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전화 안 받아요"...저조한 응답률 대안은 웹조사?

한소범 2025. 4. 17.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이유있는 외면
낮은 전화조사 응답률에 주목받는 '웹조사'
미국, 영국 등 여조 본산서는 이미 대세
패널의 표본 대표성 확보가 관건
편집자주
의심은 가는데 확신은 할 수 없다. 수상한 여론조사 얘기다. 민심의 바로미터라던 여론조사는 불법계엄 사태 이후 미심쩍은 결과물로 신뢰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과연 여론조사는 조작이 가능한 것일까. 한국일보는 지난 두 달 여론조사 시장의 실태를 파헤치며 정치권과 조사기관의 불법 편법 공생 관계를 확인해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확정된 지금,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다시금 경계하고 조사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다.
“딸이 중학생인데 엄마 아빠 전화밖에 안 받아요(...) 왜 안 받냐고 했더니 스팸이래요. 지금 같은 전화조사면 응답률 저하, 전화 조사 접촉 거부는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 환경변화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2024년) 심층 면접 참여자

최근 선거여론조사의 고충 중 하나는 저조한 응답률이다. 특히 2030 같은 젊은 세대는 모르는 전화번호에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18~39세 연령층의 가중값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가중값은 표본이 잘 수집되지 않았을 때 이를 보완하려고 응답자 비중을 높이는 걸 말한다. 가중값이 높다는 건 표본 수집이 잘 되지 않았단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받는 게 웹조사 혹은 온라인 조사 방식이다. 이메일 혹은 SNS 등으로 설문지가 담긴 웹사이트 링크를 받아 답변하는 방식이다. 운영 비용이 저렴하고 데이터 집계 역시 신속하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웹조사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국은 1991년 전화 권유와 자동 전화 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전화소비자보호법(TCPA)이 통과되면서 정치 관련 조사에서의 웹조사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은 전화조사 응답률이 1997년 36%에서 2018년 약 8%로 하락하자 웹조사와의 혼합방식으로 정확성을 보완했다"고 했다.


웹조사도 표본 대표성 확보 어려워

다만 자발성이 넘어야 할 산이다. 웹조사는 전화번호처럼 개인의 인터넷 주소 목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 참여자, 즉 패널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Pew Research)는 우편 주소 목록을 통해 패널을 추출한다.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된 패널들은 매달 한 번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초대를 받아 조사에 접근한다. 우편을 통해 여론조사 참여를 요청받은 이들 중 83%는 응답을 한다고 한다. 퓨리서치는 이를 통해 미국 성인 1만 명 이상의 전국 패널, ‘미국 트렌드 패널(American Trends Panel: ATP)'을 구성하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 영역에서 웹조사 활용실태(미국과 영국) 그래픽=송정근 기자

영국의 대표적 조사기관인 유고브(YouGov)는 광고 플랫폼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패널을 충원한다. 광고 플랫폼 등의 패널 조사 링크를 보고 자발적으로 접속해 패널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고브는 패널 2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발적 참여 패널 또는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선거여론조사를 원칙적으로는 허용하고 있다. 다만 활용도는 미미하다. 2014~23년 공표용 선거여론조사(1만2,807건) 중 웹조사는 6.09%(781건)에 그쳤다. 21년 기준으로 67%와 97%인 미국과 영국과 상당한 차이다.


가상번호 이용한 웹조사, 대안 될 수 있을까?

현실적 대안으로 휴대폰 가상번호를 활용한 웹조사가 거론된다. 현재 전화조사에만 사용이 가능한 가상번호를 문자 메시지에도 쓸 수 있게 해 더 많은 답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전화 면접원을 고용하거나 패널을 구성하기 어려운 ARS업계에서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 역시 획기적 대안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여론조사기관 서던포스트의 오승호 이사는 "가상번호라는 표집틀이 동일하다면,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문자로 요청받는다고 해서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상번호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조사 역시 시장에서 시험적으로 시행해보고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1화 검은 커넥션
    1. • "600만원이면 돌풍 후보로" 선거 여론조사 뒤 '검은 커넥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516040002864)
    2. • 여심위, 불법 실태 파악 못한 채..."심증만으론 조사 어렵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012300002753)
    3. • 美에서 퇴출된 ARS 여론조사 韓에선 대세...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016240000592)
    4. • ARS 기관 대부분 연 매출 1억 남짓..."선거 물량 잡아야 산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510400004131)
  2. ② 2화 '꾼'들이 있다
    1. • 태양광 비리 쫓던 檢, '여론조사 조작' 꼬리를 찾았다...무더기로 발견된 휴대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719090000568)
    2. • '꾼'에게도 급이 있다...누가 당원 명부 최신판을 쥐고 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918310004424)
    3. • 정치인 위 '상왕' 노릇 여론조작 브로커...고발해도 변한 게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611420005837)
  3. ③ 3화 불신의 책임자
    1. • 여론조사 공천 OECD 중 한국이 유일한데…'어디 맡기고' '어떻게 조사하고' 죄다 깜깜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12250000457)
    2. • "돈 주고 후보 선출 떠넘긴 꼴" "사실상 주사위 던지기"...불만 쌓이는 여론조사 경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00550003002)
    3. • '고성국TV' '뉴스공장' 편 가르기 여론조사 뚝딱…극단의 진영 스피커 ‘유튜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22130000559)
    4. • 여론조사 경선 개선 연구 '0'...양당 정책연구소는 '선거 승리 전략'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417440003355)
  4. ④ 4회 이유 있는 외면
    1. •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①이재명 ②김문수...편향 질문 판쳐도 "심의 대상 아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211020000040)
    2. • "2030은 전화 안 받아요"...저조한 응답률 대안은 웹조사?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410450003919)
    3. • 수십 통 전화벨에 여론조사 포비아...작년에만 2700만대 울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318340005565)
    4. • 의심은 커지는데 제재 건수는 줄었다?...여심위 조사 인력 달랑 4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809540000246)
    5. • 1등 후보가 사라졌다...여론조사 조작의 충격 실체 [영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1612560001997)
  5. ⑤ 5회 어떻게 읽어야 하나
    1. • 민주시민을 위한 여론조사 안내서...이 정도는 알아두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212230002365)
    2. • "통계 이용한 거짓말,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돼"[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811060005541)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