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항마는? ‘강골’ 김문수, ‘당세’ 나경원, ‘AI’ 안철수, ‘팬덤’ 한동훈, ‘TK’ 홍준표
‘尹과의 거리’ 탄핵 찬성파의 딜레마…한동훈·안철수 ‘배신자 프레임’ 난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여당 간판을 내린 국민의힘은 지금 몰락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라면 '도로 야당'이 될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 팽배하다. 그러나 난세 속 영웅을 자처하는 이는 적지 않다.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부터 장관과 도지사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잠룡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6·3 장미대선, 이재명의 독주를 막을 '보수의 대항마'는 누가 될까. 시사저널은 정치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들여다보는 'SWOT 분석'을 진행했다.
尹心 업은 반탄파, 중도 당기는 찬탄파
'윤석열 파면'으로 친윤(親윤석열)계는 동반 위기에 몰렸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몸값'이 뛴 이들도 있다. 그중 가장 큰 수혜자는 OB(올드보이) 김문수 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탄핵 정국 전까지 김 후보는 대선후보 반열에 들지 못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파고드는 '아스팔트 투사'로서 줄곧 보수 변방에 머물렀다. 국회 현안질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거칠게 부딪치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강골 성향이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무기가 된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성난 보수 민심이 강성 반탄(反탄핵)파인 김 후보에게 쏠렸고,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범보수 1위 대선주자로 올라섰다.
김 후보의 강점이 비단 '윤심'에만 있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진보에서 보수, 입법에서 행정을 아우르는 풍부한 정치적 경험, 그 경륜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그는 지난 40년간 운동권 투사, 노조위원장, 다선 국회의원, 경기지사, 장관 등을 지냈다. 최근 정치권에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 후보의 '막판 단일화'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는 모습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을 주장해온 박수영 의원이 김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김 후보는 도지사 시절 현장의 야전사령관 같은 스타일을 보여줬고, 진보와 보수를 모두 경험했다"며 "쉽지는 않겠으나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처럼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이재명과의 대결에서 접전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권 도전 당시 '윤심' 탓에 고배를 마셨던 5선 중진 나경원 후보도 대선 국면에서는 '윤심'을 앞세우는 모습이다. '윤석열 탄핵심판 각하'를 줄곧 강조해온 나 후보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헌재 선고 다음 날인 4월5일 윤 전 대통령 관저를 찾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후보에게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와 비교해 지지율은 열세이나, 당내 지지세에서는 김 후보를 앞지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 후보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당시 후보에게 밀리며 석패했으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40.9%를 득표해 이 후보(37.4%)를 제친 바 있다.
실제 적지 않은 친윤계 현역 의원이 나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 후보 캠프에는 3선 중진 이만희 의원을 비롯해 강승규·박상웅·임종득·김민전 의원 등 친윤계 현역 의원이 다수 합류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나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친윤에 적극 어필하는 모습"이라며 "일단 당내 1차 경선에서 빅4에 들어간다면 친윤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선 두 후보가 '짙은 친윤색'을 앞세우고 있다면, 홍준표 후보는 '윤심'과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탄파로서 보수 집토끼 민심과 궤를 같이하는 홍 후보지만, 그는 '보수 적자론'을 내세우며 이른바 '용병 정치'를 거듭 비판하고 있다. 당이 대권을 앞두고 급히 스카우트한 검사 윤석열, 검사 한동훈이 당을 위기로 몰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치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다소 거친 그의 언변이 중도층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의 선명한 리더십에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의 합성어)라며 환호하는 팬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 경남지사, 대구시장으로서 강한 TK(대구·경북) 조직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홍 후보의 선거캠프 개소식에는 추경호·이철규·박성민 등 친윤계 의원 17명이 참석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홍 후보를 지원한 현역 의원이 배현진 의원 등 10명 이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당내 지지세가 불어난 셈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홍 후보는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지며 국민에게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며 "다선 의원 출신으로서 정무·정치적 경험이 많고, 대구시장과 경남지사를 거치면서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3대 변수 '한덕수 출마·尹心 향배·명태균 리스크'
친윤계 3인의 강점이 역설적으로 그들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당심'은 얻었으나 그만큼 '민심'과는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전 발표된 다수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은 60% 내외를 웃돌았다. "'강골, 극단적' 이미지를 바꾸는 브랜딩이 어려울 것"(안병진 교수, 김문수 후보에 대해),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정치로는 중도 확장이 어렵다"(이동수 대표, 나경원 후보에 대해), "인물론만으로 불리한 대선 구도를 극복하기 어렵다"(장성철 소장, 홍준표 후보에 대해)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밖에 △경선에서의 '윤심' 향배 △한덕수 대행의 출마 여부 △'명태균 리스크'의 재발화 여부에 따라 이들의 주가가 요동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찬탄(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앞선 친윤계 후보들과 정반대 처지에 놓여 있다. 그들의 강점은 이들의 약점으로, 그들의 약점이 이들의 강점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강성 당원들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혔다. 이 탓에 경선 경쟁력엔 물음표가 찍히지만, 오히려 대선 본선 경쟁력에선 반탄파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한 후보의 경우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도 "우리 아버지가 불법 계엄해도 막을 것"이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직전 당대표로서 현역 의원 20여 명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수만 명에 이르는 '고정 팬덤'이 있다는 것도 그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한 후보가 친윤계의 융단폭격을 얼마나 잘 견디고 넘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경선만 넘긴다면 국민의힘 후보 중에는 중도층 확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네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안 후보 역시 찬탄파로서 '중도 확장성'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인 'V3'를 개발한 '안랩'(안철수연구소의 후신) 창업자로서, 최근 전 세계 화두인 AI(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라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AI 공약을 전면에 내건 상황이기에 '이공계 브레인'인 안 후보의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선 무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동수 대표는 "안 후보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 분노한 강성 보수층이 그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계속 언급하고 있는 AI, AX(인공지능 전환) 분야에 관해 최고 전문가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내 경선에서 4강에만 안착한다면 온건 진보층까지 아우르는 중도 확장이 가능한 후보로 어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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