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가 남극크릴 새우에 미치는 영향
지난해 10월 1일 휴일, 경북 포항 포스코 제철소 앞바다. 노을이 항구를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던 이날 오후, 제철소 뒤로는 폭풍우를 동반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방파제에선 나이 지긋한 낚시꾼과 그 가족들이 물끄러미 낚싯줄을 응시하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가 올라온다. 미끼는 남극에서 온 크릴새우다.

남극크릴, 길이가 2~6cm에 불과한 이 동물성 플랑크톤은 남극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물이다.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 범고래, 물개, 바닷새 등이 남극크릴을 주식으로 삼는다. 이들은 매년 약 8천만 톤의 크릴을 소비하며, 혹등고래의 경우 성체 한 마리가 하루에 3톤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남극에 크릴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가속화된 기후변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얼음과 남극해를 건너온 미세 플라스틱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크릴은 남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극 외에도 크릴새우는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한다. 미국 서부 연안에는 퍼시픽크릴이 산다. 미국 정부는2009년부터 서부 연안 200해리 안의 크릴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고래 등 해양 생물의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다.
1982년 설립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이하 CCAMLR)는 남극크릴을 비롯한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는 국제기구다. 그러나 이 기구는 최근 들어 회원국간 지정학적 대립이 격화하며, 그 기능이 변질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CCAMLR 연차회의에서는 남극크릴 개체군 보존을 위한 ‘임시 조치’를 만료하는 결정이 나왔다. 회원국간 대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아무리 좁은 구역에서 크릴을 남획하더라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도 CCAMLR 회원국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지 ‘데일리 매버릭’,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남극크릴을 소재로 한 협업 취재에 나섰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왜 남극크릴을 잡으려고 하는지, 잡은 남극크릴은 어디에 활용하는지, 굳이 남극까지 가서 크릴을 잡을만큼의 효용성과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증했다.
소련이 시작한 남극크릴 조업의 역사
남극크릴 어업의 역사는 1946년 포경선 슬라바 호가 남극에서 고래잡이를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슬라바 호는 작살로 무장한 소형 어선들을 거느린채 포경에 나섰다. 소련이 그렇게 멀리 포경을 떠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도살은 즉시 시작되었고 386마리의 고래가 잡혔다.
5년 후 슬라바 호 선원들은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편지를 썼다. ‘2,000마리의 고래에서 고래 기름을 채취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1959년에는 소련의 지원으로 총 다섯 척의 선단이 추가됐다. 그 결과, 이들의 고래잡이는 크게 확장됐다.
소련 정부는 매년 포획 할당량을 정했다. 이를 채우지 못한 선장과 선원들은 처벌을 받았다. 반면 초과한 이들은 보너스와 포상을 받았다. 매년 할당량은 전년도 포획량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은 포획한 고래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몰랐다고 한다. 당시 소련은 포획한 고래 중 30% 정도만 사용했고, 일본은 그 3배인 90%를 사용했다. 소련 선원들은 정부가 설정한 비과학적인 할당량만을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1986년 소련은 고래잡이를 중단했다. 그해 소련이 잡은 고래는 338,336마리였다. 이 시점의 남극은 텅 비어있었다.

소련은 고래로 만족하지 않았다. 1961년부터 고래의 먹이인 남극크릴에 대한 시험조업을 시행해 약 4,000톤 가량의 남극크릴을 잡았다. 소련 이전에는 아무도 남극크릴을 잡지 않았다. 어디에 쓸지 용도가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남극으로 가는 길목의 남대서양은 물살이 매우 거칠었기 때문이다.
40여년전 연구결과로 정해지는 어획량 한도
유엔식량농업기구(이하 FAO)는 1996년 보고서에서 "1982년 남극크릴 528,201톤이 어획되어 정점을 찍었으며, 이 중 93%를 소련이 차지했다"고 기록했다. 나머지 7%는 일본, 칠레, 폴란드 순이었다. 한국이 남극크릴을 조업한 기록은 1973년부터 확인된다.
이 무렵, 크릴 어획량 증가에 따른 새로운 어업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59년 발효된 남극조약의 틀 안에서 국제기구인 CCAMLR가 1982년 출범했다. 이 기구의 첫 번째 임무는 크릴 개체군 보존을 위한 어획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FAO에 따르면, 1991년 이래 남대서양의 크릴 자원에 대한 예방적 어획 한도는 62만 톤이다. 이 기준은 1980-1981년 남대서양에 대한 음향 연구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쿼터는 유지되고 있다.
은퇴한 남극 연구자 필 트라탄 박사는 "과학적 근거가 비교적 적은 일종의 마법의 숫자"라며 "이 남극크릴 어업은 데이터가 부족한 어업"이라고 지적했다. 트라탄은 어획 면적이 지나치게 넓고 개체군을 모니터링할 구역이 충분하지 않아, “어획 한도의 유효성을 확인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적절한 조사를 수행하려면 최소 수백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기준, 남극크릴의 총 자원량은 2억 2,500만 톤 정도로 추산되며, 각 국가는 지정된 지역에서 할당된 쿼터에 따라 조업할 수 있다. 조업이 허락된 지역은 349만㎢ 가량인데, 북쪽의 사우스 조지아,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에서 남극 반도까지 뻗어 있는 넓은 구역이다. 이중, 대부분의 어획이 집중되는 구간은 남극 반도 근처다.

남극크릴은 주로 빙붕 아래 모여 서식한다. 남극 바다에선 1m³당 최대 30,000마리의 크릴이 빽빽하게 무리지어 모여든 광경을 볼 수 있다. 밀도가 높아 남극 바다를 분홍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 정도다.
트롤 어선들은 이런 크릴떼를 쫓아다니며 조업한다. 선원들은 고래, 바다표범, 펭귄, 바닷새와 경쟁하며 크릴떼를 잡는다. 이들은 저인망 식으로 그물을 낮게 쳐서 한번에 잡아올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국지적으로 이뤄지는 크릴 조업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이언 라이징거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해양생물학 전공 조교수는 지난해 남극에서 크릴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라이징거 교수는 62만 톤의 어획 한도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그는 "한도까지 어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조업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획량의 대부분이 매우 좁은 지역에서 잡히기 때문에 고래와 같은 다른 생물에게 돌아갈 크릴은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남극크릴 어업량은 크게 감소했다. 1993-1994년에는 총 83,962톤만을 어획하며 예방적 한도인 62만 톤에 훨씬 못 미쳤다. 크릴과 고래 개체수는 반등했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21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고래 배설물은 크릴이 섭취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고래가 많을수록 크릴이 먹을 수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져 고래 개체수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였다.
제2의 소련이 된 노르웨이…손실 나도 계속 잡아
남극크릴의 연평균 어획량은 1995-2005년까지 쿼터를 하회하는 109,395톤을 기록했다. 주요 어획국은 한국, 일본, 우크라이나, 폴란드였다.
그런데 노르웨이가 남극크릴 조업에 뛰어들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노르웨이 회사인 에이커 바이오마린(Aker BioMarine, 이하 ‘에이커’)은 2006년부터 남대서양에 도착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조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그물 포획 방식이 아닌, 거대한 진공 청소기를 사용해 크릴을 빨아들였던 것이다.
에이커의 등장으로 남극크릴의 전체 어획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2023년 총 어획량은 424,203톤에 달했다. 이중 노르웨이는 전체의 67.2%인 285,132톤을 어획했다. 그 뒤를 이어 중국 17.1%, 한국 8.4%, 칠레 4.4%, 우크라이나 2.8% 등이 남극크릴을 어획했다.
2024년 어획량 공식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CCAMLR은 "50만 톤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크릴 어업이 가장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즉 소련이 해체되기 전으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에이커의 202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커는 크릴 오일로 1억 9,060만 달러, 크릴 밀로 1억 3,300만 달러, 동물사료 및 기타 제품으로 59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에이커는 여전히 남극크릴 조업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이 회사의 연차보고서를 보면, 순손실이 계속된 것을 알 수 있다. 11년 동안 누적된 총 순손실은 1억 2,460만 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의 2024년 3분기 및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크릴 조업 및 사료 사업부 지분 60%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아메리칸 인더스트리얼 파트너’에 매각됐다. 나머지 지분 40%는 모기업인 에이커캐피탈이 설립한 ‘에이커 크릴컴퍼니’가 확보했다. 이 같은 사업부 분할 및 매각으로 에이커가 얻은 수익은 약 2억 27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된다. 당연히 에이커의 현금 유동성은 늘어 2024년 순이익은 1억 8,000만 달러 수준이다. 기존 순손실을 모두 만회한 수치다.
하지만 에이커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크릴 어업과 사료 사업에서 물러나 부가가치가 높은 크릴 오일 및 보충제 제조에만 전념하게 됐다. 앞으로 크릴 조업이 더 늘어나게 될지는 이들 사업의 성패에 달렸다.
국내에서도 크릴은 돈이 안 되는 사업
한국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남극크릴 조업국이다. 2010년대 말엔 남극크릴로 만든 오메가-3 영양제, 화장품, 심지어 설거지용 세제까지 출시되며 큰 반향을 불렀다. 크릴오일이 심장 건강, 면역 등에 좋다는 낭설까지 퍼졌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에서 에톡시퀸과 헥산과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검출되며, 크릴오일 가공은 위기를 맞는다. 크릴오일 제품의 전수조사를 실시한 정부는 부적합 제품을 전량회수 및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식약처는 “크릴오일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에 해당하므로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짚었고, 의료계에서는 ‘크릴 오일과 질병 예방은 무관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당시 대한심장학회는 “치료 중인 심혈관계 환자들에게 크릴 오일이 큰 효과가 없었다”며 “크릴이 아니더라도 오메가3 지방산은 식물로 대체할 수 있으니 펭귄에게 양보하라”는 의견을 남겼다.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전남 보성에 있는 바이오 원료 추출기업인 바이오코프를 찾았다. 바이오코프는 에이커 등 해외 기업보다 크릴오일의 인지질 함량을 높여 판매하고 있다.
노주완 바이오코프 대표는 "(크릴오일의) 유행은 끝났고, 주문도 사라져 국내 시장 규모는 그때의 20분의 1도 안 된다”며, “내수는 전혀 없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의 99%는 수출"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코프 등 크릴오일 제조사는 건조 크릴을 사용해 오메가3를 함유한 크릴 오일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에이코사펜타엔산(EPA)과 도코사헥사엔산(DHA)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오메가3가 생성된다. 노 대표는 다른 어유(오일)에 비해 크릴오일이 EPA와 DHA 함량이 적지만 먹었을 때 흡수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흡수가 잘 돼서 먹고 트림을 하면 비린내가 올라오지 않아 북미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크릴 사업은 오일 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높은 제조 원가 탓에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전해진다. 노 대표는 “(크릴을) 냉동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운송비가 높아 제품이 비싸다”며 “조업사는 배가 있으니 크릴을 잡지만, 손해를 보고 있고 미래 가치를 위해 조업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일산업은 1999년부터 상업 크릴 조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남극해를 오가며, 크릴을 잡고 있다. 정일산업 외에는 동원산업이 크릴잡이 트롤어선 한 척을 운영하고 있다.
정일산업은 크릴 어업의 수익성을 묻는 질의에 “2024년 크릴 매출 규모는 전체의 1% 수준으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답했다. 또, "에이커와 마찬가지로 장기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2022년부터 (남극해에서) 어선 수를 2척에서 1척으로 줄였고, 2023년부터는 조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일산업은 “크릴 자원조사를 지속하고 있다”며 “남극 생물의 기반 종인 남극크릴의 자원량 조사 및 생태정보 등 과학적 정보 확보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2022년 하반기부터 에이커 등 3개 업체 크릴오일 제품이 “체지방 감소와 관절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했다. 덕분에 다양한 제약사들이 이 제품을 캡슐화해 자사 브랜드를 붙여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크릴오일 수요가 줄어든 시점에 나온 인증이라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취재팀과 인터뷰한 스탠포드대 홉킨스 해양연구소 소속의 매튜 사보카는 크릴 어업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대한 배들이 화석 연료를 태워가며 노르웨이, 중국, 한국, 지구 반대편에서 고래와 펭귄, 물개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채취하러 온다”며, “연어를 핑크빛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크릴을 대체할 연어 먹이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연어 양식에 크릴이 과도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무관하지 않은 연구다.
노르웨이는 2015년부터 미세조류, 식물성 단백질과 기름 등이 연어 사료로 쓰일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2018년 한 노르웨이 양어 업체는 연어 먹이를 무어류 사료와 천연 해조류 유래 영양제로 대체했다. 이 업체가 생산한 연어는 이듬해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독일 연구팀은 “다양한 어종에 미세조류가 들어간 기능성 사료로 효과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저널에 발표했다. 연어 양식에 크릴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뜻이다.
중국, 마르지 않는 보조금으로 크릴 사업 지탱
그런데, 남극크릴의 경제성 문제와 과학계의 경고는 중국에겐 예외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5년 “연간 100만~200만 톤의 남극크릴 조업을 목표로 하겠다”며 본격적인 크릴 남획을 예고했다.
실제 중국은 2023년 남극크릴 어획량 기준, 세계 2위 국가가 됐다. 같은해에만 72,591톤을 잡았다. 지난해에는 4척의 조업선을 운영하며 중국 내부 시장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넹예 류 싱가포르경영대학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중국 크릴 어업은 수익성이 낮아 중국 수산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미 중국은 낮은 수익성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바로 거액의 보조금이다.
2021년 남극해보존연합(ASOC)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정부는 남극크릴 어획 및 가공 선박의 건조(또는 개조) 비용의 30%까지를 보조금으로, 비용의 30%까지를 장기 저리 대출을 통해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타비타 말로리 워싱턴대학교 겸임교수는 "(중국에서) 크릴은 여전히 성장세이고, 다른 업체나 산업군에 비해 높은 보조금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보조금 없이는 수익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크릴 조업을 위해 5척의 선박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CCAMLR 연차회의에서 크릴 조업 쿼터를 668,101톤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과학자들, 크릴 생태계에 대해 암울한 전망 내놔
국제협업 취재팀은 지난해 11월 칠레 최남단에 위치한 푼타 아레나스를 찾았다. 남극 생태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세미나에선 남극 생태계의 암울한 미래를 점치는 발표가 이어졌다.

기후 변화와 얼음 손실, 즉 서식지 축소의 결과로 크릴은 남쪽으로 이동했으며, 크릴의 개체 밀도는 감소 추세로 학계에 보고됐다. 호주 정부 소속 생태학자 소 가와구치는 <바다의 산성화가 남극해의 크릴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인류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크릴 알의 부화 성공률이 21세기 말까지 최대 5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역시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와 해양 환경 변화 등으로 남극크릴의 개체군이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크릴이 사라지거나 줄어들면 먹이사슬을 통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릴이 포식자들을 먹여살리는 것 외에도 탄소 저감효과를 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 간의 다툼, 요원한 만장일치 합의
지난해 10월, 국제기구 CCAMLR의 연차회의가 호주 태즈매니아주 호바트에서 열렸다. 26개 회원국과 유럽연합 국가들, 원양업계와 환경단체도 참석했다. (정책에 대한 투표권은 회원국에만 주어진다)
회의록에 따르면, 총회는 태즈매니아주 주지사가 개회사를 끝내기 무섭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난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줄 것을 CCAMLR 당사국에 촉구했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당사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다. 반면,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은 노르웨이가 불법 크릴 어업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또 미국은 남극해 어업에 노동 기준을 도입하고자 제안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한 해양보호구역 추가 지정에 반대했다. 이 같은 설전은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개최되는 CCAMLR 연차회의에서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남극 생태계가 ‘블록 정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 의제도 있다. 남극의 좁은 구역에 조업이 집중돼 크릴을 남획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보존조치’다.
CCAMLR 한국정부 대표단 자문인 김은희 기후해양정책연구소 대표는 “조업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 CCAMLR는 ‘올림픽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는데, 선박들이 정해진 어획 한도를 정해진 구역에서 잡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조업시스템에서는 어획 한도가 선박마다 할당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특정 수역에 할당된 양이 차면 어장을 닫는 시스템으로 선박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CCAMLR는 2009년 ‘보존조치 51-07’(CM51-07)를 제정해 통과시켰다. 연간 62만 톤의 조업 한도를 4개 하위 구역에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까지는 모든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통해 ‘보존조치’를 개정하거나 연장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해주지 않아 결국 조치 효력이 만료됐다.
따라서 올해인 2025년부터는 조업 어선들이 하위 1개 구역에서 크릴 62만 톤을 모두 가져가도 협약 위반이 아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독일 생태학자 베티나 마이어는 보존조치를 만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도 보존조치 연장을 지지했던 국가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는 "특정 해역에서의 남극 크릴 조업 집중으로 인해 CM51-07의 효력이 상실될 경우,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고래가 남극해에서 사라졌듯, 남극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탠포드대 연구원 매튜 사보카는 올해 남극크릴 어획량이 6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사보카는 "크릴 조업에 공간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어획량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한다”며, “크릴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잡고 또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일리매버릭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취재는 퓰리처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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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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