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하지 않아도 내가 소중하길"... 5집 낸 트랜스젠더 음악가 키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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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은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에게 하는 말을 담았고, 4집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어요. 이번엔 별다른 메시지가 없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디 음악가 키라라(33)는 지난달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키라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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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단독 콘서트 열어
“3집은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에게 하는 말을 담았고, 4집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어요. 이번엔 별다른 메시지가 없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디 음악가 키라라(33)는 지난달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키라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트랜스젠더인 그는 “3, 4집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앨범이었다면 이번 5집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앨범”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활동명을 쓴 앨범명에 대해선 “음악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나은 상태의 나를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5집 낸 12년차 중견 음악가
키라라는 전자음악가다. 대중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12년차 중견 음악가다. 두 번째 앨범 ‘무브스(Moves)’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았다. K팝과 교집합이 많은 음악을 하고 있기에 유명 K팝 기획사들에게서 협업 제안도 많이 받는다.
그는 부지런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5개의 정규 앨범 외에 미니앨범(EP), 라이브 앨범, 리믹스 앨범 등 총 17개의 앨범을 냈다. 국내외 수많은 음악 축제에 출연했고 단독 콘서트도 꾸준히 연다.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는 19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공연장인 무신사 개러지에서 한다.
5집에는 포크, 메탈,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키라라의 음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록 밴드 할로우잰, 래퍼 스월비, 포크 가수 예람 등이 그의 음악에 새 옷을 입혔다.
새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13초짜리 첫 트랙은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노래한다. 음악을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기를 지나 ‘목적’으로 삼는 키라라 음악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다. “성정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음악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500명과 대화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되더군요. 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는 아니고 도피처랄까, 그 문제를 안 보게 해주는 거죠.”
"음악 하지 않아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길"
2집 ‘무브스’의 오프닝 트랙은 키라라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를 담고 있다.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교차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문구로 그는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를 바꿔 쓴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땐 ‘남성으로 태어났는데 여성으로 살고 있는 난 어떻게 살지? 망했다’라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어요. 그 표현이 지난 10년간 저를 상징하는 말이 되면서 기능적인 역할은 너무 잘 수행했어요. 이젠 굳이 예뻐지고 싶지도 강해지고 싶지도 않아서 그 표현을 졸업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다양한 소리들의 정교한 조합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듣는 이를 들썩이게 한다. 새 앨범이 재생되는 70분 내내 그 즐거움이 전달된다. 댄스 음악에서 벗어나 록 밴드 할로우잰과 협업한 ‘증발’에는 “음악을 하지 않는 상태야말로 내가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담았다.
“음악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가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며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것 같은데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졌어요. 그래서 내 인생을 더 낫게 만드는 수단으로 쓰지 않고 목적으로 다뤄본 것이 이번 앨범인데요. 음악을 하지 않아도 내가 소중한 사람인 걸 스스로 아는 상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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