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학교의 재탄생]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도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함규원 기자 2025. 4. 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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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탄생] (22) 강원 횡성 장송모 도자연구원
지역 도자문화 맥 계승 위해 건립
빙렬 백자 등 전시관에 체험까지
자연스러움의 미학 엿볼 수 있어
개관 30주년…체험실 재단장 중
5월 ‘조선백자 만들기’ 행사 예정
강원 횡성 장송모 도자연구원 체험실에선 초벌구이 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우리 모두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여서 그럴까. 흙으로 빚은 예술, 도자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특히 소박하고 은은한 기품이 느껴지는 백자가 그러하다. 강원 횡성에 가면 조선 왕실의 백자를 재현한 전통 도자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폐교가 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6호 장송모 선생(96)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된 횡성군 공근면의 창봉초등학교를 매입해 세운 ‘장송모 도자연구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이 담긴 도자기.

이곳을 일군 장 선생은 수년간 연구한 끝에 조선 왕실 도자기인 ‘빙렬(氷裂·도자기 표면에 난 미세균열) 백자’를 재현해낸 도예가다. 특히 강원지역 전통 도자기의 얼을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조선 왕실의 도자기 재료가 강원 양구·횡성의 백토였다는 점을 들어 전통 도자기의 뿌리가 강원에 있다고 설파해왔다. 그가 도자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폐교를 활용해 1995년 장송모 도자연구원을 개관한 이유다. 개관 당시 장 선생은 직접 국무총리실·교육부 등 정부부처를 찾으며 도자연구원의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WD2‘빙렬 백자 달항아리’를 빚는 장송모 선생.

장송모 도자연구원은 1만4259㎡(4313평) 부지에 전시실·체험실·강연공간을 갖춘 신축 공간, 전시실·창고 등으로 쓰이는 학교 본관,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전통 가마 등으로 꾸려져 있다. 전시실에선 장 선생의 작품 수백여점을 만날 수 있으며, 체험실에선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초벌구이 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공예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장 선생의 막내아들로 대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는 장웅석 원장(45)은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7∼8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원장직을 맡고 있다”면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도 벅찬 게 현실이지만 도자문화 홍보라는 설립 목적에 걸맞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관 이래 관람료는 줄곧 무료였으며, 체험활동비는 재료비 수준에서 책정한다.

물레로 도자기를 빚는 체험객들.

장 원장은 개인이든 단체든 관람 인원과 상관없이 전시관을 함께 돌며 도자기에 관해 설명해주는 도슨트 역할도 한다. 강원지역 곳곳에서 발굴된 각종 토기, 청자·백자 등 장 선생의 대표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도자기의 역사와 시대적 특징까지 들을 수 있다. 그중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장 선생의 대표작인 ‘빙렬 백자 달항아리’다. 장 원장은 “보름달을 닮은 둥그스름한 모양 때문에 ‘달항아리’로 불리는데,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빚어 이어 붙여 만든다”며 “두개를 하나로 잇는 구조상 미세하게 불완전한 동그란 모습이 되는데 여기서 자연스러움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웅석 원장이 전통 가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횡성=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장송모 도자연구원

흔히 볼 수 없는 전통 가마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오래 멈추는 장소다. 현대식 작업 방식을 병행하는 장 원장은 1년에 한두번 사용하지만, 장 선생이 활발히 작업하던 때는 두달에 한번꼴로 불을 지폈다고 한다. 장 원장은 “초벌구이는 850℃에서 7시간, 재벌구이는 1250℃에서 10시간을 해야 하는데, 불꽃 색깔을 보고 온도를 가늠한다”면서 “마음 상태에 따라 색을 다르게 볼 수 있어 아버지는 작업에 들어가기 며칠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불을 지피고 나면 이틀밤을 꼬박 새며 그 앞을 지켰다”고 했다.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장송모 도자연구원의 목표는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존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변 부지를 정리하고, 체험실은 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등 재단장 중이다. 또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많지 않은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횡성문화관광재단과 연계해 5월 중 ‘횡성군민과 함께하는 조선백자 만들기 체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 원장은 “도자기는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 한 오랜 세월이 흘러도 형태와 색이 변하지 않고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손으로 흙을 만지는 경험이 주는 정서적인 힘을 느끼고, 도자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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