날 어민들의 지지를 받아 제주의 첫 여성 어촌계장이 됩니다.

지난 2017년, 태안의 한 어촌마을에서도 당시 부녀회장이던 임은미 씨는 어민들의 추천을 받아 마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계장직에 올랐습니다.
(내부 갈등을) 어우러져 갈 만한 분이 없다, 우리 어촌계는 지금.그렇게 하다 보니까 어느 분이 저 부녀회장이 하면 어떻겠냐,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제 다 동의하에 제가 하게 됐죠.
공동 양식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부터 텃세까지, 오랫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어촌계장 역할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했습니다.
100명에 가까운 어민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전국 곳곳 리더쉽 수업을 찾아가고, 바지락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환경 정화 활동을 현장에 적용해 정부 표창도 받았습니다.
"바다에 가서 바지락 캐고 굴 따고 이런 정도였지, 실질적인 뭐 이런 업무를 보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임명장을 받고 나서부터는 교육이란 교육은 다 쫓아다녔어요."
■ "같이 일하는데 결정은 못 해" 유리천장 아닌 '유리바다'
그런데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의 배경으로부터 38년이 흐른 지금, '오애순'을 찾기 힘듭니다.
충남 서해안 지역 어촌계장 174명 가운데, 여성은 단 3명에 불과합니다.
어업인 수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업무량이 적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충남의 여성 어업인은 6,389명으로 남성보다 오히려 200여 명 더 많은데도 계장 직책인 여성은 '극소수'입니다.
충남도가 일부 여성 어업인을 심층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부 응답자는 남편이 배를 몰면 자신이 통발을 건져 포장하는 작업까지 맡기 때문에 오히려 남편보다 업무량이 많다고 답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집안일과 어구와 어획물 손질까지 도맡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현장 어민들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물 들어올 때까지 하면 5시간. 5시간, 4시간 그렇게 해요. 아버님도 똑같이 그렇게 해요. 물이 이렇게 들어오니까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로어업 인구가 줄면서 부부가 함께 조업을 하는 형태가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보조인'으로 남아있는 여성 어업인.
오랜 관행 속에, 여성 어업인의 목소리가 어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성평등한 어촌을 위한 한걸음

20년 넘게 낚싯배 사업을 해온 김만덕 씨는 2년 전부터 마을 어촌계 회의를 주재하는 어민회장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수협 등 외부 기관과 소통이 잦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어민을 대표하는 자리까지 맡게 됐습니다.
"마을에 어촌계 사업하면서 여기 좀 단체 사업하면서 좀 열심히해가지고...어민회장까지 되는 과정이 제가 이제 동네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하지만 이처럼 대표 역할을 맡은 여성 어업 경영인은 충남에서는 1천 4백여 명, 전체 어업인의 2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소득과 자산이 남성에게 집중된 구조 속에서, 여성 어업인이 의사결정권을 갖는 자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충남도는 일부 여성 어업인과 연 1회 간담회 등을 통해 민원을 듣고 있지만, 정책 참여를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는 여성 경영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어촌 소멸이 염려되는 이 시점에서 여성 어업인의 활동은 매우 소중합니다. 현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여성 어업인 지원 정책 발굴이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현장에서 들려온 목소리 '용기'
"(어촌계장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못 했죠. 저런데 활동하려면 그렇고 뭐든 면에 여자는 그런 것도 확실히 모르고 여자니까, 그래서 생각을 못 했죠."
성평등한 어촌 마을을 위한 첫걸음, 현장에서 들려온 해답은 '용기'였습니다.
바다에서 쌓아온 자부심이 있다면, 누구든 마을을 이끄는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고 어촌계장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봉사와 배려의 마음으로 동네를 아울러 낸다면, 거의 지금 고령화잖아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서.. 저의 입장으로서는 여성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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