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드래곤도 정형돈도 '홀딱'… 이유있는 '헌옷' 열풍
연남동·망원동 세컨핸드숍·빈티지숍 '활기'
고물가 시대, 젊은층 개성·합리적 소비 접점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지드래곤과 정형돈이 서울 종로구 동묘 구제시장을 찾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두 사람이 바닥에 쌓인 중고 옷 무더기에서 '득템'에 성공하는 장면은 방영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만 해도 중고 의류 쇼핑은 '아는 사람만 아는' 취향의 영역이었다. 최근에도 이들은 예능에서 중고의류 쇼핑에 '홀딱' 빠진, 10여년 전의 추억을 소환했다.
━
이러한 중고숍 문화는 증가한 일본 여행 수요와 맞물려 한국에 유입됐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87만148명이다. 이중 한국인이 881만7765명(24%)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6.7% 늘어난 수치다.
━
매장 직원 김수영씨(26)는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도 다 세컨핸드 제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세컨핸드나 빈티지 옷을 단순한 '헌옷'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같은 옷이라도 누가 입고 어떻게 활동했느냐에 따라 색 빠짐이나 주름이 달라지는데 그런 흔적이 빈티지의 매력이다"며 "새옷만 입는 것보다 자기만의 멋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망원동 거리를 걷던 중 '오늘이 지나면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빈티지. 기회는 지금 뿐'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발견했다. 포스터 옆 안내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빈티지킴킴' 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에는 세월의 흔적이 깃든 의류와 가방이 가득했다. 김세희 빈티지킴킴 사장이 "이 옷은 90년대 스타일"이라며 손님에게 옷을 추천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빈티지킴킴은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들여온 제품을 취급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유행한 아이템들이 주를 이뤘다. 디올, 발렌티노, 샤넬 등 명품 브랜드 제품도 곳곳에 보였다. 이중에는 60만원대의 가방도 있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빈티지숍을 자주 찾는다는 정선화씨(36)는 "예전에 유행했거나 예쁘지만 이제 단종된 물건을 건질 수 있다는 게 빈티지숍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빈티지숍 유행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망원동이 소품숍 투어로 유명했는데 요즘엔 지도에 빈티지숍을 찍고 찾아온다"며 "손에 다른 가게 봉투를 가득 들고 작정하고 구매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MZ세대가 빈티지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김 사장은 매장을 찾는 손님의 주 연령대가 20대 초반에서 후반이라고 했다. 남자친구와 매장을 둘러보던 한수정씨(27)는 "요즘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한 시대인데 그런 점에서 빈티지가 딱 맞는 소비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망원동 일대에 새로 문을 연 빈티지숍도 늘었다. 5개월 전 문을 연 '논논' 역시 그중 하나다. 매장은 편집숍처럼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정다현 논논 사장은 그사이 근방에 빈티지숍 3~4개가 더 생겼다고 귀띔했다.
정 사장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을 쫓기보단 본인의 개성을 찾아서 옷을 구매하는 방식이 굳어진 것 같다"며 "환경 문제를 이유로 새 옷 대신 빈티지를 선택하는 손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는 뚜렷하다. 미국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업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2270억달러다. 연평균 성장률 10%를 기록하며 2029년 36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젊은 소비자들이 돈이 부족한 것도 빈티지 소비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남들과 다른 독특한 제품을 찾으려는 심리와 원하는 물건을 발굴하는 과정 자체를 놀이처럼 즐기는 경향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moneys@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는 화장실 휴지 같았다"… 직장인 공감 '화장지 사직서' 화제 - 머니S
- "낯뜨거운 스킨십에 화장실 문도 부숴"… 중년 커플 저격한 사장님 - 머니S
- 말랐는데 볼륨감이?… 박지현, 섹시한 비키니 자태 '아찔' - 머니S
- "17세 때 출산, 전남편이 몰래 해외입양"… 불륜 남편과 사는 이유 - 머니S
- '딩크족' 약속했던 남편의 배신… "상간녀 임신까지 시켰어요" - 머니S
- "상품권으로 축의금 낸 친오빠, 5000만원 떼먹어"… 역대급 만행 - 머니S
- 국내 최초 '1억 유튜버' 등극한 김프로, 연수익 2500억 넘는다? - 머니S
- [영상] "도봉역 벤츠 난동 사건, 이재명 아들 연루?"… 진실은 - 머니S
- 태영 이어 '건설 부실 리스트' 예고… 시공능력 상위업체 포함 - 머니S
- 새해 첫 주식시장 10시 개장… 종료 시간은 3시30분 유지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