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사람’ 말고 ‘무슨 공약’…대선 앞두고 진화하는 정치 테마주

정윤성 기자 2025. 4.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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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부터 저출산 정책까지…정책 수혜 기대감에 ‘오르락내리락’
선거 이겨도 반토막…정책 수혜 가능성 있어도 실적 개선 장담 못 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 테마주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누구인지' 따지며 특정 정치인과 종목의 인연에 주가가 급등락했다면, 최근 들어 '무슨 공약'인지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이다. 정치 테마주를 투기라며 기피하던 투자자들도 정책 수혜주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에 솔깃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선 후보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의 행보와 말 한마디에 비정상적으로 꿈틀대는 종목 역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 일주일(3월27일~4월3일)과 파면 후 최근(4월4일~4월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의 주가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을 각각 분석한 결과, 상위 종목 대부분 정치 테마주가 차지했다. 파면 전에는 아센디오, 제일약품, 유일로보틱스를 제외한 17개 종목이 정치 관련주였고, 파면 후에는 엑시온그룹, 에이비엘바이오를 제외한 18개 종목이 관련주로 이름을 올렸다. 주가 상승률은 20%부터 380%까지 다양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전후로 정치 테마주가 급등하는 양상은 차이를 보였다. 통상 국내 정치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과 연고, 성씨, 학연 등 온갖 사소한 인연이 부각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주가가 급등락 해왔다. 최근에도 이런 테마주들이 여전히 주가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파면 후부터는 조기 대선에 따른 정책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정책 수혜주'들이 포착된다.

생성형 AI 이미지 ⓒ챗GPT

예비 후보 행보에 정책 수혜주 급부상

일단 파면 전 일주일간 주가가 급등한 국내 정치 테마주들 대부분은 정책 관련성이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 주가가 96.59%로 가장 크게 오른 섬유 제조 기업 윌비스는 전병훈 회장의 학연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전 회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고려대 동문이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경북고 동문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쌍방울 계열사라는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테마주로 묶인 제이준코스메틱, 비비안은 주가가 각각 41.19%, 36.3% 뛰었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때부터 테마주로 자리해온 형지엘리트, 오리엔트바이오, 에넥스 등도 20% 이상 급등했다.

코스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형지글로벌, 형지I&C, 소프트캠프, 오리엔트정공 등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이유로 이 전 대표 테마주로 분류됐지만,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은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정책과 연결된 종목은 지역화폐와 관련된 유라클 등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대통령 파면 이후인 4일부터는 정책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충청권 건설사인 계룡건설의 주가는 15일까지 66.29%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세종특별자치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또 차기 정부에서 기후 관련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자 친환경 관련 기업인 그린케미칼의 주가는 43.71% 올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국민의힘도 지난해 환경부를 '기후경제부'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차기 대권 주자의 공약으로 기후 관련 정책이 포함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여야가 최근 힘을 싣는 인공지능(AI) 정책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다. 이 전 대표가 대선 출마 발표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 반도체 설계회사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하자 벤처투자사인 DSC인베스트먼트(94.44%), TS인베스트먼트(80.17%)의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이밖에도 크라우드웍스, 이스트에이드, 벡트 등 코스닥 AI 테마 종목들의 주가가 80% 이상 급등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 테마주, 선거 승패 불문 '급락' 반복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도 정치 테마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기존 정치 테마주에 관심이 없던 투자자들도 정책 수혜주라면 관련성이 높을 것이라며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증시 약세로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테마주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은 더 늘고 있다.

연결고리가 불확실한 풍문에 기반한 테마주보다는 정책 연관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정책 수혜를 입더라도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치인과의 관련성과 관계없이 선거 기간 급등한 테마주는 대체로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부상한 대상홀딩스는 1만2110원을 찍은 뒤 총선 다음 날 8420원까지 30.5% 급락했다. 선거를 이겨도 예외는 아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된 화천기계 역시 9010원까지 치솟은 뒤 총선 다음 날 4235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테마주 관련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금감원은 "정치테마주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정치인과 학연·지연 등의 이유로 주가가 급등락하고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테마주 관련 허위사실·풍문 유포자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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