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는 안 나오나?" 국민의힘 경선에 갈라진 부산 민심[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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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남성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양향자, 유정복, 이철우, 한동훈, 홍준표…"

지난 16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인근 식당. 뉴스 화면에 국민의힘 1차 경선 진출자 8명의 이름이 뜨자 부산 시민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문수는 그래도 괜찮다 아이가" "한동훈이가 그래도 사람이 강직한 이미지라" 등의 의견부터 "홍준표가 낫지예" "한덕수는 안 나오나"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PK(부산·울산·경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핵심 전장으로 꼽힌다. 부산·경남권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기준 전체 당내 선거인단의 약 16%를 차지했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와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2차 경선에서 부산 민심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철수·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도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을 택한 이유다.

지난 16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인근 모습. (왼쪽) 지난 1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근처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다. (오른쪽) 비슷한 기간 부산 서면 영광도서 앞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만난 대다수의 부산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정권을 성토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60~70대 강경 보수층은 인물 교체를 주장했지만, 20~50대 중도층은 정권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60~70대는 김문수 대선 예비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20~50대 중도층은 한동훈 예비후보를 주로 거론했다.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은 홍준표 예비후보를 꼽기도 했다.

이날 부산 서면역 인근에서 만난 박모씨(65)는 "민주당은 안된다"며 "그래도 김문수가 낫다"고 했다. 그는 "김문수가 청렴하고 재산도 깔끔하고 비리도 없지 않느냐"며 "계엄 이후에 민주당이 사과하라고 해도 꼿꼿하게 서서 인사도 안하는 모습이 강인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도 잘한 것은 없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부산은 작년 총선 때도 국민의힘이 17개 지역이나 싹쓸이했다. 이번에도 민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김문수 아니면 한덕수"라고 했다. 김씨는 "김문수는 사람이 곱고 거짓말도 안 하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며 "한덕수도 괜찮다. 미국통에 경제통이고 영어도 잘한다. 이낙연도 포섭할 수 있으면 통합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자영업자 이모씨(73)는 홍준표·한동훈 예비후보는 경쟁력이 낮다고 했다. 그는 "홍준표 후보는 나이도 많고 말도 함부로 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했다. 한동훈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인지 아직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에서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예비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6)는 "홍준표 후보는 토론도 많이 해서 인지도도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김문수 후보, 한덕수 총리는 자주 접하지 못해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모씨(23) 역시 "홍준표는 정치 감각이 있다"며 "김문수는 꼰대 느낌이 있고 한동훈은 정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20대 여성을 비롯한 중도층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이 향후 투표 결정에 중요하다고 했다. 직장인 여성 김민영씨(29)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후보가 나오면 민주당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계엄 때 반대했던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한동훈이 가장 낫다"고 했다.

부산=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