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받고 학원 강사에 문항 판 선생님… ‘사교육 카르텔’ 교사 72명 송치
출제 과정에 ‘유착’ 없지만 평가원 검증 제대로 못해

현직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하고 돈을 받는 등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수사로 현직 교사 7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들은 수능시험 이의신청 심사를 무마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6일 사교육 카르텔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23년 7월 사교육 업체와 대하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 유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자체 첩보를 더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검찰에 현직 교사 72명, 학원 강사 11명, 학원 대표 등 직원 9명, 평가원 직원·교수 등 5명 총 9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교육업체 법인은 3곳이 송치됐다. 유명 사교육 업체와 소속 강사도 포함됐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해 사교육 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한 현직교사는 최대 2억6000만원을 받았다. 문항 1개 판매 가격은 10만~50만원이었고, 문항 20~30개를 묶은 ‘세트’ 단위로 거래됐다. 강사 1명이 문항을 사들이는 데에는 최대 5억5000만원을 지불했다.
수능 출제·검토 위원 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 9명이 이른바 ‘문항제작팀’을 구성해 여러 사교육 업체와 강사에게 조직적으로 문항을 판매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들은 대학생들로 이뤄진 ‘문항 검토팀’도 운영하며 특정 과목 문항 총 2946개를 사교육 업계에 판매하고 총 6억20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과거 사교육 업체나 강사에게 판매했던 문항을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 출제한 현직 교사 5명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한 대학교 입학사정관은 고3 수험생 8명의 대입 자기소개서를 지도해주고 310만원을 받았다. 현직 교사가 소속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입 수시전형 결과를 외부에 유출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문제 판박이 논란’을 수사한 결과도 공개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이었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대형 입시업체의 유명 강사 조씨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실렸다가 최종 제외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 문제 출제위원이었던 대학교수는 자신이 2022년 감수한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보고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에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의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문항은 다른 현직 교사가 제작해 조씨에게 판매했다.
경찰은 수능 출제위원과 사설교재 관계자들의 계좌, 통신, 전자우편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간 유착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능 출제 과정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설 교재와의 ‘중복성’ 검증에는 소홀했다고 결론 내렸다. 평가원은 검증에 필요한 사설 교재를 구하면서 그전까지 매해 구매 대상에 포함했던 A 강사의 교재를 별다른 이유 없이 누락했다. 구매 대상을 2022년 9월 26일까지 발간된 교재로 한정하면서 9월 27일 발간된 A 강사 교재를 빠트린 것이다.
이후 수능 영어 23번 문항과 A 강사 교재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이의신청이 다수 들어오자 평가원이 이에 대한 심사를 무마했다. 심사 업무를 담당한 평가원 직원 3명은 이의심사 실무위원 등에게 “A 강사 교재 모의고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모의고사였다”고 거짓말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도록 했다.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교수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문항을 판매한 교사와 이를 사들인 조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송치했다. 이의심사를 무마한 평가원 직원 3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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