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근대건축 시조’ 박길룡 한글 건축용어집 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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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식민지 조선에서 건축사무소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설계작품 활동을 벌여 한국 근대 건축가의 시조가 된 박길룡(1898~1943). 화신백화점, 경성제대 본관 등 수작을 남긴 그가 설계 작업 틈틈이 한글로 명칭과 개념을 풀어 쓴 건축용어자료집 원고를 써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근대건축사 연구의 권위자인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2000년대 초반 유족으로부터 받아 간직했던 박길룡의 생전 한글건축용어 원고 내용을 최근 한겨레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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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식민지 조선에서 건축사무소를 개설하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설계작품 활동을 벌여 한국 근대 건축가의 시조가 된 박길룡(1898~1943). 화신백화점, 경성제대 본관 등 수작을 남긴 그가 설계 작업 틈틈이 한글로 명칭과 개념을 풀어 쓴 건축용어자료집 원고를 써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근대건축사 연구의 권위자인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2000년대 초반 유족으로부터 받아 간직했던 박길룡의 생전 한글건축용어 원고 내용을 최근 한겨레에 공개했다. 박길룡은 서울대 공대의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1920~1931년 조선총독부 관방회계과 기사로 일하다가 1932년부터 서울 공평동에 건축사무소를 내고 1943년 뇌일혈로 쓰러져 숨질 때까지 활동했다.
200자 원고지 108쪽에 108항목을 쓰다 만 그의 원고는 미완성으로 끝난다. 총독부를 나와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이화여전 등에서 건축사를 강의하던 그가 당시 일본어와 변형된 서구 고전용어 일색인 건축용어를 우리말 ‘말모이’(사전)로 옮기려고 말년기에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글, 한문, 영어, 일어가 고루 적혀있는데, 철필 잉크로 ‘천장’ ‘꺽쇠’ ‘겁푸집’ ‘삐산친’ 등의 건축부재, 건축사 용어 등을 직접 쓰고 설명 성격의 그림도 그려 넣었다. 2개의 나무 부재 끝에 요철 부분을 깎아내어 접합시키는 것을 ‘턱솔’ 기법이라고 명명하면서 일본어 명칭 ‘야이가키’도 함께 써놓거나, 전통 한옥의 지붕 상부에 人(사람 인) 자 모양으로 조성한 형태를 두고 ‘학각’(鶴角)이라는 특유의 명칭을 붙인 대목 등이 보인다. 오늘날 건축 현장에서 ‘주름’이라고 쓰는 장식 돌기의 일본식 이름 ‘자바라’와 한옥집의 ‘다락’, 고대 그리스 건축물 기둥의 주두를 일컫는 ‘캬피탈’ 등의 용어와 뜻 구절들도 적혀있다.
김 교수는 “몇년에 걸쳐 작성된 듯한데, 말년에 설계와 강의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건축 관계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일어 남용에 따른 혼선을 피하고 순우리말이나 한자를 풀어 쓴 용어를 만들어주려고 결심하고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경우는 소제목만 써놓고 내용은 쓰지 않은 것이 있는데, 원고지마다 한 용어씩 쓰려 한 것 같다. 그림을 넣어 두쪽이 된 것도 있는데, 계속 수정을 거듭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길룡의 원고는 건축 용어의 한글 명칭을 창안하고 제시한 선구적 시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적지않아 보인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국내 건축계는 대한건축회의 전신인 조선건축기술단을 창립해 건축술어제정위원회를 두고 2~3년간 우리말로 된 건축용어를 제시하고 알리는 작업을 벌였는데, 당시 나온 학계의 용어들과 박길룡의 원고에서 나온 용어들은 현저한 차이가 있어 박길룡이 원고 내용을 다른 건축계 인사들과는 공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박길룡의 건축용어집 원고의 구체적인 항목별 내용과 이에 대한 김 교수의 풀이글은 다음주 배포되는 국가유산수리협회의 계간지 ‘문화유산 담’ 11호에 실릴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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