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지 않는 ‘경호처의 벽’…‘6전6패’ 쓴맛에 분통 터뜨린 경찰

정윤경 기자 2025. 4.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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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2·3 비상계엄’ 이후 6차례 압수수색 시도…비화폰 서버 대상
‘尹 파면’ 후에도 자리 지킨 김성훈 차장…사의 표명에도 영향력 여전
경찰 내부서도 불만 터져 나와…“압수수색 방해하면 입건해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6전 6패. 경찰이 뼈아픈 기록을 쓰게 됐다.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 등을 상대로 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또 실패하면서다. 경찰은 12·3 비상계엄 이후부터 4개월간 6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대통령실의 진입을 허가할 수 있는 '최종 결정권자'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부터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김 차장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경찰은 '내란 블랙박스'를 열지 못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4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위해 민원실 출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불발 또 불발…경찰, '계엄사태' 핵심 물증 확보 못해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전날 오후 8시40분경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및 경호처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집행 불승낙 사유서를 제출받았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경호처는 비화폰 서버 등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최대한 제출하기로 했고, 임의제출 방식과 절차에 대해선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10시간 넘는 대치 끝에 압수수색에 실패했다. 전날 오전 10시13분경 경찰은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 출입구에서 경호원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수색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통령실 내 경호처 비화폰 서버, 공관촌 내 경호처 사무실과 경호처장 공관에 있는 문서가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확보해,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통해 지난 1월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1차 체포 시도를 저지하려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입증하려고 했다. 또 김성훈 차장이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었다. 이외에도 대통령집무실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내란)를 규명하려 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섰다.

경찰의 압수수색 불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계엄 사태의 핵심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전날까지 총 6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초 이번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첫 시도여서 협조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경찰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경찰 내부에선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없는데도 압수수색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래서 수사권을 집행하겠느냐' '경찰을 우습게 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검찰을 향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민 전 위원장은 "검찰 비상계엄 특수본이 과연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대통령 삼청동 안전가옥(안가) 내 CCTV와 이 전 장관이 사용한 비화폰 서버에 대해 경찰이 최근 3차례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경찰이 필요한 부분은 청구를 해서 발부받았고, 기각된 부분은 현 단계에서 압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서 보완하라는 취지로 기각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3월21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호처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물건은 책임자나 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조항을 근거로 집행을 불승인해 왔다. 선봉에는 윤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있었다. 김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에도 자리를 지켜왔다. 김 차장은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고 교육받고 훈련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김 차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은 압수수색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 차장이 압수수색을 막아서면서 경찰 내에선 거센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민 전 위원장은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람에 대해서 입건을 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내란 혐의에 관한 중대 수사인 만큼 빠른 시일 내로 다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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