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화살(Harmatia), 용적률과 사회적 자본의 재발견 [마스턴 김 박사의 說]

마켓인사이트 2025. 4. 17.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 CFO Insight]
김선우 마스턴투자운용 감사실장·산업공학박사
이 기사는 04월 16일 11: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66권의 분철된 책이 모여(바이블의 어원은 두루마리들이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고대어로 작성된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사실 모두 알고 있는 놀랍도록 간단한 얘기다. 신은 인간을 무한히 사랑하니, 인간은 우선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 마지막으로 신이 만들어낸 모든 세계를 신처럼 사랑하라는 메시지이다. 사랑으로 시작되어, 사랑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처럼 명료한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빗나간 해석과 불행한 결과는 인류 역사의 모든 페이지에 넘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신은 우리 교회, 우리 목사님만 사랑하신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만큼, 나도 나 자신만 사랑하겠다.” “신의 사랑을 나도 이웃에게 베풀겠다. 단, 내가 제시한 열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서.” 고대 헬라어에서 죄를 의미하는 단어는 빗나간 화살(Harmatia)에서 유래한다. 종교인과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성경의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나면 성경적으로 죄의 상태이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부동산 규제에서도 발견된다. 부동산 규제의 핵심 메시지는 국토와 자원의 보호 및 개발, 그리고 농지의 보전에 있다. 이러한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사회적 특성과 지역별 한계를 고려한 세부적인 지침들이 수립된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산업의 빠른 변화로 인해 종교 경전인 성경과는 달리 부동산 규제는 불가피하게 잦은 조정과 수정이 요구된다. 

우리가 직접 목격해온 것처럼,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규제의 왜곡 현상은 성경 해석의 왜곡 못지않다. 이 두 현상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왜곡과 주어진 자유를 방종으로 바꾸는 오용에 있다. 사회주의 국가는 토지를 국가가 최종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공화정의 원칙 아래 운영되는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체제 아래에서 규제는 종종 성경보다 더 심각한 혼란을 낳는다. 비록 본연적 한계와 유혹에 대한 나약함으로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지만, 성경의 경우 예언자와 천사와 신은 언제나 일관된 메시지를 전파한다. 그러나 규제는 규제의 입안 및 기획, 규제의 집행과 관리, 인허가를 확보하는 모든 이들에게서 본질에서 벗어난 빗나간 화살(Harmatia)이 넘쳐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용적률이다. 용적률은 땅 면적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간을 지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100㎡ 땅에 각 100㎡ 크기의 2층 건물을 지으면 용적률은 200%가 된다. 이 용적률은 명백한 사회적 자본이며 세금과 사회적 모든 인프라가 투입된 결과물이다. 용적률은 토지 주인도 국가도 아니며 해당 지역 사회의 공동 재산이다. 이러한 부동산 정책이나 규제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깊은 고민 없이 상향을 허가해주곤 한다. 심지어 외관이 예쁘다는 모호한 기준에서도 임의로 용적률을 상향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용적률을 제한하면 헌법적 재산권 침해이며, 사회주의적 조치라며 온갖 극단적 방식으로 저항한다. 사실 냉정한 자본의 논리만 적용하면 용적률 1%당 투입되는 세금과 용적률의 희소성을 고려하면 토지 개발자 또는 토지 주인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사회가 용적률을 편하게 기부채납 해주는 것이다. 물론 용적률이 너무 낮으면 인프라 비용의 낭비와 도시의 과도한 확장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과도한 용적률에 의한 부작용은 경제 논리가 아닌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생존성의 위협이 되며 이차적 사회 비용은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역 사회와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발 단위별 용적률을 올바르게 산정하는 방법은 성경의 진리처럼 간단 명료하다. 기반 인프라의 수용 역량, 지역의 성장 단계와 예측, 상주하는 인력의 삶의 질,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기존의 법, 제도, 조례 등 레거시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여기에 마지막 조정 수단인 경제성과 정책적 의지가 최우선 하는 규제는 더 이상 중단해야 할 것이다. AI와 빅데이터의 혁신은 이제 욕심에 기반한 왜곡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으며, 십년후가 아닌 실시간으로 과오를 밝혀 낼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과몰입 국가인 한국에서 과오에 대한 반작용인 혐오를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불패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가격만 상승시켜주면 어떠한 행위도 용서받는다고할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행위에 대한 과오가 한계에 이르는 순간이 오게 된다면 화살을 쏜 사람들이 전부 주워 담게 될 것이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