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도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 도자문화 맥 계승 위해 건립
빙렬 백자 등 전시관에 체험까지
자연스러움의 미학 엿볼 수 있어
개관 30주년…체험실 재단장 중
5월 ‘조선백자 만들기’ 행사 예정


우리 모두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여서 그럴까. 흙으로 빚은 예술, 도자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특히 소박하고 은은한 기품이 느껴지는 백자가 그러하다. 강원 횡성에 가면 조선 왕실의 백자를 재현한 전통 도자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폐교가 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6호 장송모 선생(96)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된 횡성군 공근면의 창봉초등학교를 매입해 세운 ‘장송모 도자연구원’이다.

이곳을 일군 장 선생은 수년간 연구한 끝에 조선 왕실 도자기인 ‘빙렬(氷裂·도자기 표면에 난 미세균열) 백자’를 재현해낸 도예가다. 특히 강원지역 전통 도자기의 얼을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조선 왕실의 도자기 재료가 강원 양구·횡성의 백토였다는 점을 들어 전통 도자기의 뿌리가 강원에 있다고 설파해왔다. 그가 도자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폐교를 활용해 1995년 장송모 도자연구원을 개관한 이유다. 개관 당시 장 선생은 직접 국무총리실·교육부 등 정부부처를 찾으며 도자연구원의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장송모 도자연구원은 1만4259㎡(4313평) 부지에 전시실·체험실·강연공간을 갖춘 신축 공간, 전시실·창고 등으로 쓰이는 학교 본관,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전통 가마 등으로 꾸려져 있다. 전시실에선 장 선생의 작품 수백여점을 만날 수 있으며, 체험실에선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초벌구이 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공예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장 선생의 막내아들로 대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는 장웅석 원장(45)은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7∼8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원장직을 맡고 있다”면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도 벅찬 게 현실이지만 도자문화 홍보라는 설립 목적에 걸맞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관 이래 관람료는 줄곧 무료였으며, 체험활동비는 재료비 수준에서 책정한다.

장 원장은 개인이든 단체든 관람 인원과 상관없이 전시관을 함께 돌며 도자기에 관해 설명해주는 도슨트 역할도 한다. 강원지역 곳곳에서 발굴된 각종 토기, 청자·백자 등 장 선생의 대표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자기의 역사와 시대적 특징까지 들을 수 있다. 그중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장 선생의 대표작인 ‘빙렬 백자 달항아리’다. 장 원장은 “보름달을 닮은 둥그스름한 모양 때문에 ‘달항아리’로 불리는데,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빚어 이어 붙여 만든다”며 “두개를 하나로 잇는 구조상 미세하게 불완전한 동그란 모습이 되는데 여기서 자연스러움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전통 가마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오래 멈추는 장소다. 현대식 작업 방식을 병행하는 장 원장은 1년에 한두번 사용하지만, 장 선생이 활발히 작업하던 때는 두달에 한번꼴로 불을 지폈다고 한다. 장 원장은 “초벌구이는 850℃에서 7시간, 재벌구이는 1250℃에서 10시간을 해야 하는데, 불꽃 색깔을 보고 온도를 가늠한다”면서 “마음 상태에 따라 색을 다르게 볼 수 있어 아버지는 작업에 들어가기 며칠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불을 지피고 나면 이틀밤을 꼬박 새며 그 앞을 지켰다”고 했다.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장송모 도자연구원의 목표는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존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변 부지를 정리하고, 체험실은 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등 재단장 중이다. 또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많지 않은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횡성문화관광재단과 연계해 5월 중 ‘횡성군민과 함께하는 조선백자 만들기 체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 원장은 “도자기는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 한 오랜 세월이 흘러도 형태와 색이 변하지 않고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손으로 흙을 만지는 경험이 주는 정서적인 힘을 느끼고, 도자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