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여성기자 향한 폭력’이 “더 끔찍하고 위험”한 까닭

박현정 기자 2025. 4. 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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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원내대표의 언행은 여성기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하고, 위험하다. 가장 안전한 취재 현장이어야 할 국회에서조차 언어·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은 여성기자들이 겪는 젠더 폭력의 실태를 드러낸다. 언론계는 이번 일을 남의 일로 여기거나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7일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질문하는 뉴스타파 기자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챈 뒤 수십 미터를 끌고 간 사건에 대해 "정당한 취재를 폭력으로 막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며 여성기자를 상대로 한 폭력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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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 선관위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끝난 뒤 이동하던 중 질문을 하기 위해 따라붙은 뉴스타파 이명주 기자의 손목을 잡아끌어 나가고 있다. 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권성동 원내대표의 언행은 여성기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하고, 위험하다. 가장 안전한 취재 현장이어야 할 국회에서조차 언어·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은 여성기자들이 겪는 젠더 폭력의 실태를 드러낸다. 언론계는 이번 일을 남의 일로 여기거나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7일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질문하는 뉴스타파 기자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챈 뒤 수십 미터를 끌고 간 사건에 대해 “정당한 취재를 폭력으로 막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며 여성기자를 상대로 한 폭력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의 혐오 기반 폭력은 극단 세력을 자극하는 파급 효과를 낳아 여성 언론인의 안전을 더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가 언론을 “찌라시(지라시)”라고 깎아내리며 취재를 막은 행동은,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미국·유럽 등의 보수 정치인이 자신과 소속 정당을 비판하는 언론을 악마화하고, 대중에 분노를 조장해 기자에 대한 온·오프라인 공격을 부추기는 반저널리즘적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서도 정치인·정당, 젠더·사회적 소수자 문제, 법조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공격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기자들은 온라인에서 위협과 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된다.

국내 여성기자들이 겪고 있는 온라인 폭력 연구를 이어온 신우열 전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18일 한겨레에 “여성기자의 경우 사회 전반의 반언론 정서에 더해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 합쳐진 형태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는 젠더 기반 폭력으로 봐야 한다”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일하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폭력은 (오프라인에서) 물리적 현상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여성기자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순응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공격을 더 받는다는 국외 연구결과(2020년)도 있다.

국제사회에선 여성기자에 대한 공공연한 온라인 괴롭힘이 오프라인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언론인센터(ICFJ)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지난 2020년 전 세계 여성기자 121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0%는 온라인 폭력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21년 회원국에 기자들에 대한 물리적 공격과 온라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을 요청하면서 특히 여성 혹은 소수자 집단에 속한 기자 보호를 위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뉴스타파 기자 손목을 잡아끌고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라 지라시’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진행자 물음에 “(권 원내대표가) 과도한 폭력을 쓰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국회에는 출입기자 (취재)룰 같은 게 있다. 그런 것에 입각해서 일어난 해프닝인데 저희가 잘 대응하겠다”고만 답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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