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 기안장’을 견인한 진의 화법에 관하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5. 4.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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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이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6위에 진입했다. 이름 그대로 ‘기안적 사고’가 반영된 숙소, 기안장과 이를 이끄는 기안84(김희민)의 지극히 기안적인 운영 방식, 때때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따르고 돕는 방탄소년단(BTS)의 진(김석진)과 지예은, 그리고 가장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그저 웃으며 즐기다 간 숙박객들의 활약에 힘입은 결과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지점이 있다면 진의 화법이다. 빌보드 차트 1위를 수성한 바 있는, 전 세계 각국에 팬덤을 보유한 월드 스타, BTS의 멤버임에도 그러한 무게감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까닭이다. ‘하이염’과 함께 등장해서는 지예은의 SNL 유행어를 따라 하고, 자신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봤다는 기안에게,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안다는 의미로 대뜸 거짓말하지 말라며 호통부터 친다.

“그래서 누군가한테 말을 할 때 일부러 더 세게 말하는 편이에요”
흥미롭게도 이러한 방식은 기안84나 예은에게만 한하지 않는다. 숙박을 위해 방문한 일반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취하는 자세와 화법으로, 상대방은 ‘무려 BTS의 진’이란 인식에 가닿기도 전에 그의 허물 없음에 휘말려 들고 만다. 즉, 상대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 부담스럽게 혹은 조심스럽게 굴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기안장에서 함께 하는 모든 사람 사이엔 어떤 벽도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클라이밍을 통해 출입하고 야외나 마찬가지인 공간에서 취침하며, 밥 한번 먹는 것도 봉을 타고 내려가야 가능한, 심지어 함께하는 끼니때마다 인도식으로, 오로지 손으로 먹어야 하는 ‘괴랄’한 기안적 운영 방식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받아들임은 물론, 그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불편을 오롯이 감수한다. “저는 포기가 되게 빠른 편이에요. 어떡하겠어? 어차피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 그냥 빨리 적응하자. 빨리 적응하고 거기 순응하는 순간 저는 더 행복해지는 거예요.”


심지어 기안84가, 자신이 만든 숙소의 구조 때문에 고생하는 숙박객을 보고 타협안을 두려 고심할 때조차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이가 진이다. “왜냐면 그러면 기안장이 아니야.” 기안이 이 숙소를 구상한 목적과 의도가 있고 원칙은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마련되었음을 상기시키며, 과정이 조금 불편하고 힘들 뿐이지 충분히 할 만하고, 그 불편하고 힘든 게 또 낭만이고 잊을 수 없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진의 ‘사장님!’이란 외침을 동반한, 이 강력한 두둔에 기안84는 기안장의 방식을 고수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놀라운 점은 결국 진이 말한 대로 흘러갔다는 사실이다. 기안장에 숙박한 사람들은 불편하고 힘든 환경 안에서 오히려 서로 도우며 한층 더 가까워졌고, 마지막 날에 이르러서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진귀한 추억을 쌓았다며 저마다 감탄하고 또 흡족해했으니까.

물론 진이라고, 기안84나 예은이라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숙박객과 동일한 조건에서 지냈고 여기에 청소하고 밥하고, 틈날 때마다 손님들과 소통도 하는 등, 운영하는 입장에선 배로 고단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친 기색을 내보이기보다 지친 상황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선택했고. 이는 진이, 자신과 예은의 안위를 걱정하는 기안84와 나눈 대화에서 제대로 두드러진다.

진이 한 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바쁜 적도 있지 않냐며 그에 비하면 별로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 도대체 얼마나 빽빽한 삶을 살아왔는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는 동시에, 그저 월드 스타란 이런 존재구나,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종류의 감탄만 터져 나왔다고 할까. 덕분에 ‘대환장 기안장’은 끝까지 제 색깔, ‘기안적 사고’를 잃지 않을 수 있었으니, 여러모로 ‘월드 스타 진’을 영입한 건 가장 결정적인, 신의 한 수라 할 만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기안84(김희민), 넷플릭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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