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3816개의 기후’…“기후소송은 이대로 괜찮겠냐는 질문” [기후in]
정부 소송 73%…감축·인권 쟁점
“기업은 그린워싱 소송 증가 중”
기후소송 승률은 대체로 저조
법정 밖에서 진전 이끌기도
#2 청년 기후활동가 7명과 한국가스공사 소액주주 3명은 지난달 10일 가스공사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랄노스(Coral North) FLNG(부유식 가스 생산 설비) 사업 5억6200만달러(약 7900억원) 투자 결정에 대한 집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대구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은 가처분이 필요한 이유로 이번 투자 결정이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저버린 데다 화석원료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위험도가 높은 배임적 의사결정’이란 주장을 내세웠다. 국제 에너지 감시단체 링코(LINGO)에 따르면 모잠비크 가스 사업 운영기간 중 배출 예상 온실가스는 총 4억890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우리나라 한해 총 배출량 4분의 3 수준이다.

◆정부·기업을 향한 기후소송의 ‘칼날’
16일 기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기후변화법 연구기관 사빈센터(Sabin Center)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소송 건수는 현재까지 모두 3816건(미국 2603건·미국 외 1213건)에 이른다.

이런 기후소송의 ‘칼날’이 실제 기업의 재무 성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도 최근 나온 터다.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발표된 연구 ‘기후소송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05∼2021년 미국·유럽 상장 기업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 108건을 분석한 결과 소송 제기나 불리한 편결 이후 기업 주가가 평균 0.41% 떨어졌다고 평가됐다. 세계 주요 화석연료 생산기업 등 탄소집약적 기업은 그 영향이 더 커 소송 제기 시 평균 0.57%,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1.50%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측정됐다.
◆“정치·행정에 맡겨놓을 수만 없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와 관련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에 관해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단 판단이었다. 사법부가 이런 식으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제동을 건 사례는 네덜란드,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손에 꼽는 정도로 우리나라가 유럽 대륙 밖에서는 최초라고 한다.
이런 특별한 사례 때문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사실 국내 기후소송은 법원이나 정부기관에서 대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임두리 기후솔루션 리걸팀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다뤄지는 기후소송 건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며 “EU(유럽연합)만 해도 소송 건수가 많고 성공이 축적됐기 때문에 유효한 전략을 채택하는데 유리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후소송의 낮은 승률은 자연스러운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기후 헌법소원 공동대리인단에 참여하기도 했던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법률 수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문제는 보통 어떤 조항을 어겨서 발생하기보다는 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라며 “기후소송이 이기기 어려운 건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입법부나 행정부가 규율을 충분히 만들지 않아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입법부·행정부의 ‘공백’은 다시금 우리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같은 최고 사법기관의 개입 이유가 되기도 한단 게 윤 변호사 설명이다. 그는 “기후변화 피해가 현재 정치적 소수자인 미래세대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치·행정에 모든 걸 맡겨둘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법부가 계속 맞닥뜨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의 ‘결단’이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기후소송에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전략적 성격이 강한 기후소송의 진짜 목표는 ‘승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책·제도의 개선, 일반 대중의 인식 제고 등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 원고 10명의 포스코 대상 전남 광양 제2고로 개수(설비 교체) 중지 민사소송을 대리 중인 김예니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기후소송이 공론장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청소년, 노년층의 목소리를 모아내기도 한다”며 “이들 당사자 의견에 법적, 과학적 근거가 합쳐지면서 법정 밖에서 정책 진전을 이끄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노년 기후운동단체 ‘60+기후행동’이 기후위기로부터 노인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경우가 그런 사례다. 인권위는 ‘구체적이고 개별적 인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지만, 노인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엔 공감해 후속조치 준비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했고 환경부 장관에게 관련 법 내 기후위기 취약계층 정의 명시와 보호 의무 규정을 권고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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