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직원, 실명 걸고 ‘차별금지의 이해’ 폐기 비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성차별 예방 분야 사이버 인권교육 과목 중 최고의 수강실적을 기록한 ‘차별금지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차별금지의 이해)만 콕 짚어 폐기하자 인권위 내부에선 실명 비판 등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사안이라 교육과정에서 제외했다”는 인권위 해명자료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18일 인권위 관계자들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내부망 자유게시판에는 사이버 인권교육 과정을 담당하는 인권교육운영과 직원의 실명 입장문이 올랐다. 이 직원은 전날 인권위가 배포한 해명 보도자료를 가리키며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편에 서서’라는 말은 위원회가 20년 동안 견지해온 입장이자 존재 이유다. 위원회가 다루는 사안은 모두 찬반 대립의 문제이고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라며 “다수에 밀려 혹은 정책과 제도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입'이 되라고 위원회가 있는 것인데, 저는 위원회에서 15년 동안 그렇게 배워왔고, 그런 가치를 품고 일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이어 “찬반 의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모아 법과 정책을 만드는 건, 국회의 일이고 관련 부처의 일이다. 그런 공무 수행이 헌법적 가치인 평등에 위반되면 재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예방하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게 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 41개 과목 중 ‘차별금지의 이해’만 빠진 일을 인권위가 공개적으로 두둔하자 담당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비판한 것이다.

인권위는 전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현재 국회에 발의되지 않은 개별 법률에 대한 정책 홍보 성격의 콘텐츠인 ‘차별금지의 이해’는 범용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이버 인권교육 과정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더구나 차별금지법은 현재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 논의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으므로, 해당 강좌가 정규 과정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성에 논란이 있어 교육과정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 과정에서 폐기된 ‘차별금지의 이해’ 과목이 지난해 성차별 예방 분야 중 최고의 수강실적을 기록했다는 한겨레의 보도 직후 나왔다.
이 보도자료가 나가자마자 인권위 내부망에는 이를 비판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댓글들을 보면 “대통령 방어권 보장은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고 하면서 억지로 통과시키고, 차별금지법은 찬반 의견이 대립한다고 하면서 내려버리고...”, “여성부 폐지한다면서 여성부 폐지를 업무 추진 목표로 삼는 장관을 데려다 놓더니 딱 닮은꼴이네요. 안창호 위원장은 솔직하게 인권위 폐지를 주장하세요!”라면서 안 위원장의 이중잣대와 반인권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세상사 찬반 의견 대립이 없는 사안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찬반 의견 대립이 있으므로 통일 교육은 하면 안 될까요?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찬반 대립이 있으니 성교육은 하면 안 될까요?”, “(강의과목 제목이) ‘차별금지의 이해, 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인데,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폐지하는 건 뭔가요? 그러다 다음 달이라도 법안이 제출되면 바로 부활할라나?”라면서 인권위 해명자료의 논리적 결함을 꼬집기도 했다. “일개 직원들도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도대체 국과장님들은 어떤 근거로 이런 일을 벌이시는 건지요?”라며 간부를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에 오기 전부터 각종 강연과 저술에서 “부모-자식 간 성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등 허위 사실을 동원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비난해왔다.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산혁명 가능성이 있고 다수의 표현 자유가 침해된다”며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내부에서는 이번 과목 삭제는 물론, 해명 자료에도 안 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보도자료 배포의 주체와 배경을 묻는 한겨레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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