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선수가 WTA 전 회장을 고소 "정신적 학대. 공황발작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인 레시아 추렌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투어를 총괄하는 WTA 간부로부터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의 보도에 의하면 추렌코는 2023년 WTA 간부들과 러시아의 모국 침공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후 공황 발작을 일으켜 선수 생활에 지장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랭킹 23위의 레시아 추렌코(우크라이나/현 239위)는 4월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여자 투어를 총괄하는 WTA의 전 회장인 스티브 사이먼 씨로부터 도덕적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법적 조치를 강구할 의향을 표명했다.

추렌코는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테니스계가 러시아 출신 선수에게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모국 우크라이나가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을 두고, 23년 봄 WTA 회장이었던 사이먼과 면담을 하였으나 그로부터 전해진 말에 쇼크를 받아 패닉을 일으켜, 같은 해의 BNP파리바오픈에 출전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이먼 회장 자신은 전쟁을 지지하지 않지만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들이 전쟁을 지지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의 의견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인디언 웰스에서 나는 공황 발작에 시달려 대회에서 기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후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지만 WTA 측은 나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투어 4승을 거두며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던 추렌코지만 지난해 조기 탈락이 잇따르면서 올 시즌에는 아직 투어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추렌코는 이번 글에서 WTA에 대한 비판의 말도 적었다.

"제 자리인 줄 알았던 프로투어가 무섭고 이질적인 곳이 됐다. WTA의 CEO가 저에 대해 의도적으로 도덕적 학대 행위를 하고 공황 발작을 일으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는 WTA에 대해 보호와 정의를 요구하기 위해 이 일을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무관심하고 정의감도 느끼지 못했고 저는 오랜 정신적 쇠퇴를 겪었다. 통증, 공포, 공황 발작, 굴욕적인 기분, 정보 은폐, 팀에 대한 괴롭힘. 이것들은 제가 견뎌야 했던 것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WTA 투어는 여성, 선수, 그리고 사람을 지키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리더 위치에 있는 인물을 보호하는 것을 선택했다."

추렌코는 "법정에서 정의를 구하는 것이 나 자신과 나의 권리, 존엄성을 지키고 스포츠계에서 이 같은 폭력행위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곧 법적 조치를 강구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을 아무도 겪지 않도록,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도한다." 
　
UBITENNIS에 의하면, WTA는 홍보 담당자를 통해서 소송을 일으킨 추렌코에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추렌코 선수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처한 중대한 어려움에 깊은 동정을 표하는 한편 추렌코 선수가 자신의 고통에 관해 WTA의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WTA와 운영진은 항상 적절하고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으며 소송에서도 승소할 것으로 확신한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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