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기술’ 이제훈 “‘구강액션’ 힘들어, 몸 쓰는 ‘모범택시’ ‘시그널’이 생각나던데요?”[스경X인터뷰]
배우 이제훈처럼 욕심이 많은 배우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는 함께하고 싶은 배우도 많고, 감독도 많으며 보고 싶은 영화도 많다. 가보고 싶은 영화관도 많고, 하고 싶은 역할도 많다. 하고 싶은 작품도 많아서 ‘협상의 기술’을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그널 2’ ‘모범택시 3’의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탈주’에서 고대하던 구교환과 호흡을 맞췄더니, 이번 JTBC ‘협상의 기술’에서는 고대하던 안판석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제훈이니까 되는 거다’는 평가가 있어도, 그는 감사하다. 스스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훈에게는 이 ‘행운’을 연이어 안겨줄 당당한 ‘실력’과 ‘노력’이 있다.
“매일, 매월 영화가 개봉하고 드라마가 선보이지만, 대중이 보지 못하는 작품이 훨씬 많죠.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화면을 보면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이 아니냐’ 이야기할 수 있는 인장(印章)이 박히는 건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환상을 탁월하게 잡아내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제훈은 ‘협상의 기술’에서 산인그룹 M&A팀장 윤주노를 연기했다. 안 감독의 이번 작품이 또 스타일리시했던 것은 윤주노의 백발 때문이었다. 무언가 구체적으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백발은 촬영마다 세 시간 특수분장에 매달렸던 결과였으며, ‘백사(白蛇·하얀 뱀)’라는 별명과 함께 조용히 움직이는 그의 특징을 간파한 이미지였다.
“분장이 힘들긴 했지만 이를 소화했을 때 오는 만족감은 대단히 컸어요. 다른 곳에서 이런 모습을 할 수 없잖아요. 저야 버티면 되지만, 만들어주신 분장팀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안경을 비롯한 스타일들은 제 의견이 들어갔는데요. 안경을 고쳐 쓰는 과정에서도 캐릭터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관된 목소리와 크지 않은 목소리 등 연기적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연기를 ‘구강액션’ 즉 ‘입으로 하는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협상과 위기, 타결에 이르는 동어반복일 수 있지만 윤주노는 극 중 다양한 사람과 만나 다양한 협상을 진행한다. 그 역시 이런 점에 참고하기 위해 ‘빅쇼트’ ‘마진 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경제 전쟁’을 다루는 작품들을 참고했다. 하지만 어느 협상에도 그렇듯, 결국 ‘진심’만이 상대를 움직이는 진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역시 배우로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요. 가끔 표정이나 행동에서 감정이 표출되는 때도 있어요. 하지만 길게 보면 이 같은 방식은 결국 효과적이지 못했죠. 깊은 생각이나 진심을 갖고 이야기한다면, 결국 그렇게 표현하고 사고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게 ‘협상의 기술’을 통해 제가 배운 협상의 기술인 것 같아요.”
그는 현재 내년, 10년 만에 속편이 제작되는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tvN ‘시그널’의 후속작인 ‘두 번째 시그널’ 그리고 2021년부터 방송돼 2023년에 이어 3편이 나오는 SBS ‘모범택시 3’의 촬영에 한창이다. 매번 캐릭터를 바꿔야 하는 정신없는 일정이지만,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며 이겨내고 있다.
“지난 ‘탈주’를 찍으면서 액션을 도저히 못 하겠다고 불평하곤 했었거든요.(웃음) 그때는 점잖게 말만 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협상의 기술’을 통해서 ‘구강액션’을 해보니까 너무 대사가 많고, 이해관계를 정적인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마치 여름에는 겨울 생각이 나듯, ‘시그널’이나 ‘모범택시’처럼 몸으로 하는 연기가 다시 하고 싶어졌습니다.(웃음)”
그는 ‘시그널’과 ‘모범택시’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마음껏 기대를 부탁했다. ‘두 번째 시그널’에 대해서는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모범택시 3’도 예의 그 느낌처럼 악행에 해소되지 못하는 억울함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 기대에 대한 책임감은 그가 배우로서 오롯이 지고 가야 한다는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제 선택에 있어 부담과 책임감, 무게감이 많아진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실제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만날 때 두려움은 있죠. 하지만 창작자로서 펼치고 싶은 욕망이 도전으로 나오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저는 너무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제 의견을 받아주시는 것들에 너무 감사하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고 소중하게 다루고 싶고, 작품이 다치지 않고 갈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는 은근슬쩍 ‘협상의 기술’ 역시 다음 시즌이 있어야지 않겠냐고 웃으며 말한다. 이 남자, 시리즈물에 진심이다. 그리고 하나의 세계관에 대한 애정과 노력 역시 진심이다. ‘협상의 기술’ 윤주노가 가격이 아닌 가치에 집중했듯, 배우 이제훈 역시 자신이 만드는 가격이 아닌 가치에 몰두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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