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 무미, 무감동… ‘3무’ 대선?
윤석열 탄핵으로 시행되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경선 후보와 일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재명 전 대표(이상 가나다순) 등 3명의 후보가 경선에 나선다. 2025년 4월16일 충청권 온라인 투표를 시작으로 4월27일까지 시행하는 권역별 권리당원 투표 50%, 국민선거인단(일반 여론조사) 투표 50%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4월18일 후보자 간 방송토론회를 시작으로 4월19일 충청권, 4월20일 영남권, 4월26일 호남권, 4월27일 수도권 합동연설회를 한 뒤 과반 득표자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다. 이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해 5월1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민주당 경선, 이재명 ‘1강 체제’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가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4월17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물은 결과 39%의 지지율을 획득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특히 민주당 후보 적합도로 44%를 기록해 김동연 지사(8%)와 김경수 전 지사(3%)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이 전 대표는 4월16일 경제학자인 유종일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등 500여 명의 관가·학계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을 출범시켰다. 성장과 통합은 출범식에서 차기 정부 임기인 2030년까지 ‘3% 잠재성장률, 세계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 ‘3·4·5 성장전략’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김경수 전 지사와 김동연 지사는 상속세·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각종 감세 공약을 예고했던 ‘선두’ 이재명 전 대표와 차별점을 보이는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김경수 전 지사는 “국가투자 시대 적극적인 재정 전략을 위해서는 17%대로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22%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위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필요하다면 증세 논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도 “지금 정치권에선 포퓰리즘에 따른 감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세로는 무너져 내리는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이나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그럼에도 이번 조기 대선에서 후보를 내고 또다시 집권을 노린다. 국민의힘은 4월16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상 가나다순) 등 8명의 1차 경선 후보가 서류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4월21일부터 이틀 동안 ‘국민 여론조사 100%’를 반영하는 1차 경선에서 절반인 4명을 추려 4월22일 2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2차 경선 진출자로는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전 시장, 한동훈 전 대표가 유력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나경원·안철수 의원이 다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각각 8%, 한 전 대표는 6%, 안 의원은 3%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선 홍 전 시장이 12%, 한 전 대표가 10%, 김 전 장관이 9%, 안 의원이 8%, 나 의원이 3% 등의 순서를 나타냈다. 이들 가운데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윤석열 탄핵 찬성파’고,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 나 의원은 ‘윤석열 탄핵 반대파’다.
윤 탄핵 찬성·반대파 맞붙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4월19일과 20일 1차 경선 진출자를 두 조로 나눠 후보자 토론회를 열고, 4월26일에는 2차 경선 진출자 4명의 토론회를 연 뒤 4월27일부터 선거인단과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4월29일 2차 경선 진출자 2명을 발표한다. 이후 4월30일 2차 경선 진출자 2명이 양자 토론회를 하고, 5월1일부터 이틀 동안 다시 한 번 선거인단과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선출해 5월3일 전당대회에서 발표한다.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하려면 파면된 윤석열과 얼마나 거리를 두고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란 이후에도 계속 윤석열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던 국민의힘 주자들 사이에도 미세한 균열이 일고 있다. 아울러 출마설이 끊이지 않다가 헌법재판소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한풀 꺾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도 국민의힘 외곽에서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론도 제기되지만, 이 후보는 “(보수 진영이) 단일화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앞선 전국지표조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2022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에 합류했던 진보당과 독자 노선을 걸었던 정의당과 노동당 등이 대선 경선을 시작했다. 진보당은 강성희 전 의원과 김재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강 전 의원은 ‘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 강한 진보 강성희’를 슬로건으로, 김 전 대표는 ‘내란청산, 빛의 연대로, 새로운 평등공화국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진보당은 4월15일부터 19일까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녹색당은 참여하지 않고 지지 의사 표명)과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지역본부에서 활동하는 간부들, 노동사회운동단체 등이 만든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는 4월16일부터 26일까지 선거인단을 모집해 4월27일부터 30일까지 선거인단 및 시민투표(선거인단 60%, 시민 40% 비율)를 하고, 5월1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경선 후보로는 권영국 정의당 대표와 한상균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대표가 출마했다.
“정권교체 넘어 사회 대개혁”
권 대표는 4월16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요구였던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 대개혁’을 이루고, 독자적 진보정치로 노동자 서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각자도생과 잘사니즘의 (양당 체제 내) 두 가지 선택지만이 아니라 함께 돌보고 연대하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노동자, 농민, 여성, 소수자, 서민들의 삶을 바꿔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 대표는 ‘노동 중심 진보정치’를 역설하며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 지긋지긋한 불평등 체제의 희생자들, 차별받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이 그리 쉽게 오겠나. 엘리트 권력들이 얼마나 우리를 기만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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