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놀이터였다?
※ 뉴스타파와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가 21대 대선 팩트체크를 위해 뭉쳤습니다.
건강한 공론장을 위해 거짓이 사실로, 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감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13년 진주의료원은 방만하고 비효율적 운영으로 도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의사 16명, 간호사 150여 명이지만 외래 환자는 200명에 불과한 극심한 비효율적 운영이었다. 지속적인 자본 잠식과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강성 노조가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노조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경상남도는 의료원 정상화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투쟁을 지속했다. 결국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2013년 부득이하게 폐업 절차를 추진했다. 민노총 등 강성 노조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한 드문 사례이다.
- 홍준표 전 대구시장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을 연다> 204쪽 중
저는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의 강성 보건의료 노조와 싸워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 싸움에서 느낀 한 가지는 우리가 봐야 할 방향은 노동자만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이고 국민경제가 최우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 훙준표 전 대구시장 대선 출마 선언 (2025.4.14.)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 캠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진주의료원의 강성 보건의료 노조와 싸워 본 경험”을 언급했다. 지난 10일 출간한 책 <제7공화국 선진대국을 연다>에서도 이 경험을 “강성 노조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한 드문 사례”라고 자찬했다.
홍준표 전 시장이 경상남도지사였던 2013년 5월 29일, 진주의료원이 폐업했다. 103년 동안 역할을 해온 서부 경남지역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사라진 것이다. 홍 전 시장이 경남지사로 취임한 지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역 공공의료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회는 여야 합의로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국조특위는 32일간 국정조사를 벌여 2013년 7월, 결과보고서를 내놨다.
뉴스타파는 2013년 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중심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홍 전 시장의 발언들을 요목조목 따져봤다.
진주의료원, 방만·비효율 운영에 부득이하게 폐업?
거짓에 가깝다. 물론 진주의료원에 대한 운영 평가·진단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2012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 평가·진단 결과’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4개 평가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인 D 등급을 받았다. 전체 39개소 중 하위 11개소(28.2%)에 포함된 것이다.
지역의료원 운영 진단 결과도 경영 효율성 ‘낮음’으로 나왔다. 경영 효율성과 의료 취약도 수준에 따라 진주의료원은 ‘혁신 필요형’(전체 34개소 중 10개소)으로 분류됐다. 진료과 운영을 효율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경영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 개선안 우선 시행”이 과제로 주어졌다.
실제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의 부채 279억 원을 가장 문제 삼았다. 그러나 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서울·부산·군산의료원 부채 규모보다 작았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자산 대비 부채비율 역시 진주의료원이 45.7%로 지역의료원 평균(39.6%)에 비해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지역 공기업들 평균(77.1%)보다도 밑돌았다.
이 결과보고서는 “2007년 신축 이전에 따른 지역개발기금 282억 원이 부채 급증의 주요한 원인”이라면서 “진주의료원의 경영 불합리성에 대한 경상남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영 성과를 보려면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당기순손실 69억 원 중 절반가량이 감가상각비(33억 원)라고 언급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때 지역의료원 34곳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공병원은 애초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 진료 등으로 발생한 일명 “착한 적자”를 계산하면 진주의료원은 “오히려 218억 원 흑자”라고 보고서는 말했다.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부채 279억 원’이 상징하는 방만 운영 때문에 “부득이하게 폐업 절차를 추진”했다면, 경남개발공사를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있다. 그때 경남개발공사의 부채가 7천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남개발공사는 사업을 확대해 갔고 진주의료원은 폐업에 이르렀다. 국회 국조특위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보건의료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홍준표 도지사의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배경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로 불거진 지역의료원의 적자 운영, 지자체장의 의료원 강제 폐업 등을 해결하고자 법안들도 발의돼 2013년과 2014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의료원을 경영상 부실을 이유로 해산하려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게끔 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홍준표 방지법’), 공공보건의료기관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전부 보조하도록 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시행되고 있다.
요약하면,
△‘진주의료원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병원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홍 지사가 폐업 사유로 내세운 진주의료원의 부채 279억 원은 실제 현황보다 부풀려진 규모인 데다 “부득이하게” 폐업할 만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 △그 결과 지역의료원을 지자체가 마음대로 폐업하지 못하게, 운영이 어려운 지역의료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놀이터였다?
대체로 거짓이다.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를 강성 노조로 보기는 어렵다. 노조가 설립된 해인 1999년에 노동위원회 신고를 거쳐 파업했던 것 제외하고, 한 번도 파업한 사례조차 없기 때문이다. (2013년 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심지어 2008년부터 3년 동안은 임금이 동결됐다. 노사가 합의안 임금 협상안이 진주의료원 이사회에서 부결돼서인데, 이 협상안은 2011년에 뒤늦게 이행돼 5.5% 임금이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2년 다시 동결됐다. 폐업 전 8개월 동안은 임금 체불도 이어졌다.
의사를 제외한 진주의료원 직원 242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3천1백만 원 정도로, 다른 지역의료원의 80% 수준에 불과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도 진주의료원의 경영 악화 요인을 ‘강성 노조’에서 찾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보건복지부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2012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보고서’ 일부를 인용해 보고서에 실었다. “경영 악화 요인으로 강성 노조보다는 퇴직금 정산분이나 (신축 이전 등에 따른) 지역개발기금 채무에 대한 조치 등이 지적된다”는 것이다.
다만 국조특위는 “노사 문제로서 비합리적인 단체협약 사항 과다”를 문제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노조의 인사권 관여, 직원 가족의 우선 채용 등 부당한 조항들이 단협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대부분 사문화된 조항으로 확인됐지만 “적시에 이를 정리하지 못해 ‘귀족 노조’라는 오해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상남도가 두 차례 종합감사를 실시하면서도 단협에 있는 해당 조항들을 비판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단협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노사 양측의 공동 책임”이라고 결과보고서에 적었다.
진주의료원 노조와의 싸움, 노동자 이익뿐 아니라 국민 전체 삶 봐야?
진주의료원 폐업이 국민 전체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직원 23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 뿐만 아니라 국민이 입은 피해도 컸다.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서부 경남지역의 공공의료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2020년 3월 경상남도 발표에 의하면, 진주의료원 폐업 뒤 경남지역의 경우 공공병상 1개당 인구가 1만 1천백 명이 넘는다. 전국 시도 가운데 공공병상이 가장 부족한 지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서부 경남지역 환자가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마산의료원에 입원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경상남도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300병상 규모의 ‘경상남도 서부의료원’(가칭)을 설립하기로 하고 오는 2026년 착공해 2028년에 개원할 계획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경남지역 국민들의 삶이 회복되기까지 아직 3년이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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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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