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승부’…바둑판이라는 인생 경기장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모두가 바둑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던 1980~90년대 한국 바둑계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프론트맨이자, 1번 참가자 ‘오영일’ 역을 맡아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했던 이병헌이 영화 ‘승부’로 스크린에 컴백, 세계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 역으로 변신했다. 이병헌은 제자와의 피할 수 없는 승부의 과정과 뒤따른 고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특히 자신이 발굴한 애제자에게 정상의 자리를 뺏기는 순간의 충격, 제자에게도 숨길 수 없는 패배의 아픔과 다음 경기를 위한 와신상담, 바둑판을 벗어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정 등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여기에, 이병헌이라는 배우 개인이 지닌 특유의 넉살이 극에 선명한 채도를 부여한다.
‘승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를 뛰어넘어, 스승과 제자의 역동적인 감정 서사와 함께, 정적인 종목 같지만 무엇보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사각 바둑판’이 인생을 닮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바둑판과 두 기사의 집을 오가는 한정적 배경 속에서 다이내믹한 심리 서사를 끌어내는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바둑 자체보다는 관련 사건이나 인물 간 갈등에 집중했던 기존의 한국 바둑 영화와는 달리, ‘바둑’ 자체의 승부에 올곧게 집중한다. 그럼에도 불구, 바둑을 몰라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바둑 영화다.
역사적 대국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실제 조훈현과 이창호의 옛날 사진과 영상이 삽입돼 있다. 러닝타임 115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6호(25.04.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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